'CO₂ 저감' 피할 수 없다면 맞서라···"연구는 금광 캐기"

김훈식·이광순·백일현 연구팀 '세계 최 고수준 효율 CO₂포집기술' 개발
흡수 속도·용량 ↑ 에너지 사용 40%↓ "10년후 상용화 목표"
 기존 대비 CO₂를 빠르고 많이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이광순 서강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기존 대비 CO₂를 빠르고 많이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이광순 서강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연구는 금광 캐는 것과 비슷하다. 단계별로 좋은 성과를 얻는 것보다 우연히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산화탄소(CO₂) 포집기술을 개발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5년 만에 첫 열매를 맺었다. 최소의 성질로 최고의 성능을 내는 CO₂ 포집기술에 매진하겠다."

지난 2015년 12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2020년 완료예정인 기존 교토의정서 체계를 대처하기 위해 새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위한 '파리협정서'가 최종 채택됐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가 지켜야하는 첫 세계적 기후합의다. 우리나라도 온실기체 감축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각국은 2018년부터 5년마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탄소 감축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검토를 받아야한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기체는 CO₂, 오존, 메탄, 수증기 등이 있다. 이 중 CO₂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배출규제의 중심에 서 있다. CO₂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기술적 완성과 경제성 확보되지 않았다.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CO₂를 고농도로 포집한 후 압축 및 수송 과정을 거쳐 지하 1000m 이상의 땅속에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해 재활용하는 CCS(Carbon Capture&Sequestration)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존 대비 CO₂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고 많이 포집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김훈식 경희대 교수·이광순 서강대 교수·백일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팀 개발한 CO₂를 흡수하는 MAB 흡수제 기반의 습식 포집 기술과 효율적 신공정이 그것. 연구팀이 개발한 흡수제는 기존의 상용화된 MEA 흡수제 대비 CO₂ 흡수 용량이 2.5배 이상 크고 흡수 속도가 1.5배 이상 빠르며 에너지 사용량과 투자비를 각각 40%, 30% 이상 절감시킬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요구량을 2.0 GJ/tCO₂까지 낮출 수 있다. 기존 기술 중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흡수제의 2.4 GJ/tCO₂을 15% 이상 개선한 것과 같다.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흡수제의 성능을 빠르게 개선하며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동시 연구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화학자와 공학자의 협업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센터장 박상도·이하 KCRC)의 지원을 통해 협업을 시작했다.

KCRC는 이번 성과를 통해 2030년 세계 CO₂ 포집 플랜트 시장 진입을 통해 2050년 전망되는 150조 규모의 글로벌 CO₂ 포집 플랜트 시장의 10% 점유시 약 15조원의 매출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광순 교수는 "우리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비용절감"이라며 "CO₂포집을 위해 발전소 옆에 공정을 둬야하는 기업인 입장에서 비용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은 공정을 가지고 빠르고 많이 CO₂를 흡수할 수 있는 기술은 기업의 고민을 해소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 화학자와 공학자의 협업 "극복할 점도 많았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습식포집 테스트 플랜트.<사진=KCRC 제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습식포집 테스트 플랜트.<사진=KCRC 제공>
"우리 기술은 CO₂를 99.9% 잡아낼 수 있다. 순도가 높은 CO₂를 화학적 원료로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광순 교수는 공정과 프로세스 설계 개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공정 중에서도 제어를 전공한 그는 화학공정 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경력을 쌓았다.

CO₂포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말 온난화의 주범으로 CO₂가 주목 받으면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 공정 필요성이 확대됐다. 일부 연구그룹이 대형 공정 테스트를 하는 등 1세대 CCS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정이 필요했고 우리도 2011년부터 CCS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우수한 흡수제를 선별하기 위한 후보평가와 초기 스크리닝 기법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화학자와 공학자가 함께 연구하면서 극복해야 할 점도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 김훈식 교수팀은 안정성은 높으면서 흡수 속도와 용량을 향상시킨 흡수제를, 이광순 교수팀은 우수한 흡수제 선별과 에너지 손실 최소화 신 공정을, 백일현 박사팀은 흡수제 성능과 안정성 평가와 공정개선 방향 제시 등을 수행했다.

그는 "같은 목표로 연구개발을 해도 쓰는 용어, 개발관점이 달라 연구자 간 관점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점점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았다. 이 일은 금광을 캐는 것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 좋은 발견을 할 지 모른다. 동료들이 있어 5년 만에 첫 열매를 맺었다. CO₂ 흡수 성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검증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황 성분 포집 및 천연가스 생산 비용절감 활용 가능해

CO₂포집 외에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이광순 교수는 "CO₂와 비슷한 황화수소도 포집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종류마다 차이는 있으나 원유에는 황성분이 섞여 있는데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휘발유나 디젤을 태울 때 이산화황이 발생해 산성비나 악취 등을 뿜어낸다. 그는 "우리는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지만 황화수소로 성분을 제거하는 기존 기술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전처리 공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 천연가스는 시추공을 바다 밑이나 땅속 깊이 박아 채굴하는데, CO₂ 가 많이 포함돼 있어 먼저 CO₂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드는 이 전처리 공정을 경제성 있는 신공정으로 대체할 기능성이 있다.

이광순 교수팀은 에너지연 내 구축된 2MW급 발전 설비와 연계해 새로 건설된 150Nm³/h 규모의 실증 테스트 설비에서 장기 운전을 통해 검증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2000 Nm³/h(0.5MW 상당) 규모 실증 설비를 활용해 국제적 성능 검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본격적인 상용화는 10년 후를 예상한다. 테스트를 반복하며 시간도 늘리면서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CO₂를 처리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도 손잡고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최소의 성질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꾸준히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순 교수팀 실험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이광순 교수팀 실험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이광순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이광순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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