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BT기술 가치제고사업 '국제R&D협력 新모델' 주목
펩트론, 메디프론디비티, 생명연 등 기술이전 및 임상 돌입 성과 기대

미국 볼티모어에 위치한 NIH(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 이 연구소에 한국의 바이오 벤처기업 펩트론 김동석 박사가 매일 출근한다. 김 박사는 실험실에서 퇴행성 신경질환 연구활동에 여념이 없다. NIA에서 Nigel H. Greig 박사팀과 함께 실험에 나선지 2년째다. 현장에서 NIA 연구진과 직접 소통하니 원하는 의견 전달도 쉽고, 문제가 생기면 논의를 통해 빠르게 답을 얻는다. 

국내 연구실무 책임자 이수정 펩트론 차장은 "NIH와 현장에서 공동연구를 하는데 추가 연구 아이템 발굴이 쉽고, 무엇보다 유럽과 미국 내 연구 파트너를 찾는데 네트워크가 상당히 유리했다"며 "국내에서 논문이나 특허 출원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직접 진행한게 빠르고 좋았다"라고 말했다. 

Nigel H. Greig 박사(좌)와 김동석 펩트론 부장(우).<사진=펩트론 제공>
Nigel H. Greig 박사(좌)와 김동석 펩트론 부장(우).<사진=펩트론 제공>
펩트론과 Nigel H. Greig 박사팀이 연구 중인 프로젝트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에게 필요한 희귀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이다. 당뇨에 효과있는 치료제 약물이 뇌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 Nigel H. Greig 박사로부터 펩트론이 특허 독점실시권을 확보하면서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펩트론이 개발중인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는 약을 먹어야 하는 사실 자체를 잊는 치매 환자를 위해 1~2주 간격이나 질환에 따라 1달에 1번 맞는 뇌질환 치료 주사제다. 일상에서 매일같이 자주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투약 시기를 대폭 늘려 치료에 도움을 주는 개념이다. 치료제가 개발되면 당연히 상품가치가 크다.

펩트론-NIA 공동연구팀은 신경질환 치료제의 임상단계 돌입을 위해 충분히 검증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다양한 동물 모델 시험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여 해외 임상시험이나 라이센스 아웃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미 공동연구과제가 새로운 국제협력 R&D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연구진과 미국 NIH의 연구진이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연구성과가 나오는 기간이 길고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바이오 신약개발 연구는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 중 하나다. 

공동연구과제를 지원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생명기술과 최진혁 사무관은 "NIH와의 공동연구 사업은 지난 2014년 사업화를 전제로 처음으로 시작한 공동R&D프로젝트"라며 "NIH 등과의 협력 수요가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특히 암 연구와 뇌 연구 분야에서 공동연구가 이어져 나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프론디비티와 블룸버그 박사가 연구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논의 중이다.<사진=김요셉 기자>
메디프론디비티와 블룸버그 박사가 연구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논의 중이다.<사진=김요셉 기자>
바이오 벤처기업 메디프론디비티의 NIH 공동연구과제도 진일보한 움직임이 보인다. 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 Peter Blumberg 박사팀과 기침 완화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을 상대로 기술이전을 노리고 있다. 

메디프론디비티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협력연구를 NCI 연구진을 통해 해결했다. 사람의 유전자 특성을 똑같이 갖는 설치류를 개발한 Peter Blumberg 박사팀으로부터 설치류를 공급받아 연구를 추진 중이다. 사람의 유전자를 바꿔치기 한 실험쥐를 보유하게 되면 그만큼 임상단계에서 안정되고 유효한 연구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김영호 메디프론디비티 대표는 "NCI 덕분에 우리가 넘지 못할 담을 넘었다"며 "공동연구 과정 뿐만 아니라 국제협력과 전략을 수립할 때 지속적인 관리가 되고 있어 앞으로 정부에서 해당 과제를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펩트론과 메디프론디비티처럼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서울대, 전남대 연구진이 NIH 연구자들과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난치성 유방암 등의 치료제 개발과 기술이전, 임상 돌입 등의 연구목표를 두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돼 3년 단위 과제로 내년 사업이 종료된다.

한국 연구팀들의 자문역할을 맡고 있는 이영식 한양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번 한미 공동연구사업은 한국에서 기술개발 할 수 없는 것들을 미국 NIH와 협력해 해결하고,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는 사업"이라며 "국제R&D협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데 이번 사업은 바람직한 국제R&D협력의 모델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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