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 교수·이문식 박사, 스마트 모바일 점자패드 기술·초고속 근접통신 기술 등 개발
필요한 기술 될 때까지 갈고 닦아…"2년 후 상용화 목표"

(왼쪽부터)인터넷 연결 없이 데이터 순간 전송 기술을 개발 중인 이문식 박사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점자패드를 개발 중인 조진수 교수.<사진=길애경 김지영 기자>
(왼쪽부터)인터넷 연결 없이 데이터 순간 전송 기술을 개발 중인 이문식 박사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점자패드를 개발 중인 조진수 교수.<사진=길애경 김지영 기자>
"성경책을 시각장애인용 점자책으로 만들면 부피가 약 20배 늘어나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모바일 스마트 점자패드는 시각장애인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여러 분야에서 사회활동을 하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조진수 가천대 교수)
 
"초고속근접통신기술은 전원 없이,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데이터 순간 전송이 가능합니다. X-레이 사진 등을 3m 내의 의사 컴퓨터로 순식간에 보낼 수 있고, 스마트 가전기기, 차량용, 쇼핑몰, 거리의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광고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이문식 ETRI 박사)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의료 및 장애인용 스마트기기 기술이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조진수 가천대교수팀의 '스마트폰/PC 연동형 모바일 점자패드 및 콘텐츠 제작/서비스 시스템'과 이문식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팀이 개발한 '초고속 근접통신 기술(Zing)을 접목한 구강 내 질환 탐지기' 연구성과가 바로 그것.
 
두 연구는 올 상반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와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원장 조용범, 이하 진흥원)이 추진한 Tech-BM Workshop 운영 사업에서 기술사업화를 위한 우수 비즈니스 모델로 선정됨과 동시에 2016년 신규 사업인 '중대형복합기술사업화지원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돼 최소 2년에 걸쳐 신제품 출시를 위한 상용화 공동 연구를 기업과 진행 중에 있다.
 
기업이 탐내는 기술이 되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겼다는 두 연구자를 만나봤다. 투자포기와 연구좌절 등의 고배에도 끝까지 연구개발을 할 수 있었던 이야기와 향후 상용화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시각장애인에게 교육 기회를"···따뜻한 기술 만드는 연구자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가 한 눈에 반해 출시 전 예약을 먼저 한 시각장애인용 시계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인 '닷'이 개발해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세계 최초 스마트 점자 시계 '닷 워치'다.
 
닷 워치는 스티비 원더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 닷이 이번에는 모바일 스마트 점자패드, 일명 시각장애인용 스마트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 위해 대학에 러브콜을 보냈다. 손끝 움직임에 따라 숨어있던 점자들이 바깥으로 솟아오르는 신통방통한 기술을 개발한 조진수 가천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점자책은 올록볼록한데다 종이도 두꺼워 일반 책보다 무게나 부피가 커 들고 다니기 힘듭니다. 우리가 한 손에 들고 다니는 성경책도 점자책으로 만들면 부피가 약 20배는 늘어나죠. 모바일 점자패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주면서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고 다양한 정보를 얻고 배울 기회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조진수 교수는 약 8년간 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실시간으로 점자 및 점자그림을 출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점자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점자패드기기 ▲사람이 직접 책을 보고 수작업으로 점역해야 했던 글자와 그림을 스캔하는 것만으로 점자와 점자그림으로 만들어주는 SW 기술 ▲시청각 위주의 교재정보를 실체화해 촉각을 통해 직접 만져볼 수 있게끔 하는 콘텐츠제작 및 서비스 기술을 개발했다.

조 교수는 닷과 함께 해당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한 손에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점자패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기존 점자셀 모듈 한개는 8개의 점(핀)으로 구성되어 점자를 표현하게 되는데 그 부피가 커서 다중배열로 구성해 여러 줄의 점자들이나 점자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패드형태의 기기를 제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이러한 점자셀 모듈을 이용해 점자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제작된 기존 점자정보단말기들은 크기와 무게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매우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과 타 대학 연구진들과 함께 연구개발을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닷이 보유한 초소형 점자셀 모듈 제조 기술은 기존 점자셀 대비 약 1/10 크기로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보다 많은 점자 및 점자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모바일 점자패드를 개발이 가능하다. 여기에 조진수 교수의 점자패드 운영SW 기술, 응용SW 기술, 및 터치인식 점자기술 등을 더하면 일반인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게임,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패드개발이 기대된다.
 
조 교수는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 시장조사를 한 결과 세계적으로 약 3억명의 시각장애인이 생활 중이며, 선진국 위주 초기 타깃시장을 고려했을 때 약 500만명이 모바일 점자패드를 사용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을 예상했다"며 "출시 후 2년 이내에 약 1500억원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201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엎어질 뻔한 지난 연구 "필요한 기술이라 믿고 연구 매진"
 
"시각장애인 교육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당장 크게 이익을 보기 어려운 분야다 보니 중간에 회사의 더 이상의 투자 포기 등 고배를 마시기도 했죠. 이 분야를 그만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시각장애로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진수 교수는 2012년 점자핀 4096개가 달린 점자패드를 개발한 바 있다. 노트북사이즈의 이 패드는 웬만한 그림을 세밀히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을 갖고 있다. 패드 간 네트워크 연결도 가능해 맹학교에서 교육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상용화 연구를 앞두고 연구가 엎어졌다.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탓에 회사에서 더 이상의 투자를 포기한 것. 조 교수는 "처음으로 연구를 그만둬야 하는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비가 있었지만 그는 "당장 상용화가 안 되더라도 추후 필요한 기업이 나타났을 때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준비된 기술로 업그레이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지난해 초 진흥원을 통해 기업에게 해당 기술의 공동연구를 제안 받았다. 해당기술은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이 추진하는 '중대형 복합 기술사업화 및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의 최종 우수 비즈니스모델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모바일 스마트 점자패드를 통해 수학, 과학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콘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져 시각장애인 분들이 이료(안마)분야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사회활동을 하실 수 있길 바란다."<사진=김지영 기자>
"모바일 스마트 점자패드를 통해 수학, 과학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콘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져 시각장애인 분들이 이료(안마)분야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사회활동을 하실 수 있길 바란다."<사진=김지영 기자>
조 교수는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가 지도, 책, 게임 등을 하듯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궁무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또 군사용 앱이나 의료용 앱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연구가 되길 바라며 연구에 매진해 온 조진수 교수. 그는 "수학, 과학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콘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져 시각장애인 분들이 이료(안마)분야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사회활동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상용화를 위해 연구할 것들이 많지만 개발 중인 모바일 점자패드를 위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마켓처럼 우리도 오픈 플랫폼 구축을 통해 누구든 다양한 SW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눈 깜짝 기가급 데이터도 슈웅~…"의료기기로 세계시장 선점"
 
스마트기기를 무인 서비스단말기(키오스크)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1기가바이트(Gbyte)의 영화를 3초 내에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근접통신기술 '징(Zing)'. 전원이 없어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것은 물론 배터리가 없는 무전원 장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어디에 응용될 수 있을까. 비행기 탑승 전 공항에서 보고 싶은 영화 여러 편을 개인용 스마트 기기에 순식간에 다운받고, 지하철역에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필요한 대용량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송하고 받을 수 있는 등 대용량 정보의 실시간 전송 서비스가 가능한 곳은 어디든 활용할 수 있다.
 
'징' 기술을 개발한 ETRI 5G기가통신연구본부의 이문식 박사 연구팀이 이를 기반으로 의료기기 개발 지원에 본격 나섰다. 3m이내 거리에서 Full HD급 영상을 순식간에 의사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필요하다는 치과병원의 요청에 따라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중대형복합기술사업화지원과제 지원을 통해 기기 개발에 돌입했다.
 
과제에는 밀리미터파 칩개발 전문기업인 코프, 세계 80여 곳의 글로벌 시장을 확보한 의료기기기업 굿닥터스, 그리고 원천기술을 가진 ETRI가 참여한다. 즉, 시장까지 이미 확보한 상태로 기술사업화가 완료되면 곧장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어 참여 기업과 의료기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초고속 근접통신 기술 의료 시장에서 시작, 일상생활까지 가능
 

초고속 근접통신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사진=길애경 기자>
초고속 근접통신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사진=길애경 기자>
근접통신(NFC)은 교통카드 등에 이용돼 왔다. 하지만 전송속도, 거리 등의 한계로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징' 기술은 기존 NFC보다 약 8000배 빠른 3.5Gbps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인터넷을 통하지 않는 차세대 초고속 NFC로 무료인 비면허대역의 60GHz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어 광대역 통신도 가능하다.
 
이문식 박사는 "이 기술은 키오스크의 데이터를 모뎀에서 데이터 전송방식으로 변조해 60GHz 광대역으로 전송하는 방식인데 와이파이 등에 비해 해킹을 차단할 수 있는게 장점"이라고 설명하며 "초고속 근접통신 기술은 USB 등 저장장치를 꽂지 않아도 편리하게 콘텐츠 전송이 가능하고 전파간섭도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징 기술이 접목된 의료용 기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치과에서 구강 모습을 찍은 고화질 영상 등을 3m 내의 의사 컴퓨터로 순식간에 보내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이 박사는 "기업 코프에서 징 기술을 이전받아 다양한 사업모델에 적용할 칩과 모듈을 개발 중"이라면서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등 스마트 가전기기, 차량용, 쇼핑몰, 거리의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광고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cm 거리에서 3m까지의 거리로 늘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코프에서 칩을 만드는데 징 기술 노하우와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기업 간 매주 회의를 통해 논의를 하고 있는데 향후 사업 2, 3년차에는 사업화 관점에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최적화하고 의료기기  시장에 무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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