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먹는다?···"연구소 100주년 성과로"

[과학! 방방곡곡 ①]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 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를 가다
메디컬점토 실용화 기술 개발 착수···新개념 광물로 6차 산업 일군다
국산 벤토나이트 해외보다 품질 우수···지질 신소재 활용 기대
포항=김요셉·강민구 기자 botbmk@hellodd.com 입력 : 2017.01.08|수정 : 2016.12.21
과학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어느 특정 지역에만 머물러 있지도 않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퍼진 연구현장에서는 각자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며 연구개발 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정유년 연중기획으로 '과학! 방방곡곡'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전국 각지에 있는 곳곳의 연구 현장 등을 직접 찾아 취재해 알릴 계획입니다. 전국의 생생한 과학 현장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청합니다.<편집자의 편지>

돌덩어리가 단순한 돌덩어리가 아니다. 돌을 몸에 바르고, 먹는다. 새로운 자원이다. '돌'이라는 광물을 지질자원 신소재로 연구하는 곳이 있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돌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입히는 연구활동이 한창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 포항 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는 2차 산업 광업을 6차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현장이다. KTX 포항역에서 영일만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운전하다 보면 우측에 위치해 있다. 내비게이션 주소에는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라고 뜬다. 

연구센터 앞으로는 동해안에서 가장 넓은 평야 '흥해평야'가 펼쳐져 있다. 사방이 논이다. 평야 뒤로는 비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 풍광이 좋지만 겨울에는 바람이 센 곳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타고 10여분을 가면 영일만항이 있어 해마다 서핑객들이 찾는다.

가장 가까운 커피숍이 왕복 15km일 정도로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든 외진 환경에 연구센터가 들어서고 연구자들이 메디컬 점토 실용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지난해 중순 완공됐다. 지질자원연의 포항센터는 기존 석유탐사 시추선인 탐해2호 관리를 위한 출장소 개념에서 발전해 지역 내 고부가가치 광물자원을 식의약품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등 에너지·자원, 환경·기후변화 분야 실증화 연구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 지질자원연 센터에서 바라본 전경. 흥해 평야가 펼쳐져 있고, 비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사진=대덕넷>포항 지질자원연 센터에서 바라본 전경. 흥해 평야가 펼쳐져 있고, 비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사진=대덕넷>

◆ 내년 0.5t급 파일롯 설비에 벤토나이트 활용한 '개량 신약' 개발 추진

지질자원연의 포항연구센터 탄생은 강일모 지질신소재 연구개발실장을 비롯한 젊은 연구자들의 열정과 기관의 고부가가치 바이오 산업 연구투자 의지가 맞물려 추진됐다. 메디컬점토 실용화 연구는 지난 2013년 지질자원연 내부 기관고유사업비로 시작됐다. 재래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있는 바이오 산업으로 변화하자는 목표가 배경이 됐다. 

포항연구센터의 우선 목표는 오는 2018년 지질자원연 100주년을 맞아 '먹는 광물'을 개발하기 위한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아직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위기의 광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포항 지역이 수도권, 대전 등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으로 대부분 연구자가 기피했지만 강일모 실장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과감한 도전을 택했다. 

메디컬 광물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일모 지질신소재 연구개발실장.<사진=대덕넷>메디컬 광물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일모 지질신소재 연구개발실장.<사진=대덕넷>

강 실장의 안내에 따라 연구동의 공정처리실에 들어갔다. 원광 분류부터 파분쇄, 해쇄, 정제, 멸균·건조, 포장·저장 등 전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구축돼 있다. 연구실 이름 짓는 것부터 상세 설비 설계까지 모두 연구진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지질신소재연구실이란 명칭도 장고끝에 탄생했다.  

훤히 트인 공간의 한 켠에는 인근 광산에서 캐 온 벤토나이트가 포대와 플레이트에 한 가득 담겨 있다. 눈을 돌려 보니 각 단계별 장치들이 배치되어 있다. 호스도 보이고 기계 장치도 보인다. 

점토광물 원료의약품 생산 공정은 크게 ▲광물탐사·개발 ▲원광 수송·저장 ▲공정처리 과정으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거대한 돌은 여러개의 작은 돌로 변하고, 젤리로 변했다가 분말화된다. 또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제거되고 멸균·건조 과정을 거쳐 실제 먹는 용도로 포장·저장하면 완성되는 것이다. 

가령 광석이 파분쇄를 통해 입자 크기가 작아지면 이를 식용 계면활성제 등을 이용해 원래 크기로 물 속에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자력선별, 중력침강, 원심 분리 등의 정제 과정을 거치면 묵처럼 탱글탱글해진다. 얼굴팩 등으로 활용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다만 광물을 의료용, 식품용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식품안전처로부터 BGMP(Bulk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원료의약품제조규정) 관련 인증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말 개념 설계와 상세 설계를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 0.5톤급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시설이 도입되면 시험용으로 일부를 제품화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게 된다. 국산 벤토나이트를 원료의약품으로 활용해 개량 신약 개발의 핵심 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험용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면 오는 2019년 연간 300t 이상 준양산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한 층을 더 올라가니 분석실과 제품 개발실이 구축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의약품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광물의 의약품화, 식품화를 위해서는 중금속 함량 제어와 미생물 오염 제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을 비롯한 각종 측정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파분쇄, 정제 등을 위한 각종 장치.<사진=대덕넷>파분쇄, 정제 등을 위한 각종 장치.<사진=대덕넷>

정제과정 등을 거친 돌은 묵처럼 탱글탱글해진다.<사진=대덕넷>정제과정 등을 거친 돌은 묵처럼 탱글탱글해진다.<사진=대덕넷>

◆ 포항지역 벤토나이트 등 광물자원 풍부···식의약품 소재 활용 위한 연구개발

강 실장에 따르면 포항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석탄, 석유의 매장 가능성이 큰 지층인 신생대 제3기층이 국내에서 제일 넓고 두껍게 분포한다. 특히 영일만 규조토 광산 지역 일대에는 국내 타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산성백토, 벤토나이트, 불석, 규조토 등 비금속광 매장량이 풍부하다. 

국산 비금속이라고 해서 효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국내 벤토나이트는 해외보다 납, 비소 등의 중금속 함량은 낮고 효능은 더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기능성화장품 등으로 활용된 소듐계 벤토나이트가 주로 사용되어 칼슘계 벤토나이트가 저평가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의료용으로써 그 활용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기술개발만 이뤄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내 벤토나이트와 해외 벤토나이트의 품질 평가.<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국내 벤토나이트와 해외 벤토나이트의 품질 평가.<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연구진에게서 이 지역에서 나온 벤토나이트로 만든 비누를 건네 받아 살펴보자 표면이 노르스름하고, 미끄럽다. 흥해 지역민들은 이 지역에서만 나는 고유의 광석을 '떡돌 백토'라고 부른다.

산업혁명 당시 양털의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이 돌을 갈아서 쓰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경주 지역명과 숫자를 활용해 이름을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지질자원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가령 감포(경주 옆 지역명)+숫자(광산 분류) 등으로 명명하는 방식이다.

이 돌가루가 비누로 제작되었다는 것은 인체 반응성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제약사에서 벤토나이트의 제2 학술명인 스멕타, 디옥타이트 등을 주원료로 활용하고 일부 첨가제를 넣어 만든 제품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설사 등이 있을 때 지사제로 먹는 등 동일한 용도로 기재되어 있다.

현재 지질자원연 연구진은 활성성분 개발을 통한 개량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즉 약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전달시켜주는 물질로 광물을 활용해서 개량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질자원연 연구진이 국내 벤토나이트를 갖고 쥐, 돼지에 투여한 실험결과 의약품으로서 헬리코박터균 치료 등 위 관련 질환 치료 가능성도 제시했으며 개량 신약 개발을 위해 한국식품연구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대 약대, 대전대 한의대, 한동대 등과 융합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흥해 지역민들은 이 지역에서만 나는 고유의 광석을 '떡돌 백토'라고 부른다.<사진=대덕넷>흥해 지역민들은 이 지역에서만 나는 고유의 광석을 '떡돌 백토'라고 부른다.<사진=대덕넷>

◆ 광업은 2차 산업?···"바이오와 연계해 6차 산업으로"

광물자원통계포털 보고서에 따르면 광물수급현황은 지난 2011년 이래 자원가격 하락과 함께 광산물 총 수입액이 크게 감소하고 내수규모도 감소급증하고 있으며, 국내 가행광산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질자원연 연구진은 기존의 광업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광산개발 사업모델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자본집약산업으로서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메디컬점토의 경우 6차 산업으로써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과정을 한 지역에서 수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프라 조성 연구를 지질자원연에서 담당해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을 만들어 국내 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살펴보면 메디컬점토 광물 사업의 필요성은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의약품 측면에서 광물자원은 크게 활성성분(양이적 효과가 있는 성분), 부형제(약성분은 없지만 먹기 편하게 하거나 단순한 첨가 역할) 등으로 구분된다. 지질자원연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강화된 법률이 적용된 활성성분을 활용한 개량신약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 광물은 약사법 등 의약품 현행 법규, 식품 첨가물법, 동물 사료법, 화장품법에 의해 등록되어 있는데 국내외적으로 법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옥시 사태로 인해 소비자의 유기합성제품에 대한 불신 확대, 화장품 원료 규정 강화, 기능성 화장품 확대 등이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계속 사용해 온 천연광물질은 인공합성물 대비 활용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완제의약품 대비 원료의약품 생산 관련 국제 법규도 강화되고 있다. 국제의약품조합위원회에서 강화된 법 적용을 추진하면서 오는 2018년부터 유럽연합은 이 법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며, 국내 도입도 추진된다. 기존 광물 자원의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대응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강 실장은 "국제법 강화뿐만 아니라 학회 등에서도 광물로 항생제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등 메디컬 광물학이 융합학문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디컬 점토는 피부에서로부터 독성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인체가 질병을 스스로 자연 치유할 수 있는 기능을 함유하고 있어 펠로테라피(pelotheraphy)라고 불린다. 그리스어의 진흙(pelos)과 치료(therapia) 결합된 개념이다.
 
강 실장은 이러한 개념에 온천 등 관광 요소와 결합한다면 새로운 산업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지역기반 국제 축제가 된 보령 머드 축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달리 자체 생산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포항 백토축제'를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강 실장은 "지난 1918년 조선총독부 산하에서 지질자원연이 설립된 이래 곧 100주년을 맡게 된다. 이를 맞아 국민에게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돌을 만약 먹을 수 있도록 개발한다면 그동안 연구원이 축적한 연구 노하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이태섭 前 지질자원연 원장이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대덕넷>현장을 찾은 이태섭 前 지질자원연 원장이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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