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각 분야 전문가 통해 영화 상황에 대해 기술적으로 설명

'설계수명 40년이 다된 원전 한별 1호기가 규모 6.1의 지진으로 냉각재밸브에 균열이 발생하고 긴급노심냉각장치는 작동하지 않아 냉각재상실사고로 이어진다. 정부의 늦장 대응에 사고 처리가 지연되고 결국 하청기업직원들의 희생으로 수습된다.'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 지난 7일 개봉이후 2주만에 200만명 관객을 넘어서며 국민들의 원전사고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서두에 공상을 더한 허구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국내 원전은 안전할까. 대형 원전사고 발생시 이를 진두지휘할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할까. 사고 대응 매뉴얼은 마련돼 있는걸까.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발전을 시작한 이후 고리 2, 3, 4호기, 신고리 1, 2호기, 월성 1, 2, 3호 등 2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다. 초기에 발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폐쇄 결정으로 해체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들 원전은 규모 6.5~7까지 내진설계가 돼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비교적 지진 안전 국가로 원전 사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난 9월 경주지진 발생으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고리, 월성 등 원전 밀집지역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는게 사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료를 기본으로 영화 판도라와 실제 원전 사고 가능성을 비교해 보았다.

Q. 규모 6.1의 지진 발생 가능성 및 이로 인해 중대 원전 사고가 발생 가능한지.

"우리나라의 원전 내진설계는 규모 6.5(0.2g,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 7.0(0.3g, 한국형신형원전APR1400)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원자력증기공급계통(NSSS) 등 주요구조물은 최소 규모 7.2(0.4g)에서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경주 지진 후 지난 9월 '지진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산자부는 주요안전계통(원자로반응도제어, 원자로냉각재 압력 및 재고량 제어, 잔열제거)의 내진 기준을 0.2g에서 0.3g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동정지 설정치는 0.1g다."

Q. 규모 6.1의 지진으로 배관이 막히고, 주배관이 파열, 누수, 냉각재상실사고(LOCA)가 발생하고 노심온도 상승의 중대사고 시나리오는 맞는가.

"지진으로 주배관이 파단될 때 가정할 수 있는 전형적인 중대사고 진행 경위이다. 앞선 '지진과 원전 사고 가능성'에서 언급 했다시피 원자로냉각재계통의 주요 배관들과 사고완화를 위한 안전계통은 매우 높은 지진내력을 가지고 있어 지진으로 인한 LOCA 발생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LOCA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나라 모든 원전에는 LOCA에 대비한 안전주입 계통들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어 중대사고로 진행 되려면 LOCA 발생과 동시에 모든 안전계통이 지진으로 손상돼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지진에도 원자로냉각재계통의 파손으로 인한 LOCA 발생이나 LOCA를 완화하기 위한 발전소 안전계통의 기계적 고장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Vent밸브를 열어서 수소가스를 배출하려고 하는데 밸브가 열리지 않아서 수동으로 Vent밸브를 열려다가 실패하는 것이 국내 원전 구조상 가능할까.

"국내 가압경수로 격납건물의 설계를 고려할 때 Vent밸브를 열 필요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노심 손상이 진행되는 중 격납 건물이 작아서 수증기, 수소가 발생하자 격납 건물의 온도 압력이 급격히 상승되어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Vent 밸브를 열고자 하는 시도를 했다. 영화는 그 상황을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가압경수로의 경우 Vent 밸브를 열 필요가 없다. 가압경수로의 경우 격납건물의 체적이 충분히 커서, 최악의 중대사고와 더불어 운전원이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격납건물이 파손 압력까지 도달하려면 2-3일 걸린다."

Q. 국내 설치된 원자로가 폭발하고 격납건물이 파괴될까.

"우리나라 원전도 최악의 중대사고가 진행되면 원자로가 파손되고, 격납건물이 부분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하지만 원자로가 폭발하거나 후쿠시마 원전에서와 같은 전체적인 격납건물의 폭발 파괴는 불가능하다. 국내 가압 경수로의 경우, 설계 특성상 원자로가 정지되지 않아도 반응도에 의해 원자로 출력이 제어된다. 또한 중대사고로 인한 최대의 수소 발생량을 가정해도 그 평균 농도가 격납건물에서 전체적인 수소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에 근본적으로 도달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로 건물 내 평균 수소 농도가 수소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기준 이상이 되면서 원자로가 파손되고 원자로 건물이 수소 폭발로 파괴된 것이다. 당시 파괴된 원자로 건물은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 형태가 아닌 일반 건물이다."

Q. 지진발생으로 밸브에 균열이 발생해 다량의 냉각수가 유출될 때 다중으로 설치된 안전장치의 미 작동으로 수소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는지.

"우리나라 원전은 다중 안전 시스템으로 수소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우선 지진감시계통(SMS)에서 관측된 지반가속도 크기에 따라 단계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절차화되어 있다. 사고 시 2차 계통을 통한 지속적인 자연 순환 냉각이 가능하고, 배관 파열 수준에 따라 저압 주입계와 고압 주입계로 상온의 냉수(보조 냉각재)를 투입하는 긴급 노심냉각장치(ECCS)가 작동하므로 노심 냉각이 가능하다. 또  전원이 불필요한 피동촉매형 수소제거설비(점화장치) 보유, 실시간 수소 농도 감시설비 설치로 수소폭발 가능성도 낮다."

Q. 국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의 냉각수가 유출될 경우 폭발 가능성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는 냉각수가 유출되더라도 폭발될 가능성은 없다. 저장조의 구조가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시 저장조가 지상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저장조 하부와 지표면 사이에 공간이 존재했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암반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그 위에 저장조를 짓기 때문에 저장조 하부에 공간이 없다. 저장조 바닥 폭파 시나리오는 잘못됐다. 사용후핵연료에서의 수소 발생은 노심에서 저장조로 최근 방출된 붕괴열이 높은 일부 핵연료에서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반해, 인위적 폭발은 모든 사용후핵연료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방사성 물질 누출이 더 심각할 것으로 판단된다." 

Q. 1차 계통의 냉각수에 직접 노출됐을 때 방사선 피폭되는 수준은.

"만에 하나 냉각수에 직접 노출되더라도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1차 냉각수는 노심의 연료봉과 직접 닿기 때문에 노심 용기나 배관, 연료 피복관 등에서 녹아 나온 철, 망간 등의 금속을 포함해, 이들 불순물이 방사능을 띈다. 주요 특성은 330℃의 고온, 150기압의 고압과 더불어 고방사능으로 직접 노출 시 위험하다. 영화 상 피를 토하고 피부가 화상을 입어 죽어나가는 것으로 설정됐는데 한번에 7000 mSv 이상 전신피폭 시 수 주 내 사망하지만, 200 mSv 이하의 전신피폭은 임상적으로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격납건물 파괴 후 방출된 방사성물질로 인한 주변 지역 주민들의 피폭은.

"후쿠시마 급의 사고가 나더라도 우리나라 원전은 노심용융, 격납건물 파괴로 방사성 물질의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심각한 피폭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차분하게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UN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인근 지역에서 방사능 피폭 자체에 의한 사망자는 거의 없다." 

Q. 20km 주변 방사선 농도가 100밀리시버트(mSv)까지 오를 수 있는지.

"가능성은 있으나, 후쿠시마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일부 20km 주변지역 중 50mSv를 넘는 경우는 보고되었으나, 100mSv를 초과한 경우는 보고된 바 없다. 국내 원전의 3000MW(th) 출력을 기준으로 20km에서 100mSv 피폭 시나리오는 설정 가능하다."

Q. 방재활동을 하던 소방관이 피를 토하고 죽어나가는 것이 가능한지.

"대응활동 중 소방관이 피를 토할 정도의 상황설정은 사고 시 방사선방호체계를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전 사고 시 대응하는 방재요원(소방관 포함)은 개인선량계를 패용해야 하며, 대응활동 중 복귀지침 선량한도(최대 500mSv)가 제한되어 있어, 피를 토하며 죽을 정도의 현장대응이 허용되지 않는다."

Q. 방사선을 피해 대피 시 차량 밖으로 나와 이동해도 되는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경계(UPZ)는 심각한 피폭이 예상되지 않으므로, 개인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Q. 수소폭발 후 사고 대응을 위한 해수 투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원자로 재사용을 위해 망설이는 것으로 표현됐는데.

"수소 폭발이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므로 해수 투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Q. 지진 발생 전 새떼나 쥐떼의 대규모 이동이 사실인지.

"과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할 때 사전에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현 기술로는 불가능하고 사전에 동물들이 비정상적인 활동을 보이는 것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영화가 가져올 수 있는 기술적 원리, 사고 진행관리, 재난관리 등 오해로 원전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 각 해당부서에서 기술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었다"면서 "국민적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급성 방사선 피폭 영향.<자료=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급성 방사선 피폭 영향.<자료=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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