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국내 최초 에클로자이트 발견
"한반도 더 이상 지질 변방국 아니다···한반도 중심으로 세계 지질 역사 밝힐 것"

오 교수는 "첨단 분석장비의 발달로 지질 역사가 재해석되고 있어 우리나라 지질도 역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오 교수는 "첨단 분석장비의 발달로 지질 역사가 재해석되고 있어 우리나라 지질도 역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한반도가 현재의 모습을 갖춘 시기는 언제일까? 

지질학계에서는 18억년 전 지금의 모습을 형성해 2억년 전까지 조용히 유지돼 왔다는 이론을 오랫동안 믿어왔다. 하지만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에 반하는 이론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있다. 

작은 돌 하나로 커다란 땅덩어리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오 교수는 "한반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볼 수 없지만 암석을 들여다보면 한반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며 한반도의 형성 시기를 기존 이론과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한반도는 2억5000만년에서 2억3000만년 전 사이에 커다란 대륙충돌을 한 후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며 그가 발견한 '에클로자이트(eclogite)' 암석을 증거로 제시했다. 에클로자이트는 큰 압력에 의해 생기는 대표적 암석으로 에클로자이트의 발견은 대륙충돌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오 교수는 말한다.  

"국내에서 발견된 에클로자이트 나이가 2억3000만년 전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페름기 말(약 2억5000만년 전)에서 트라이아스기(페름기 이후 중생대 시작) 초에 한반도 내 대륙충돌의 규명이기도 합니다. 2억3000만년 전의 에클로자이트 암석은 한반도가 현재의 모습의 형성한 최종 시기를 알려 주는 것입니다."

오 교수는 에클로자이트 발견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 샘플 암석 박편에서 에클로자이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3일 밤을 꼬박 새웠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 에클로자이트가 발견된 적이 없었다. 샘플로 받은 암석 박편에서 에클로자이트로 추정되는 것을 보고 설레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에클로자이트를 확인할 수 있는 옴파사이트(omphacite) 광물을 발견했을 때의 환희는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오 교수는 "녹색 나트륨이 많은 휘석인 옴파사이트는 에클로자이트를 확인하는 결정적 단서다. 녹색이라고 모두 옴파사이트는 아니다. 확인을 위해서는 전자현미경이 필요하다"며 "옴파사이트 함량이 25%가 넘어야 하는데 샘플은 17%에 불과했다. 실망스러웠지만 가능성은 확인했기에 연구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암석 샘플을 채취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무한 반복한 끝에 오 교수는 국내에서 에클로자이트를 최초로 확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에클로자이트에 대한 정확한 연령을 알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역사만큼이나 지질 형성도 복잡합니다. 한반도는 작지만 25억년에 걸친 암석이 고루 분포한 복잡한 지질구조를 지녔어요. 오랜 세월을 지나며 변성으로 암석의 나이가 섞이기도 하고요. 샘플로 채취한 에클로자이트도 변성됐죠. 고생대와 중생대 사이의 암석임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국내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었어요." 

오 교수는 에클로자이트의 정확한 나이 확인을 위해 분석장비가 있는 호주와 중국을 오갔다. 그는 "호주로 가면 출장비만 2000만원 정도가 필요했다. 이후 중국에 분석장비가 들어와 좀 더 저렴하게 장비를 쓸 수 있었다. 물론 에클로자이트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며 "에클로자이트의 나이가 8억년과 2억3000만년임을 확인했다. 한반도에 대륙충돌이 있었음을 증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초지원연 첨단 분석장비, 지질 역사 재해석 '한 몫'

오 교수가 암석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오 교수가 암석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그비싼 장비로 돌을 연구하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우리의 역사를 알지 말자는 것과 같은 말이다. 우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반도 나아가 지구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오 교수가 수십년째 암석 연구에 매달리는데는 이유가 분명하다. 암석만이 간직하는 수만년에서 수십억년의 기억을 깨워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아가자는 데 있다.  

지질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연구장비의 중요성도 크다. 오 교수가 한반도의 지질 역사를 새롭게 쓰는데 있어 EPMA(전자탐침 미소분석기)와 SHRIMP(초고속분해능 이차이온 질량 분석기) 등과 같은 첨단분석 장비들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EPMA는 시료로부터 방출되는 이차전지를 이용해 시료의 표면, 단면, 형상 등을 나노크기 수준으로 측정, 물질 표면의 원소 분포도를 측정해 시료의 성분, 조직 및 조성을 정성·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암석의 변성작용과 지구조 환경 분석에 용이하게 쓰이고 있다. 

오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에클로자이트를 발견한 것이다. EPMA 전자현미경을 통해 옴파사이트를 찾지 못했다면 에클로자이트도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작은 돌에 새겨진 수 만년의 흔적을 찾는 데는 분석장비와 분석기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HRIMP는 암석 표면에 소량의 마이크로 빔을 쏘아 분석에 필요한 우라늄만 추출해 측정하는 장비다. 암석이나 광물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워낙 고가로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장비로 국내에도 2010년 기초지원연 오창 본원에 설치됐다. 

그는 "마이크로 크기의 미세 분석을 할 수 있는 SHRIMP가 없었다면 한반도의 지구조 운동을 분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암석은 오랜 시간 동안 있으며 변성을 한다. 하지만 암석이 생성될 당시의 기억도 잘 간직하고 있다. SHRIMP는 암석의 부분별 연대측정이 가능한 만큼 암석의 나이를 아는데 중요한 장비"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 교수는 "SHRIMP가 없던 시절에는 연구가 거의 이뤄질 수 없었다. 사실 지방대 능력으로는 SHRIMP나 EPMA와 같은 장비를 사거나 운영할 수가 없다"며 "SHRIMP가 없었을 때는 호주,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 부담도 상당했다. 국내에 SHRIMP가 생기면서 연구를 손쉽게 하게 됐다. 지질 역사를 새로 쓸 연구 결과들도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분석 장비만큼이나 분석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연구장비가 아무리 비싸고 좋아도 분석자 없이는 장비의 가치를 십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분석장비가 없었다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첨단 분석장비는 지질의 역사를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며 "하지만 장비 개발 만큼이나 우수한 분석자 확보도 필요하다. 국내 분석 수준을 세계화 시키기 위해서는 분석자들도 육성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 교수는 앞으로 한반도에 이어 동북아 지질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 지질 역사를 밝혀 내고자 한다.  

"한반도는 지질 역사의 변방이 아닙니다. 한반도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질 역사에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한반도의 지질학적 해석에 따라 동북아 지질 역사의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한반도가 지구 지질 역사를 알아가는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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