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과학계···"과학자들, 방관자 태도 버려야"

[국감 우수의원 릴레이 인터뷰 ⑥]"정부 과학기술 정책, '철학' 절실"
이상민 의원 "차기 정부에 정책방향 담긴 실행구조안 제시할 것"
"퀀텀점프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과학기술을 위해 목소리를 내면 그 에너지가 축적되어 언젠가는 다음 단계로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들이 자기 연구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후배와 동료들이 바람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과학기술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책무입니다."

과학동네 유성구와 10년 이상 함께해 온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말이다.
4선에 성공하며 20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소속된 이상민 의원은 누구보다 과학기술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과학계 현장 목소리를 귀기울여 온 이 의원은 "10년 전, 2년 전 국정감사에서 나온 과학계의 지적들이 지금의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노력과 과학자들의 정치 참여가 함께 이뤄진다면 변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민 의원은 "지금의 성과제도는 너무나 잘못된 잣대이며 이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김요셉 기자>이상민 의원은 "지금의 성과제도는 너무나 잘못된 잣대이며 이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김요셉 기자>

◆ "정부는 제대로 된 정책철학 갖추고, 과기인은 적극 정치 참여해야"

특히 이 의원은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같은 문제점이 국감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국가의 의사결정과 집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의원과 정부 관료들이 성과에 대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의원은 "기술료 수입, 중소기업 지원금액, 저성과자 퇴출, 임금피크제 등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제도들로 인해 연구현장이 황폐화되고 연구소가 성장은 커녕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국감에서 제기된 다양한 연구성과 사례를 예로 들며 "국가가 연구에 믿음을 갖고 연구를 잘 수행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 연구자들의 소망인데 정부는 그들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과학기술 공동체가 잘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과학자와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부는 공동체를 위해 세운 목표와 투자전략을 분명히 제시하고 국민을 이끌 수 있는 공감‧설득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정부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인들 역시 깨어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차피 안 될텐데'라는 생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과학기술인들이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치에 직접 참여하든 아니면 정당을 지지하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의원들이 출연연의 성장을 위해서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이면서, 원로 과학자들과 출연연의 수장들이 적극적으로 정부에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국감에서 질문을 하면 정작 과학자들이 답을 하지 않거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할 때가 있다. 원로들과 원장들이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과학계를 이끌어 갈 후배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연구환경을 개선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과학기술부 분리 급선무···차기 정부에 제시할 과기정책 준비중"

이 의원은 향후 과학계 거버넌스 개편을 위해 "과기부와 정통부를 분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과학기술, ICT, 통신 분야가 합쳐진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체제에서는 긴 호흡이 필요한 과학기술 정책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현재 과학기술·인재육성에 필요한 정책방향이 담긴 실행구조안을 만들고 있으며 차기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목표는 실행안이 중앙 부처의 공감대를 얻어 다음 정부에서 바로 실행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실행안이 현실화 된다면 그동안 고질적으로 잠재돼 있던 문제들의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과학기술계 신임 기관장 선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의원은 과학계 기관장 선임 절차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중견연구자나 일부 교수들이 정치권의 연줄을 통해 기관장이 되려는 풍조가 심해졌다"며 "낙하산처럼 기관장에 선임되는 실력도 없고 신망도 없는 사람들은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 커녕 권력자들의 뒤에 줄서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구성원들이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기관장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허구에 불과한 기관장 공모와 선정절차를 개혁해야 한다"며 "그런 방향으로 의원으로서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인들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요셉 기자>이 의원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인들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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