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보직자 권력 이용 여성 위촉직에 몹쓸 짓
"성의식 왜곡 보직자 여전히 존재···전수 조사 및 대책 마련해야"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성추행으로 가해자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KISTI의 경우 올해 초 성희롱 사건으로 내부 보직자가 징계를 받은 뒤 또 다른 보직자가 연구소 내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져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6일 본보 확인 결과 KISTI 슈퍼컴센터 K 씨는 같이 일하던 위촉연구원 여성 직원 B 씨를 성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해임 처분됐다. 

K 씨는 위촉계약직인 여성 직원 B 씨에게 강제적인 신체 접촉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KISTI는 지난 10월 1차 내부 징계위원회를 열고, 11월 초 2차 징계위원회를 거쳐 지난 11월 7일 최종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번 징계에 대해 K 씨는 부당해고 명목으로 법원에 행정심판 소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KISTI는 올해 초 성추행 사건으로 내부 징계위원회를 열어 보직자 P 씨를 강급(직급 하양 불이익 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KISTI 말고도 과학기술계에 최근 성추행 사건이 또 있었다. 지난 9월 30일 사직서를 제출한 KISTEP 부원장은 만취한 계약직 여직원을 모텔로 데려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이 부원장은 지난 8월경 기관 직원 3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여직원 1명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동행해 모텔로 데려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원장은 보직 해임으로 그만 둔 상태며,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다. 

◆ 과학계 성희롱 사건의 공통점···우월한 지위 이용 비정규직 약자에 몹쓸짓

그런 가운데 연구현장에서는 최근 연이은 과학계의 성추행 사건들이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일부만의 문제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 사건의 공통점은 보직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위촉계약직 등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성희롱 등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범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보직자가 정규직화를 시켜주겠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 약자에게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꼴이다. 

KISTI 한 여성 연구원은 "연구소 내에 신체적 접촉을 당연하게 여기는 보직자가 아직도 존재한다"라며 "기관 차원에서 보다 면밀히 상황을 파악하고 혹시 성희롱 등을 당하고 있는 직원들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른 출연연 한 과학자는 "여성이나 남성 모두 권력격차를 이용해 직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례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연구소에서 보복이 두려워 이야기 할 수 없는 사례가 없는지 제대로 파악해 보고, 피해사례는 강력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 한 감사관은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성추행은 주로 상하관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부당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미처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일이 많다"라며 "엄연한 형법상 강압적 추행은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과학기술인 출신 신용현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아직도 연구현장에서 성추행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 일벌백계 해야한다"며 "여직원 고충처리상담 창구를 활성화시키고, 보직자 성별 균형을 개선하는 등 상호존중 문화가 개선되도록 관심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과학기술계에서 성희롱, 성추행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거나 목격한 사례가 있으면 적극적인 제보(joesmy@HelloDD.com) 부탁드립니다. 취재 확인 등을 통해 더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대덕넷도 일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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