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재활용 자판기 수퍼빈 '네프론'···김정빈 대표 "미래세대 긍정적 변화에 기여"

김정빈 수퍼빈 대표.<사진=백승민 기자>
김정빈 수퍼빈 대표.<사진=백승민 기자>
올해 초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세기의 대국으로 떠들썩했다. 인류의 산업은 다시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게 된 가운데 알파고 등장 이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폐기물 재활용 플랫폼을 만든 벤처기업이 있다.

미래 세대에 올바른 환경보존 문화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품은 수퍼빈(대표 김정빈)이 그 주인공이다. 김정빈 대표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 300명, 연매출 5000억원의 중견 철강기업 '코스틸'을 이끌던 CEO였다. 그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6월 수퍼빈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재활용 대상 폐기물에 재화적 가치창출을 통해 환경보호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위해 AI(인공지능) 학습기반의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생활 폐기물에 대한 고정관념의 변화와 기존 처리방식의 행동을 패턴을 고민했다"며 "재활용품의 재화적 가치창출을 위한 시민들의 문화를 창조해 보고자 네프론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알아서 분류하는 '똑똑한' 쓰레기통

현재 독일, 미국,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재활용 자판기 보급이 활발하다. 자원 순환시대를 이끄는 쓰레기통은 그 자체로 경제적·사회적·미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보급 초기 단계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퍼빈은 최근 과천시민회관에서 토종 AI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을 공개했다. 이날 시민들은 직접 빈병이나 캔 등을 네프론에 넣고 현금을 돌려받는 시연에 참여하며 처음 접하는 똑똑한 쓰레기통을 신기해 했다. 수퍼빈의 네프론은 시민 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수퍼빈은 지난 18일 과천시민회관서 네프론을 선보였다.<사진=백승민 기자>
수퍼빈은 지난 18일 과천시민회관서 네프론을 선보였다.<사진=백승민 기자>
작년 김 대표는 권인소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의 '3D 물체인식 기술'을 이전받아 폐기물을 선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 네프론에 적용했다. 3D 물체인식 기술은 특정물체에 대응하는 영상신호를 입력하고 물체의 특정점 중심으로 특징을 추출해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모델과 비교·식별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네프론은 '뉴로지니'라는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술로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선별해 종류별로 분리, 회수할 수 있다"며 "게다가 PET병이나 캔은 찌그러드는 패턴이 있는데 네프론은 이를 특정점으로 학습해 어떤 형태의 재활용품이든 98% 이상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프론은 빅데이터기반 AI를 활용하기 때문에 재활용 처리 횟수가 늘수록 인식률도 비례해 함께 상승한다. 앞으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도입해 자판기 이용자 데이터와 위치별 매출 실적 등까지 연계해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 맞춤형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네프론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네프론 기기에 캔, 페트, 병 등을 투입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투입 완료' 버튼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네프론은 수입에 전량 의존하던 재활용 수집기기의 국산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과천시와의 시범사업을 통한 네프론의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미래 세대의 긍정적 변화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 "스타트업, 1년 내 성과 내야"

철강회사를 운영하던 김 대표에게는 알고리즘 등의 IT 개발은 낯선 분야였다. 때문에 네프론 개발은 단계별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김 대표에게는 네프론의 AI 기술외에도 하드웨어를 컨트롤하는 수 만 가지 전자제어장치와 ERP 시스템, 통신 웹사이트 구축개발 모듈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였다.

그는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나눠 개발 파트너를 찾는 것이 제일 관건이었다"며 "내 스스로가 역량이 없으니 개발자에 대한 역량 확인이나 진행상황 등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고 소회했다.

김 대표는 이어 "개발자들의 세상이나 과업을 놓고 바라보는 눈은 각자의 개성대로 모두 다르다"며 "함께 개발한 여러 기업이 사업 아이템이 의미가 있다고 동의가 있기까지 이를 한데 모아 소통하고 융합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자질이자 끝없는 수행 과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게 미래과학기술지주는 또 다른 지원군이었다. 김 대표는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도 단기간에 사회에 성공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래과학기술지주가 KAIST의 기술 등 창업 초기 우수한 인프라를 연계해 줘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품의 재화적 가치창출을 위한 시민들의 문화를 창조해보고자 네프론을 개발하게됐다"고 설명했다.<사진=백승민 기자>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품의 재화적 가치창출을 위한 시민들의 문화를 창조해보고자 네프론을 개발하게됐다"고 설명했다.<사진=백승민 기자>
김정빈 대표는 이밖에도 네프론과 관련된 캐릭터 홍보사업도 집중할 예정이다. 단순히 제품만 개발하기보다는 시민들에게 좀 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 재활용 문화를 꾸려나가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 과정을 자동화로 줄인 비용만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게 목표"라며 "네프론이 재활용품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누구나 재활용품을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태기 위해 꾸준히 2세대, 3세대 모델을 꾸준히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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