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총학생회, 26일 서울 광화문 집회 등 참가
150여명 학생···오픈채팅방 통한 소통과 공유

26일 광화문 광장서 열린 집회에 참가하면서도 학교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KAIST 학생.<사진=허경륜 기자>
26일 광화문 광장서 열린 집회에 참가하면서도 학교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KAIST 학생.<사진=허경륜 기자>
26일 오전 10시 30분. 한적한 KAIST 오리연못 인근 대로. 정차된 버스 앞으로 학생들이 나와서 신청자 이름을 일일히 체크한 이후 준비한 촛불, 핫팩, 식사 등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오후 광화문서 열리는 제5차 범국민행동에 나서기 위한 것.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도착하자 KAIST 학부 총학생회 학생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실시간 위치 파악과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 KAIST 학내 사이트.<화면캡쳐=강민구 기자>
실시간 위치 파악과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 KAIST 학내 사이트.<화면캡쳐=강민구 기자>
집회 동행에 앞서 KAIST 총학생회에서 마련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접속했다. 참가 학생은 약 150명. 학생들은 피켓 제작부터 위치확인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면서 소통하는 모습이다.

포항공대에서 상경하는 인원을 별도로 모집하지 않아 친구에게 부탁해 KAIST 학생들과 동행한다는 한 학생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KAIST 학내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이동 경로 파악과 위치 설명 등의 로그 분석을 공유하는 모습이 꽤나 과학적이고 인상적이다.

버스는 이내 가득찼고, 1호차와 2호차로 나뉘어 출발했다. 학생들은 잠시나마 잠을 청한다. 약 2시간을 이동해 양재 IC 부근에 다다르자 도로 한 편으로 상경을 저지당한 농민들의 트랙터도 보인다.

버스의 예정된 루트는 서울시청 방면으로 곧장 가는 것인데, 교통 체증이 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은 양재역에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서 본 서울 하늘은 뿌옇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짐을 들고, 지하철을 이용해 경복궁역까지 이동했다. 무거운 상자를 홀로 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학생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상경 이후, 일부 학생들은 총학생회 일행과 잠시 떨어져 개별적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눈발이 거세지자 학생들은 저마다 우비를 꺼내 입는 모습이다. 이내 도착한 광화문은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인다. 학생들은 다시 모여 대열을 가다듬고 오후 2시부터 열린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에 참가했다. 서울권 주요 대학의 깃발들이 보이는 가운데 학생들은 충청권 대학생 시국회의 일행과 맞춰 자리를 정한다. KAIST 학생을 포함해 전국 대학생들의 자유 발언이 진행됐다. 

KAIST 총학생회에서 만든 민중총궐기 참가자 오픈 채팅방. 실시간 위치확인, 의견 개진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됐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KAIST 총학생회에서 만든 민중총궐기 참가자 오픈 채팅방. 실시간 위치확인, 의견 개진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됐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거셀 눈발도 문제없다".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사진=허경륜 기자>
"거셀 눈발도 문제없다".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사진=허경륜 기자>
이어 오후 3시 30분경 대학생들의 청와대로의 행진이 진행됐다. 청와대를 200m 코 앞에 두고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했다. 주변은 수많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복궁 동쪽 소격동 국립 현대미술관 인근에 인파들로 가득 찬 가운데 시위가 계속됐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아무것도 하지 마라" 등의 함성이 가득찼다.

경복궁 동쪽으로 행진하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경복궁 동쪽으로 행진하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적이 있었던가? 수많은 인파들이 모인 가운데 시위가 진행됐다.<사진=강민구 기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적이 있었던가? 수많은 인파들이 모인 가운데 시위가 진행됐다.<사진=강민구 기자>

시위를 진행하면서도 이를 즐기고 있는 KAIST 학생들의 모습.<사진=허경륜 기자>
시위를 진행하면서도 이를 즐기고 있는 KAIST 학생들의 모습.<사진=허경륜 기자>

'즉각 하야'를 해야한다고 적힌 플래카드.<사진=강민구 기자>
'즉각 하야'를 해야한다고 적힌 플래카드.<사진=강민구 기자>
오후부터 시작된 집회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오후 5시경 예정된 집회 시간이 끝날 무렵이 되자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주최측이 준비한 LED 화면을 통해 광화문 광장서 진행되는 '5차 범국민행동' 행사 현장을 함께 보며 시위를 이어갔다. KAIST 학생들도 충청권 대학생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한 촛불을 켜기 시작했다. 함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종이속에 수식을 적으면서 학교 과제를 함께 하는 학생의 모습도 보인다. 참가자 일행은 8시경에는 촛불 소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잠시 학생들과 떨어져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했다. 가수 양희은, 안치환, 노브레인 등이 참가하는 공연 등 광화문 광장서 진행된 행사가 끝나고 수많은 인파들이 청와대를 포위하기 위해 동쪽과 서쪽, 가운데로 퍼지기 시작했다. 인근 도로는 차량이 아닌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이미 발디딜 틈도 없다.

경복궁 동쪽, 서쪽으로 집회를 이어가는 시민들.<사진=강민구 기자>
경복궁 동쪽, 서쪽으로 집회를 이어가는 시민들.<사진=강민구 기자>
오후 10시경 다시 KAIST 학생들과 합류했다. 하행 버스는 오후 9시와 11시로 나뉘어 마련됐다. 오픈채팅방을 보니 예정됐던 귀가를 취소하고 새벽 첫차시간까지 밤샘시위를 계속하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KAIST 차량을 타고 대전으로 출발하기전 "현재 시국과 함께 현재 학교 내 부조리한 것은 없는지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는 학생과 "빈 시간 동안 광화문서 같이 구호를 외치고 왔는데 국가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많이 동참해서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버스 기사의 말 속에 진심이 느껴진다.

김수민 KAIST 수리학과 학생은 "실제 집회에 처음 참가해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면서 "그동안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해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준혁 KAIST 화학과 학생은 "그동안 과제와 발표준비로 집회에 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시간이 되서 참석할 수 있었다"면서 "3주 연속으로 많은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데, 정부도 이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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