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마다 제각각 선정 기준 마련으로 불신 커져…연구회 "현재 작성 중"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본격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년 연장의 대안으로 제시된 우수연구원 제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연구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년 환원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했다. 각 출연연과 기타 공공기관에서는 정부가 정한 임금피크제 도입 시한인 10월을 넘기면서 항의를 거듭했으나 '우수연구원 제도' 확대에 합의하면서 일단락 된 바 있다.

우수연구원 제도는 연구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된 제도로 출연연 정규직의 최대 10%를 선발하고 있다. 우수연구원에 선정되면 정년이 61세에서 65세로 4년 늘어난다.

현재 각 출연연마다 자율적으로 기관특성을 반영해 선발기준을 제시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와 협의해 확정키로 운영방향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출연연 우수연구원 제도 가인드라인은 지난 2012년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가 마련한 지침이다.

2012년 마련된 운영지침에 따르면 우수연구원 신청자격은 책임급 임용 후 7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 연구원이 대상이다. 또 책임급 임용 후 논문, 특허, 기술료 실적 중 어느 한가지가 상위 20% 안에 들고 개인평가 결과가 평균 4.0 이상, 국가 과학기술과 기관발전에 기여했을때 우수연구원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지침서에는 신청자격만 있을뿐 선정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당장 우수연구원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정확한 선정 기준도 없는 상태인 셈이다.

◆ 이미 임피제 시행됐는데, 연구회 이제 가이드라인 만드는 중

"우리 연구원에서는 연구자와 보직자 트랙으로 구분, 보직을 맡고 있는 연구자의 경우 연구실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 없이 출연연마다 우수연구원 선정에 들어가면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뛰어난 연구실적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연구자도 잘못된 선정 기준으로 우수연구원 선정에 탈락되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연연의 A 책임연구원은 "책임급 이상인 연구자의 경우 대부분 보직을 맡게되는데 연구실적을 제외한 인사평가와 부서평가로 우수연구원을 선정하면서 실제 연구실적이 우수한 연구자가 선정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보직을 맡으면서 연구활동을 해온 B 연구자는 "과제를 수주하고 연구를 진두지휘하며 연구성과를 내고 있지만 실제 평가는 인사평가가 더 많이 적용되면서 연구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런 평가를 하면 누가 보직을 받아 후배 연구자들을 이끌려 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출연연의 C 연구자 역시 "기관장과 그 분야 보직을 맡고 있는 몇몇이 선정 기준을 좌지우지하면서 연구실적 비중은 낮추고 기여도 비중을 높이는 등 제각각의 선정기준으로 연구를 열심히 한 연구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회의 '소관기관 영년직 연구원 제도 운영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0월 각 출연연에 배포했지만 우수연구원 제도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본지 취재 결과 연구회는 의견 수렴을 통해 현재 우수연구원 제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회 관계자는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영년직 연구원 제도 가이드라인을 먼저 마련했다"면서 "올해안에 우수연구원 제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상위부처와 협의를 거쳐 연구 현장에 배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연구회의 늦장 대응 피해는 고스란히 연구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구회가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과학정책 전문 D 연구자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광풍처럼 임금피크제를 밀어부치며 연구현장에서는 몸살을 앓았는데 연구회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수연구원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능력있는 연구자에게만 정년을 연장해주자는 것인데 열심히 한 연구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는 자칫 연구는 안하고 꼼수를 부리는 연구자가 혜택을 보면서 서로간 불신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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