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 '정책실패와 유사정책 반복' 주제로 열려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이 '개혁의 정치:정책의 실패와 유사정책 반복의 개선'을 주제로 23일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열렸다.<사진=대덕넷>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이 '개혁의 정치:정책의 실패와 유사정책 반복의 개선'을 주제로 23일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열렸다.<사진=대덕넷>
"우리나라 정책은 정부 주도로 정책 아이디어가 나오고 발표되면 끝이다. 모니터링도 리뷰도 없고 실패해도 왜 실패했는지, 왜 반복해 실패하는지 논의하지도 않는다. 고치려는 노력도 없었다."(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책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리뷰 필요한데 우리는 단절된 상태로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없었다. 집행에서도 실행에서도 마찬가지다."(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비슷한 정책이 반복되는 원인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은 '개혁의 정치:정책실패와 유사정책 반복의 개선'을 주제로 30여명이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소회의실에서 여섯번째 포럼을 가졌다.

이번 포럼은 과학계와 인문사회계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회원들에게▲지금까지 해소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정책적 문제는 무엇인가 ▲난제라고 이해되던 정책적 문제가 해소된 사례는 있는가라는 사전 질문을 보내 이에 대한 답을 자료화하고 공유하며 토론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회원의 상당수는 정책적 문제 해소 사례를 묻는 질문에 '없음'과 '후퇴했다'고 답변, 정부 정책의 실패가 반복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 실패 원인 1, 현장 배제한 관료 입맛에 맞는 정책

각 분야의 현안이 해결되지 못하는 정책적 원인으로 참석자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과 '현장 의견을 배제한 관료 중심의 정책입안'을 들었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도 실제 정책입안시에는 배제하면서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정책이 실패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이성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권이 바뀌면서 출연연의 상위 부처가 과학기술처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미래창조과학부로 달라지고 출연연의 목소리를 대변할 연구회 등이 정책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등에도 분야의 대표격 인물이 참여해 심층논의를 하기보다 정책 결정의 거수 역할만 하면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연구회나 이사회 등도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기보다 정부가 내놓는 의견을 따르는 등 왜곡된 참여가 반복되면서 현장은 더 나빠지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정성영 ETRI 연구위원은 현장과 정책의 괴리로 지식생태계가 뒤틀려 있음을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ICT 분야 연구는 2007년부터 융합이 화두였다. 하지만 융합을 위한 수평적 소통과 협력,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는 "바텀업으로 의견을 제안하지만 돌아오는 안을 보면 원래 형태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의 모양새가 되고 결국 관료의 요구형태로 바뀌어 있다"고 말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서 인공지능이 뜨면 예산이 그쪽으로 쏠려 하드웨어를 하는 연구자들은 불안해 하게되고 결국 지식생태계가 뒤틀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정부가 현장의 실상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빠르게 변하는 민간시장의 속도를 관료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결국 정부의 느린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되면서 실질성이 없고 유효하지 않다. 그동안 교체된 정부의 정책 대부분이 덮어쓰기처럼 반복되는 것도 예산, 정부 중심의 공급자 입장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 실패원인2, 정부와 현장의 시각차로 생태계 부재

정책의 반복적인 실패 원인으로 정부와 현장의 시각차 문제도 제기됐다.

유성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와 출연연 현장의 방향성 부재를 꼬집으며 "PBS 제도도 초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방향성 없이 왜곡되면서 지금은 단점이 더 많은 제도로 개선이 필요해도 누구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잘못된 정책은 개선 해야하는데 관료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현장의 연구자 중 일부는 잘못됨에 편승해 이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안된다"면서 "이는 기관장 선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 총장은 내부 구성원이 선출하는데 출연연 구성원은 의견조차 내지 못하는 구조다. 최소한 30%의 의견 반영이라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석준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율성에 대해 짚었다. 그는 "연구자들이 말하는 자율성은 방관적 자율이 아니라 큰 틀에서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특허 논문수까지 점수로 지정해 오는 수준으로 연구자들이 숨쉬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문제에 대해 지적하면 전체를 보고 수정하는게 아니라 부분별로 일부만 고치면서 전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이를 관리하거나 유지할 힘도 없게 됐다"면서 "전체를 보고 갈 수 있는 전문가가 들어가 일을 하고 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생태계가 없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민 ETRI 연구위원은 'R&D 유목민'이 생길 정도로 정책의 일관성이 없음을 꼬집었다. 그는 "20년 연구원 생활 중 PBS 제도에 따른 과제를 수주하면서 전공도 모호해지고 있다. 어느때는 이럴려고 공부했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잘못된 정책으로 기술 축적이 안된다. ETRI 성과들은 연구자율에 의해 10년 이상 연구하면서 나온 것이다. 정부정책에 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해결, 지식인 스스로 정책 리뷰하고 피드백하며 논의해야

"현재까지 정부정책 수립과정 자체가 잘못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산하기관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어도 누구도 그에 대해 손대지 않고 리뷰하지도 않았다. 이를 리뷰하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남탓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과학자들이 사회에서 주체가 될 수 있었으나 안하려고 한다. 이제는 과학자 스스로 주체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책 실패를 단절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지식인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고 논의를 해야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중지가 모아졌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정책은 공무원이 좌지우지하게 만들어졌다. 민간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데 실제 민간의 역할은 정책 어디에도 없다. 이를 알면서도 누구도 이를 지적하고 논의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한다고 하는데 실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실패가 반복되는 정책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포럼에서 그런거 보면서 논의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정책의 반복적 실패로 국가와 연구자의 신뢰가 고갈되고 방치된 수준"이라며 "더이상 국가의지와 정치적 지원에 의존한 정책 담론의 나열과 이를 포장하는 발표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헌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시스템 차원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에는 위에서 결정해 동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회가 아니다. 시스템 차원에서 역할을 분배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문제들이 많았는데 이번 국정농단으로 수면위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통해 사회전반적으로 시스템적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주장하자 참석자들은 "컨트롤타워는 더이상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문제를 잡아내는데 동력이 사용됐다. 관료들은 문제 발생시 전체 시스템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 이들이 다시 그대로 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권과 관료에만 맡기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청년실업 정책과 지자체 관련 정책 문제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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