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국선언 주도 권인소 KAIST 교수협 회장

"대한민국 역사상 전 분야에 거쳐 사회가 좀 더 투명해 지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계도 마찬가지로 관행적인 부패 요소와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번 기회에 과감히 잘못을 인정하고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권인소 KAIST 교수협의회장(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의 소신 발언이다. 

권 회장은 KAIST 교수들의 시국선언 봉기의 마당을 펼친 장본인이다. KAIST 교수들이 정치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적극적 성명을 낸 것은 KAIST 개교 4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국정농단 의혹사건과 관련해 다양한 형태로 교수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권 회장은 적어도 KAIST 교수협의회가 교수들이 의견 표현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해당 이슈를 토론으로 이끌었다. 시국선언 발표 여부는 그 다음 문제였다. 

교수협 운영위원회를 열어 교수들끼리 토론한 결과, 결국 시국선언문을 준비하기로 합의가 됐다. 시작은 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과학계 전공 교수들이 의견 표출하는 것이 옳지 않다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기 때문. 당연히 망설여졌고, 개인적으로도 심적 부담이 컸다. 

권 회장은 토론에 의한 합의로 일단 교수들의 시국선언 동참 서명에 대한 호응을 지켜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 회장은 "이미 상당한 국가적 아젠다가 됐고, 실제 과학기술계가 국가 전체 방향, 시스템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어 의견을 한 번 모아보자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KAIST 최초의 시국선언 배경을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시국선언 서명을 시작한지 몇시간만에 동참 의지를 밝힌 교수가 200명을 돌파했다. 권 회장은 전체 627명의 KAIST 교수 중 단 몇시간만에 200명을 넘었다는 사실에 교수들도 현 시국에 대한 우려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권 회장은 "서울대의 경우 오랜기간 서명을 받았지만 3분의 1정도 호응을 받은 것과 비교해 보면 KAIST의 시국선언 의지는 강했다"라며 "시국 선언문에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이왕이면 교수들의 종합적 의견을 모아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시민으로서 건강한 의견 표출은 과학기술인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교수들이 미래 비전을 갖고, 특히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가진 정확한 방향과 국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권 회장은 이번 기회를 단순히 시국선언에 그칠게 아니라 국가 전반의 사회 시스템 개혁과 함께 한국 과학기술계 역시 잘못된 관행과 부패 요소를 과감히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에서 갖고 있었던 여러 부패 요소와 한계, 한국적 시스템으로서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표출된 문제라고 보여진다"고 진단하면서 "과학기술계도 마찬가지로 유사한 관행적으로 해오던 문제가 존재할 경우는 이번 기회에 과감히 잘못을 인정하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회장은 과학기술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평가시스템의 후진성'을 가장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국가 대형 R&D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과제를 선정하거나, 과제 진행 후 매번 단계별로 잘했느냐 못했는냐를 따지는 전문가 집단에 의한 평가시스템이 사실은 선진국 대비 비교해 보면 여전히 후진성을 갖고 있다"며 "여전히 정량적인 논문 특허 수치 위주의 평가시스템을 개혁해 정말 제대로 된 전문가 집단이 현재 연구가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공헌할 수 있는지 인정해 주는 시스템으로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조금이라도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아예 평가그룹에 속하지 못하는 제도적 문제때문에, 결국 연구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비전문가 집단이 연구자를 평가하는 관례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R&D사업들의 정치적 로비문화도 척결되어야 할 대상이다. 

권 회장은 "지금은 대한민국 역사상 아주 중요한 시점으로 전 분야에 거쳐 사회가 좀 더 투명해 져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신뢰와 공정성이 통하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가는 절호의 기회"라며 "과학기술계 개혁도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기때문에 국가 정체성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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