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특성화대학 시국선언 가세 '이공계 국가이슈 대응' 인식변화
개교 이래 첫 정부 비판 입장표명 대학도···"더는 침묵 못 해"

일부 이공계특성화대학에서 시국선언 시행 학생 총투표를 거쳤다. UNIST가 투표율 37.6% 중 90.45%가 시국선언에 찬성했고(왼쪽), DGIST가 투표율 53.83% 중 97.67%가 시국선언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오른쪽)<사진=각 총학생회 제공>
일부 이공계특성화대학에서 시국선언 시행 학생 총투표를 거쳤다. UNIST가 투표율 37.6% 중 90.45%가 시국선언에 찬성했고(왼쪽), DGIST가 투표율 53.83% 중 97.67%가 시국선언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오른쪽)<사진=각 총학생회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 무관심 세대로 통했던 이공계특성화대학 학생들의 잇따른 시국선언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공계특성화대학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예비 과학·공학도들의 공분이 담긴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치적 관심과 참여 의지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일부 이공계특성화대학에서 시국선언 시행 학생 총투표를 거친 결과, 이공계 학생 중 평균 90% 이상이 시국선언 참여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연구중심 대학은 시국선언과 같은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온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DGIST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 전 온라인으로 '시국선언 시행 학생 총투표'를 거쳤다. 전체 투표율 53.83% 중 찬성 97.67%를 득표해 시국선언 시행이 의결됐다.

UNIST의 경우 전체 투표율 37.6% 중 시국선언 찬성이 90.45%가 나와 '최순실 게이트 시국선언 시행'이 의결됐다.

포스텍은 총학생회 대의원회 18명 중 모든 위원이 시국선언 찬성 의지를 보였다. 김상수 포스텍 총학생회장은 "과학도라는 변명으로 시국을 외면할 수 없었다"라며 "최순실 게이트는 연구실에 있던 예비 과학·공학자들까지 자발적으로 시국선언에 나서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개교 이래 첫 시국선언···더는 침묵할 수 없다"

사진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DGIST 융복합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제의 포스텍 시국선언문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지 않았다' 주제의 DGIST 시국선언문 등이다.<사진=각 총학생회 제공>
사진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DGIST 융복합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제의 포스텍 시국선언문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지 않았다' 주제의 DGIST 시국선언문 등이다.<사진=각 총학생회 제공>

국내 이공계특성화대학인 KAIST·DGIST·UNIST·포스텍 학생들은 최근 각 캠퍼스에서 시국선언 물결에 가세했다.

특히 포스텍 학생들이 현 정부에 대해 비판 입장을 표명한 것은 개교 30년 이래 처음이다. 포스텍 총학생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대강당 광장에서 첫 시국선언을 가졌다.

포스텍 총학생회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제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관련자들의 성역없는 수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시국선언문에는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현 사태는 대한민국이 피와 땀으로 한 단어씩 쌓아 올린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무시한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학도라는 변명으로 시국을 외면하지 않고 이공계 학생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마지막 신뢰를 위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을 모두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김상수 총학생회장은 "사실 이공계는 사회·정치적 이슈에 한 발자국 물러날 것을 강요받아 왔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공계가 결과물을 환원할 사회의 기본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DGIST도 2014년도 첫 학부생이 입학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융복합대학 총학생회 명의로 비선실세 최순실 규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DGIST 융복합대학 총학생회는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지 않았다' 주제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며 국민의 믿음을 져버린 현 시국의 관련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며 "수사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금준호 DGIST 융복합대학 총학생회장은 "우리는 헌법에 명시된 진정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민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우리 학생들은 그런 사회가 오는 날까지 지식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소리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지성인으로서 함구하지 않겠다··분노 담아 싸울 것"

사진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UNIST 총학생회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무엇인가' 주제의 KAIST 시국선언문 ▲'비정상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주제의 UNIST 시국선언문 등이다.<사진=각 총학생회 제공>
사진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UNIST 총학생회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무엇인가' 주제의 KAIST 시국선언문 ▲'비정상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주제의 UNIST 시국선언문 등이다.<사진=각 총학생회 제공>

UNIST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통령 퇴진·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1일 경영관 광장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모든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아젠다로 비정상을 혁신해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하지만 이번 역사적인 정치 스캔들은 과연 무엇이 '비정상'인가를 국민들이 똑똑히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지성인으로서 우리는 더 이상 함구하지 않을 것이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그 날까지 눈감지 않고 바라볼 것"이라며 국가를 교란하고 국기를 저버린 의혹 관련자들을 가려내 죄를 물을 것을 요구했다.

KAIST 학부 총학생회도 지난달 27일 대전 본원 학생회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정운영의 업무와 권한이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학부 총학생회는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국정운영이 최순실에 의해 철저히 조종당해 이 땅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져버린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최순실이었다"고 정의했다.

시국선언에 참석한 학생들은 "우리는 선배들이 피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정한 권력과 이를 향유하는 세력을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분노를 담아 싸워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과학계는 사회적 이슈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며 "하지만 현재 과학계 학도들은 국가적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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