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설문, 기업·대학·출연연 소속 150여명 참여
20대부터 70대 참여자 "국민의 지혜가 결집돼야 한다"

기업, 대학, 출연연 소속의 이공계 150인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의견과 해결 안을 제시했다. 이미지는 설문안 중 소속과 나이 결과.<이미지= 대덕넷>
기업, 대학, 출연연 소속의 이공계 150인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의견과 해결 안을 제시했다. 이미지는 설문안 중 소속과 나이 결과.<이미지= 대덕넷>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어린학생부터 주부, 노인층까지 촛불 시위에 참여하며 관계자 엄중처벌과 부도덕한 사회체질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대덕넷은 최순실 게이트를 보는 집단 지성의 결집체 과학산업계의 반응과 해결방안을 듣고자 1일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업, 대학, 출연연 등 과학기술계 종사자 150여명이 기명과 무기명으로 설문에 참여했다.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보는 참담한 심정과 이를 사회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등 다양한 고견을 쏟아냈다.

설문에 참여한 150여명 중 기업 소속이 35.5% 가장 많았으며 출연연 28.3%, 대학 21%, 기타 15.2% 순이다. 연령대는 50대가 33.3%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25.4%, 30대16.7%, 60대 15.2%, 20대 7.2%, 70대 2.2% 순이다.

설문 참여자들의 의견과 해결 방안을 가능한 여과없이 정리해 봤다.

◆ 최순실 게이트 나는 이렇게 본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곪아서 터진 것이다. 사회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다. 드러날 것이 드러났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다 드러났으면 좋겠다."

설문 참여자들은 당장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처벌해야한다는 과격한 의견부터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자조적인 의견까지 분노와 참담한 심경을 그대로 표시했다.

30대의 출연연 소속 참여자는 "부정부패는 역사속에 반복돼 왔기 때문에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학 소속이라고 밝힌 50대 참여자는 한국사회의 네트워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학연, 지연 등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60대의 대학 소속 참여자도 "대한민국에서 학연, 지연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을 무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공계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는 이번 문제를 또 다른 권력과 이익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그를 배제할 수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대학 소속 참여자 역시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주적 정치 시스템의 붕괴이자 헌법에 입각한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이번에 교훈을 얻지 못하면 선진국의 문턱에서 우리는 더 급속하게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CEO임을 밝힌 40대 참여자는 '최순실 게이트'를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부조리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창업 5년만에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면서 "이는 최순실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무관심, 부조리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대 대학 소속이라고 밝힌 참여자는 "박근혜 게이트라고 명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최순실 개인의 일탈로 다뤄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는 이어 "이는 최소 10년 가까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현 대통령은 물론이고 함께 쉬쉬하며 음모론으로 몰아세운 측근까지 정치적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담함을 짧게 적은 참여자도 다수다. '나라 꼴이 말이아니다' '국민이 불쌍하다''국격 상실사건이다' '역사상 최악의 사건' '백성, 일부언론, 검찰, 재벌의 공동작품' '대국민 사기극' '나라의 근본이 무너졌다' '슬프고 기이한 역사적 사건' '수준 낮은 문화' '답없음' '정의가 사라졌다' 등.

◆ 이공계가 제시한 해결 방안은?

"내침을 제대로 당했다. 국민이 똑똑해져야 한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권력을 위임하는 체제가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터진 것이다. 사회에 경종을 울려 김영란 법 등과 함께 사회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된다."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말고 어려울 때일수록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

다수의 이공계인이 차분한 가운데 소임을 다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30대의 기업인은 스스로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침을 그렇게 당하고도 우리는 내침까지 당했다"면서 "국민이 똑똑해져야 한다. 국민이 나서서 스스로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대학 소속의 50대와 60대 참여자 역시 "검찰이 기존처럼 권력에 붙어 부정수사를 하지 않도록 온 국민이 목소리를 내야한다"면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대의 출연연 소속 참여자는 "어려울때일수록 부화뇌동하지 말고 각자 자기가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 소속의 40대 참여자는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지금 시국의 파장과 충격이 너무 커 이공계 입장의 대책이 아니라 지위를 막론하고 재발 방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0대의 출연연 소속 참여자는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모든 국민이 의심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정부로 거듭 나야 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들이 더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대의 기업 소속 참여자는 "드러날 것이 드러났을 뿐"이라며 "비난과 비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도자들은 반성하고 국민들은 어떤 지도자를 고를지 더욱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출연연 소속 참여자는 지금의 수치를 기록해 역사로 남길 것을 제안했다. 그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동안의 비리를 수집하고 공개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한 참여자는 "중립내각 구성, 하야, 탄핵과 같은 해결방법은 이미 공론장에서 논의되고 있으니 차치하고, 새누리당 등 자칭 보수세력의 꼬리 자르기를 최우선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연연 소속의 40대 참여자는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국정에서 물러나 성역없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시민사회 단체와 야당이 협의해 내각을 구성하고 내년 대선까지 국정을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60대의 대학 소속 참여자는 "실질적인 권한과 국가운영은 거국연립내각의 총리와 장관들이 운영하고 그들에게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여당과 야당의 모든 국회의원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이며 양보할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외에도 대통령 하야와 구속수사, 조기 대선 실시를 주장하는 의견도 나왔다.

70대의 출연연 소속 원로 과학자는 "오늘의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모두 자성해야 한다"면서 "이 땅에는 참다운 정치인은 없고, 국민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권력에만 눈이 먼  정치꾼만 있으니 믿을수 있는 것은 나라 걱정하는 선량한 국민의 양심이다. 이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킬수있도록 보다 냉정한 국민의 지혜가  결집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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