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조사후연료시험시설의 수조와 핫셀
"원전 안전위해 손상된 핵연료봉 연구는 필수"

검색대에 가방을 올려 통과되자 2m높이의 쇠창살 문이 기다린다. 출입증을 한번만 읽는다는 경고에 조심스럽게 리더기에 출입증을 대니 둔탁한 기계음이 들린다. 통과해도 좋다는 신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취재 목적지인 조사후연료시험시설(사용후핵연료봉 시험 시설) 입구도 리더기에 출입증을 읽히고 나서야 출입 승인이 떨어졌다. 1인용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번에는 입구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인내심이 필요한 몇번의 절차를 거치고서야 1회용 방진 장화와 덧신, 가운을 받았다. 가방 등 불필요한 물건은 자칫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다는 조언에 따라 모두 내려놓고 수첩과 카메라만 챙겼다.

선량계(방사선 피폭도 측정기)를 주머니에 넣고 3분정도의 영상 교육을 받은 후 완료 버튼을 눌렀다. 일반구역 출입문이 열리자 완충지대 공간이 나타난다. 완충지대 문을 밀고 들어서니 비로소 공식적인 방사선 구역(철저한 관리로 방사선량 0 유지)이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사용후 핵연료는 물론 손상된 핵연료 1699봉을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며 지역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자치단체와 정치인, 시민단체들이 해명과 이전을 요청하고 나섰고 주민들의 항의도 빗발쳤다.

원자력연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한 운영을 위한 연료 연구로 필요한 부분이며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적극 해명하면서 쟁점이 일단락 됐다. 본지는 원자력연의  '조사후연료시험시설'을 방문, 사용후핵연료봉이 보관돼 있는 수조와 연구시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안전도를 직접 체험해 보았다.

◆  사용후 핵연료 1699봉 원자력연 수조에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는 수조. 10m 물아래 사용후핵연료가 묶음, 개별단위로 보관돼 있는 모습이다.<사진=강민구 기자>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는 수조. 10m 물아래 사용후핵연료가 묶음, 개별단위로 보관돼 있는 모습이다.<사진=강민구 기자>
가장 먼저 만난 시설은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중인 수조. 직사각형의 고요한 수조에는 물이 채워져 있고 그 아래 사용후핵연료봉이 개별, 묶음으로 저장돼 있다. 저장 수조는 6.5x3.0x10.0(가로x세로x높이)m 규모로 현재 1699봉(우라늄 무게 3.4톤 규모)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중이다. 전체 보관 용량의 50% 수준이다.

원자력연에 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봉은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봉 중 연구가 필요한 일부다. 1987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고리, 한빛, 한울 등 원전에서 사용한 것으로 ▲핵연료 연구개발 ▲국산핵연료 성능 검증 ▲손상 핵연료 원인 분석 등에 활용된다.

김도식 책임연구원에 의하면 한개의 핵연료봉은 길이 4m에 직경 9.5cm 크기다. 핵연료봉은 18개월씩 3주기(3번)로 사용된다. 5년정도 사용되는 셈으로 1주기(18개월)를 사용하고 핵연료봉의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그는 "원전 안전을 위해 핵연료봉의 상태를 살펴서 피복소재에 흠집이 있거나 문제가 보이는 연료봉은 원인파악을 위해 원자력연으로 보내온다"고 말하며 "현재 1699봉 중 80여봉이 손상된 핵연료봉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조는 규모 7 수준의 내진설계가 되어 있고 시설은 규모 6.5 수준으로 내진 설계가 돼 있다. 방사선 차폐를 위해 시멘트 등 3중 차폐를 한상태"라면서 "핵연료는 1500도 이상에서 파손되는데 수조내 물이 누출되도 핵연료 온도는 200도이하로 폭발하거나 파손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연 수조는 1985년 설립돼 1987년 시험가동을 거쳐 1991년부터 정식 가동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연료봉이 묶음 단위로 들어온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초기에는 연료봉을 개별적으로 분리할 수 없어 정상적인 연료봉까지 묶음으로 들여온 게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문제가 보이는 연료봉만 개별적으로 분리할 수 있게 돼 숫자가 급격하게 줄었다. 또 국산 핵연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2013년 이후에는 문제가 되는 핵연료봉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손상된 핵연료봉 연구 '핫셀' 시설 직접 보니

김도식 원자력연 책임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방이 콘크리트 핫셀이다.<사진=강민구 기자>
김도식 원자력연 책임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방이 콘크리트 핫셀이다.<사진=강민구 기자>
핵연료봉 연구가 이뤄지는 핫셀 시설.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도록 완벽한 차폐와 설비를 갖춘 일종의 방이다. 사용후핵연료봉 중 외부가 손상됐거나 길이, 넓이 등 연료기술 기준을 확인해 어긋난 핵연료봉을 연구하게 된다.

김 연구원에 의하면 프랑스, 미국 등 원자력 연구개발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기관에서 시설을 확보해 연구와 실험이 진행 되고 있다.

원자력연은 현재 4기의 차폐 강도가 높은 콘크리트 핫셀(Hot Cell, 고방사성 물질 처리용 차폐 구획)과 2기의 납 핫셀을 보유중이다. 각각의 핫셀은 벽으로 차단돼 조직을 보고 검사하고 절단하고 시편을 만드는 등 연구가 별도로 진행된다.

콘크리트 핫셀에서는 보고 검사하는 비파괴 연구와 절단과 구멍까지 내 시편을 제작하는 파괴 연구가 진행된다. 이후 납 핫셀로 이동시켜 시편을 올려놓고 연구와 실험결과를 확인한다. 핫셀 안은 방사선 수치가 높아질 수 있어 각 핫셀마다 방사선 감지기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연구가 진행 중인 방은 노란 조명이 켜 있다는 설명에 순간 방사선 선량계를 보았다. 다행히 0을 유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각 핫셀마다 철저한 차폐가 이뤄진다"면서 "사용후 핵연료봉 연구를 통해 핵연료 국산화도 가능하게 됐고 원전이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3년간 손상된 핵연료봉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는 현재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앞으로 발생하면 연구를 위해 원자력연 반입은 피할 수 없다"면서 "원자력연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봉은 고준위 방폐장 건립이 확정되면 안전 확인 후 이동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보지 않은 기술로 개시일까지 5년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사용후핵연료 이전을 위해 장비와 운반용기 개발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조기 반환을 위해 기술적조치 등 적극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수조와 핫셀을 둘러보고 나오는 절차도 쉽지 않았다. 먼저 방사선 지역에서 덧신하나를 벗고 한발을 완충지대로 옮겨 나머지 덧신을 벗어야 한다. 그 다음 일회용 방진 장화를 신은 상태에서 완충지대에 설치된 피폭도 측정 장비에 올라 발과 손의 오염도를 측정한다. 장비의 화면에 클린(Clean)이라고 떠야 비로소 일반 구역으로 나올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중인 콘크리트 핫셀 4기.<사진=강민구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중인 콘크리트 핫셀 4기.<사진=강민구 기자>

각 핫셀마다 비파과 검사와 파괴 검사가 별도로 이뤄진다.<사진=강민구 기자>
각 핫셀마다 비파과 검사와 파괴 검사가 별도로 이뤄진다.<사진=강민구 기자>

시험 결과를 연구하는 납 핫셀.<사진=강민구 기자>
시험 결과를 연구하는 납 핫셀.<사진=강민구 기자>

수조 전체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수조 전체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조사후연료시험시설을 나오는 절차도 만만치 않다. 화면에 클린이라고 나와야 나갈 수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조사후연료시험시설을 나오는 절차도 만만치 않다. 화면에 클린이라고 나와야 나갈 수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피폭량 선량계. 방사선 오염시 수치가 올라간다.<사진=강민구 기자>
피폭량 선량계. 방사선 오염시 수치가 올라간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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