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 원자력기술 식민지로부터 독립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사진=대덕넷 DB>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사진=대덕넷 DB>
1945년 대한민국의 36년간 치욕. 일본 지배를 마감하고 남은 것은 무엇일까? 간신히 해방은 이루었지만, 남은 것은 가난한 경제식민지, 문화식민지, 기술식민지로 전락되고 말았다. 

세계에서 가장 배고픈 민족으로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배고픈 춘궁기를 겪어야 했던 대한민국이었다. 새마을 운동으로 "잘살아 보세"를 노래하면서 피땀을 흘렸던 대한민국이 아니었던가!

나는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에 설립한 대덕연구단지의 설립목적을 이렇게 전한다. '기술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이라고.

2009년 UAE에 바로 대전 유성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 4기를 수출·건설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시 밤새도록 '신화와 역사를 창조한 한국의 원자력 기술 자립' 글을 쓰면서 그날을 대한민국이 '원자력기술식민지로부터 독립된 날'이라고 기록했다. 그뿐인가? JORDAN에 우리의 연구용 원자로가 건설되고 있고 SAUDI ARABIA에는 일체형 원자로 SMART가 가까운 장래에 건설될 것이다.

선진국에서 자료를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자존심도 다 버리고 구걸했던 기술 후진국 과학자들의 슬픈 비애를 여러분은 얼마나 이해하고 아는가? 대한민국을 세계 원자력발전 기술 강국 5위까지 가는데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면서 최선을 다했는지 아마도 많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불과 반세기 만에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견인한 이 땅의 주역들은 "허리띠가 양식이었던 시대에, 배고 고파 책을 읽고, 먹을 것이 없어서 꿈을 먹고 산 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과연 어떤 꿈을 먹고 살아갈까 참으로 궁금하다.

◆ 대전 유성은 세계 최고 원자력 메카다

이곳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통제기술원, 핵연료주식회사, 한국전력기술(주), 전력연구원, 한수원 중앙연구원, 핵공학과를 가진 KAIST 그리고 원자력 관련해 많은 벤처 기업들이 있다. 이곳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원자력기술 메카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보면서 UAE에 원자로가 준공되면 앞으로 60년간 우리가 원자로를 운영한다는 낭보를 접하면서 그야말로 '대박'이라 생각한다. 원전의 수명인 60년 동안 원전을 운영하면서 거둘 매출은 약 494억 달러(55조 원)라고 한다.

고급인력(우리 인력 1000여 명)과 많은 부품의 수출, 그리고 더 나아가 해외에 우리의 원자로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출발점이 바로 대전시이고 유성구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전시민과 함께 대전시장과 유성구창장은 누구보다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며 나아가 대전시 유성구가 세계 최고의 원자력기술 메카가 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기에 인간이 만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으며 완전한 것도 없다. 원자로도 핵연료도 100% 완전한 것은 없다. 그러기에 꾸준히 교육하고 쓸고 닦고 유지보수하고 또 손상되면 원인을 규명해서 더 좋은 것을 만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 왜 원자력 연구원들은 걱정하지 않을까?

최근에 원자력연구원에 손상핵연료가 반입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평생 핵물질을 만지면서 살아온 원자력인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원자로 가동 중 핵연료가 손상되면 당연히 원자력연구원에서 손상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안전한 핵연료를 만들 수 있다. 만일 해외에 손상원인 규명을 의뢰하면 엄청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국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외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해야 하는가? 나는 원자력연구원에 6km 떨어진 신성동에서 살고 있다. 손상핵연료가 연구소에 반입되었다고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 이유는 우리 모든 연구원들에 대한 믿음이 있고 연구원 자신들도 자기를 보호할 줄 알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들도 모든 사람과 똑같이 생명이 하나밖에 없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산다는 것을 강조해두고 싶다. 

연구원 연구원들에게 손상핵연료 때문에 걱정되고 두렵냐고 물으면 단 한 사람도 두렵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손상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아는 것 만 끔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 연구원의 연구활동 위축은 북한 정권을 기쁘게 한다

내가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원자력 메카에 산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원자력과 원자력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안심시키는 노력을 해 달라고 하고 싶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위축된다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그것은 북한 정권과 주변 국가들일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데 손상핵연료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 활동마저 방해한다면 우리는 원자력 선진국의 지위를 오래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불모지에서 에너지 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빈손이었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그 많은 밤을 지새우면서 이룬 원자력 강국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97%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후손들이 앞으로 무엇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에너지 없는 삶은 삶일 수 없지 않은가?

문명을 위협하는 최악의 위험은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라 했던가? 아는 것만큼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고 했으며, 과학기술 사대주의도 이제는 모두 버리고 우리가 우리의 과학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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