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규 KAIST 교수, 제자 벤처창업부터 10억 기부까지
"어렵고, 힘들게 풀리는 연구가 기업 발전시킨다"

KAIST는 지난달 30일 'KAIST STUDIO Ⅱ& STARTUP VILLAGE' 개관식을 개최했다.좌측 네번째가 도영규 교수.<사진=백승민 기자>
KAIST는 지난달 30일 'KAIST STUDIO Ⅱ& STARTUP VILLAGE' 개관식을 개최했다.좌측 네번째가 도영규 교수.<사진=백승민 기자>
"당시 4% 작은 기부가 훗날 이렇게 거대한 기반이 될지 미처 몰랐습니다.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공간 지원과 화학과 학생들에게 좀 더 큰 교육의 장이 만들어져 뿌듯합니다."

KAIST에 스타트업을 위한 전용 공간을 기부한 도영규 KAIST 화학과 명예교수의 소회다.

KAIST가 최근 약 25억원의 건축비를 투입해 'STARTUP VILLAGE'를 개관했다. 이 건물이 준공되기까지는 도영규 교수가 공동 창업자였던 '디엔에프'라는 대덕특구 벤처기업이 한 몫했다.

디엔에프는 2001년 KAIST 내 6평 남짓한 실험실 창업 당시 4%의 주식을 학교에 기부했다. 이후 디엔에프의 상장과 함께 당시 기부했던 주식은 약 14억7000만원 가량의 수익으로 돌아왔다.

도영규 교수는 수익금 중 10억원 이상을 STARTUP KAIST STUDIO 2관 재건축에 기부하고, 이어 화학과에도 연구시설 기반조성을 위해 3억원 가량을 기부했다.

◆ "조건 없이 제자 믿고 따라주는 것도 스승의 몫"

도영규 KAIST 화학과 명예교수.<사진=백승민 기자>
도영규 KAIST 화학과 명예교수.<사진=백승민 기자>
"어느날 갑자기 김명운 디엔에프 대표가 찾아와 창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자의 부탁에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만 집중했다."

디엔에프의 성장과정 스토리를 전하는 도영규 교수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디엔에프의 우여곡절에는 어김없이 도 교수가 있었다.

지난 2001년 1월 도영규 교수는 창업을 도와달라는 제자의 부탁에 선뜻 실험실을 내줬다. 교육자이자 스승으로서 무작정 제자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다. 도 교수는 제자에 대한 믿음이 남달랐다.

도 교수는 "실험실 창업을 시작하고 사업에는 절대 관여를 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나에게 와서 조언을 구하기까지 작은 기술적인 조언도 하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어려울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강한 버팀목이 돼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시장에 뛰어들어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다. 부품소재사업 관련한 정부사업이 있었지만 당시 매칭펀드 조건이라 투자자를 먼저 잡아야만 했다"며 "당시 IMF 직후라 50~100만원 투자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작정 모든 지인을 통해 국내외로 투자자를 물색하고 같은 학과 교수들에게도 도움을 구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를 기반으로 디엔에프는 초고순도 화합물 반도체용 전구체와 고활성 폴리올레핀 중합용 촉매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와 함께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용 강유전체 박막재료 제조기술'과 '고강도.고투명 폴리에틸렌 생산용차세대 중합촉매 제조기술' 등도 보유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공기와 수분에 매우 민감한 분자 촉매와 초고순도 화합물 반도체용전구체와 같은 전문적인 합성기술을 필요로 하는 유기금속화합물의 합성용역 사업분야도 병행했다.

도 교수는 당시 한국과학재단의 과학연구센터(SRC) 일원으로 활동 중 주식 10%를 내놓고 디엔에프의 기술에 대한 자문과 주위에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기업은 단순히 기술만으론 성장할 수 없다. 도전정신이다 뭐다 강조하지만 기업가의 근저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상생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도 교수의 신념이다.

그는 "당시 국내 대기업 제약회사가 약품제조 기술에 환원제 역할을 할수 있는 촉매기술을 요구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가 디앤에프가 가진 초고순도 화합기술을 응용해 약품 제조에 성공해 이는 훗날 디엔에프가 성장할 수 있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설명했다.

디엔에프는 지속적인 R&D투자로 반도체 분야 선도기업인 국내외 고객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자사의 반도체 소재들이 납품업체의 반도체 신제품에 대거 적용되면서 수입의존도가 강했던 반도체용 소재분야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코스닥 상장을 하고 현재 직원수 200여명의 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도 교수는 "연구를 할 때도 계획한 대로 실험이 잘 풀리면, 그건 자신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며 "기업도 마찬가지다. 예상 밖의 결과를 마주했을 때,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몇 일씩 논문을 찾아가며 고민하고 재실험해서 풀린 연구가 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이스트 스타트업 빌리지가 벤처창업의 성지가 되길 기원한다"며 "디앤에프와 같은 훌륭한 기업들이 카이스트에서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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