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 19일 제5차 회의 열어
서중해 KDI 박사 "낙하산 인사 오면서 작동안돼…지역성장 전략 대기업 의존도 낮춰야"

세종미래전략포럼이 19일 충남도청에서 '혁신주도의 지역발전'을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임채윤 STEPI 연구원, 김선배 산업연구원 연구원, 우천식 KDI 연구원(좌장),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 임현 KISTEP 연구원, 서중해 KDI 연구원.<사진=길애경 기자>
세종미래전략포럼이 19일 충남도청에서 '혁신주도의 지역발전'을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임채윤 STEPI 연구원, 김선배 산업연구원 연구원, 우천식 KDI 연구원(좌장),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 임현 KISTEP 연구원, 서중해 KDI 연구원.<사진=길애경 기자>
"우리나라 지역에 가면 출연연 부속시설 등 연구센터들 많고 장비도 정말 좋다. 하지만 실제 활용은 거의 안되고 있고 연구도 이뤄지지 않는다. 원인은 초기 설립당시에는 전문가가 오지만 이후 지자체 시장, 도지사가 바뀌면서 낙하산 인사가 오면서 방치되고 망가진다. 더도말고 문서에 있는 대로만 해달라는게 지역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지역 기업 현황을 직접 분석했던 서중해 KDI 박사의 조언이다.

제5차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이 '혁신주도의 지역발전'을 주제로 19일 오후3시부터 산학연관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청남도 도청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서중해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사의 '지역산업구조 변화와 대응과제', 임현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박사의 '지역R&D센터의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주제발표,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패널토론은 진행을 맡은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을 좌장으로 임채운 STEPI 연구원, 김선배 산업연구원 연구원,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본부장,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이 참여했다.

첫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서중해 박사는 각 지역에 설치된 창조혁신센터 8곳을 실사한 후 나온 결과를 통해 지역산업 구조와 견해를 밝혔다.

서 박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거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재배치되고 있다. 거대도시에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 주변도시에는 제조업이 형성되는 구조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질적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비수도권의 산업은 지식기반에 의한 발전과는 괴리가 크고 혁신기반도 취약하다는 게 서 박사의 진단이다.

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분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지역의 산업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산업기반이 불안하고 신산업 스케일업이 안되고 있다. 광주, 오송 등이 정부지원으로 일정수준 올라왔지만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박사는 지역산업의 성장 한계 원인으로 창업기반을 들었다. 창업기반이 기술 또는 과학이 아니고 대기업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지역산업이 일정수준에는 오르지만 성장한계를 넘지 못한다는 것.

서 박사는 "연구단지가 있는 대덕을 제외한 전국 기업의 협력기관과 기업을 조사했는데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이 거의 없고 메인 리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한국 산업의 메이저 플레이어는 여전히 대기업으로 지역 기업 현장에서는 지식기반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서울은 네트워크가 밀도있게 작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기업의 신산업 창출을 위해 정부가 아무리 15조원의 예산을 투입해도 안된다"면서 "수도권과 지역의 갭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기업의 활성화와 신산업 창출을 위한 대안으로 서 박사는 지역산업의 분권화를 주장했다.
서 박사는 "우리나라는 심각하게 관료화 되면서 보고서는 좋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고 속을 들여다 보면 기술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성과가 없다"면서 "현장의 유능한 인력이 처음에는 사명감을 갖고 연구센터에 오지만 지자체 수장이 바뀌면서 낙하산 인사가 연달아 임명되고 연구활동도 연구센터 운영도 안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지역의 자원 규모는 작지 않다. 하지만 문서대로 이뤄지지 않는게 태반이다. 지역산업을 분권화해 과도기를 겪더라도 지역에 일임해 경쟁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서 박사는 이스라엘의 예를 들며 지자체와 국가의 비전 실현의 수단으로 과학을 들었다. 그는 "아랍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국가의 운명이 과학에 달렸다는 신념으로 실제 문제를 과학적으로 풀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국가전략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 이를 풀어내고 창업 열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 박사 역시 지역 R&D 센터의 낮은 활용도를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R&D 센터는 크게 증가했지만 지역 산업과의 연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치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는 "전국의 R&D 센터들이 모두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실제 시장 수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치적사업으로 건립되며 지역산업과의 연계가 거의 없다"고 질책했다.

이어 임 박사는 "무엇보다 500억원 이하 사업은 사전 타당성 조사도 안받고 국회 쪽지사업으로 건립된 센터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500억 이하도 사전 타당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역도 기획능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널토론에서도 지역산업 활성화를 위한 문제 지적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임채윤 연구원은 "매년 개발되는 기술이 2~3만개에 이르지만 실제 기술사업화로 이어지는 것은 많지 않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스케일업이 필요한데 과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과제 평가 문제에서 시작된다.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 성과 보고에 치중하면서 평가를 위한 평가에 그친다. 내용이 없고 신산업 준비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선배 박사는 제조업과 연계된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비수도권 중심의 제조업 거점화는 어느정도 실현됐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발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역 산업에는 기업만 있지 정책 수행이나 주체기관이 없다. 조선 선박산업 몰락으로 그 지역에 경제 위기가 닥쳤는데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 제조업과 연계된 R&D로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김한수 본부장은 현재 국가경제에 대해 IMF 시기보다 어렵다고 지적하며 글로벌밸류체인(GVC)을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업스트림, 다운스트림이 제각각 놀면서 옛것도 이어지지 않고 신산업 창출도 안되고 있다"면서 "그러는 사이 GVC를 목표로 움직이는 중국에게 IT 산업은 물론 드론 등 신산업도 밀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GVC 기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외면하면 아무리 투자해도 실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대학의 연계문제도 나왔다. 김형만 박사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의 대학도 사라질 수 있다. 산업만 수도권으로 몰리는게 아니라 인재도 수도권 중심이다"면서 "지역대학의 역할이 지역에 필요한 산업인재 양성도 있는데 현실은 거의 공백이다. 무엇보다 대학과 지자체간 연계가 거의 안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해 대학에 들어가는 교육부 예산이 15조원에 이른다. 작은 돈이 아닌데 지역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데 대학이 역할을 해야한다. 이를 위해 대학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체토론에서도 '보고나 형식이 아닌 내면의 충실'과 '지역혁신과 발전의 주체로 지자체가 돼야 한다'는 등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다.

한편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은 국내 미래전략 전문가들이 경제사회가 처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연구협력 네트워크로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했다.

제5차 세종미래전략포럼이19일 충남도청에서 산학연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사진=길애경 기자>
제5차 세종미래전략포럼이19일 충남도청에서 산학연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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