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대덕넷, 10월 상상력포럼D 행사 개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특혜와 책임' 주제로 강연

IBS와 대덕넷은 19일 UST에서 '시대정신을 읽다'의 주제로 상상력포럼을 개최했다.<사진=대덕넷>
IBS와 대덕넷은 19일 UST에서 '시대정신을 읽다'의 주제로 상상력포럼을 개최했다.<사진=대덕넷>
"영국 이튼스쿨에 가면 교정에 2차 세계대전 전사자의 무덤이 있습니다. 당시 학생 대부분이 참전했죠. 국가가 의무를 요구할 때 죽음으로 해결할 정도로 고위직이 목숨을 거는 싸움을 했습니다. 전관예우도 없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희생이 있었습니다. 역사적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데 한국 상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합리적 보수주의' 논객으로 알려진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대덕을 찾아 위기의 한국을 진단하며 내뱉은 고언이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와 대덕넷은 19일 UST 사이언스홀에서 '특혜와 책임'을 주제로 10월 상상력포럼을 열었다.   

◆ 특혜는 책임 수반···"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가져야"

송복 교수가 "특혜는 책임을 수반으로 한다. 한국사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송복 교수가 "특혜는 책임을 수반으로 한다. 한국사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송 교수는 기득권이 가져야 할 특혜와 책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정치사회학 중 리더십을 전공하면서 조선 500년 동안 인물을 조사했지만 조선에 학문적, 경제적, 산업 분야에 인물이 없었다"면서 "임진왜란 당시 수상을 역임한 유성룡이 작성한 549건의 상소문이 1차 사료로써 가치가 높았고 전쟁의 실상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조선은 수취수탈이 심하고 일본과 전쟁이 불가능한 국가였다"면서 "임진왜란은 사실상 이순신 개인과 일본의 전쟁이었다"면서 "이순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감복한 동료 장수 10명이 일본군과 분전하다 전사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최근 젊은층의 '헬조선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며 그 이유로 높은 인구밀도와 빠른 이동 속도를 꼽았다.

좁은 국토에 주민들의 이사율까지 높다보니 서로에 예민해져 형사고발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 또 일본과 비교하면 1990년대 초 120배였던 송사가 현재는 168배로 증가할 정도로 끊임없이 송사가 이어지고 있다.

송 교수는 헬조선론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도덕적 책임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이 용어는 옥스퍼드 사전에 '특혜는 책임을 수반한다(Privilege Entails Responsibility)'고 명시돼 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는 고위 공직자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공익 실천에 대한 열정과 소명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신생국 중 산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며 "지난 1990년대 넘어서면서 사회가 부패하고 공익집단에서 사익집단으로 바뀌면서 침체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상위층을 자원 배분 집단과 부(富) 생산 집단으로 구분했다. 부생산은 대기업가, 자원 배분 집단은 고위 관료·법조인·의료인·언론인 등이 해당된다.

그는 "특혜는 특별한 혜택을 의미하며, 자신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지만 운이 수반돼야 가능하다"면서 "고위층이 사회에 책임을 갖고, 도덕적 행동으로 사회 책임감을 갖고 모범을 보여야 하며, 타인의 희생을 인색하고 그 이상의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한국 역사상 이러한 정신이 실천된 것으로 신라의 삼국통일시대를 꼽았다. 그는 삼국사기 열전 등을 직접 살펴본 결과, 신라 인물 중 3분의 2가 전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백제, 고구려 등이 부패 등을 이유로 멸망한 반면 신라는 상층이 희생하고, 하층과 단합해 국가에 충성하고 희생하면서 삼국통일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 비대, 경제 저성장 지속, 복지 확대 등이 정치권에서 전망되며, 효율성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자유민주주의의 주요 가치 중 자유, 평등, 인권, 법치 등이 갈수록 낮아지고 정치인의 역할이 미비해지는 상황에서 고위층이 정신을 차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송 교수 "가정에서 문화인·윤리인 만들어야"

주제 발표 후 청중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주제 발표 후 청중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주제 발표에 이어 송 교수는 청중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제 한국 사회에 구현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송 교수는 "중요한 요소는 가정·학교·직장 등의 세 가지 요소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정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정에서 잘 키워낸 인물이 문화인·윤리인이 된다"고 말했다. 

문화인은 지식·상식·교양이, 윤리인은 도덕·규범·도리가 내면화돼 있다는 것이다. 곧 문화와 윤리가 뼈와 살, 체력이 된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문화와 윤리가 내면화된 사람들은 아무리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양있게 행동한다. 어느 상황에서도 갑질 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대부분 상류층은 이러한 요소들이 내면화 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한 청중은 국가 고위직이 1990년대부터 부패한 원인에 대해 질문했다.

송 교수는 1990년 당시 배부른 사회에 절실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1960년~1970년대 국가는 배고픈 상태의 희망 없는 절대 절망의 연속이었다. 당시 국민은 이를 악물고 상류층으로 도약했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민주화 사회가 되면서 국가가 배부른 상황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가 배부르다 보니 절박감과 절실함이 없었다"며 "개인의 사익을 챙기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상류층의 부패가 시작됐다"고 역설했다.

송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특혜받는 사람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를 모른척하는 철면피 상층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며 "선진국의 지위를 오랜 세월 지켜나가는 힘은 지속적인 존경심 유발과 도덕심"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대덕넷은 빛나는 조연 추천을 받는다. 빛나는 조연은 ▲분석과 조사, 실험으로 연구를 뒷받침하는 '테크니션'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시설담당자' ▲과학문화확산과 지역사회에 공헌한 봉사자 등 과학기술계와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면 내달 30일까지 누구나 추천 가능하다. 

빛나는 조연은 추천자를 대상으로 심사 후 12월 상상력포럼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빛나는 조연 추천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대덕넷(042-861-5483)으로 하면 된다.

10월 상상력포럼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사진=대덕넷>
10월 상상력포럼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사진=대덕넷>
아래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연 내용 전문이다.

학문 보다는 언어학을 해야 한다. 정치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이 기본이었다. 160학점 중 전공 45학점을 제외하고 각 과를 다니면서 강의를 들었다. 특히 역사와 철학 강의를 많이 들었다.

조선 시대 리더십 전문가를 찾았는데 인물이 없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경제, 학문적으로 너무 빈곤했다. 연구가 가능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그 중 임진왜란 때 전시 수상인 서애 유성룡이 있다. 유성룡은 6년 7개월 가운데 5년을 근무하면서 549건의 상소문을 제기했다. 그 중 3분의 1이 남았다. 왕에게 올리는 것이라 거짓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 사료로 가치가 높다.

이 상소문을 읽으면 실제 임진왜란이 어떤 전쟁이었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저술한 위대한 만남에서도 서애 유성룡을 다뤘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긴 전쟁인데 왜 그렇게 서술하냐고 비판한다. 사회학자의 눈으로 보면 임진왜란은 일본과 조선의 전쟁이 아니다. 조선은 군대가 없어 전쟁을 할 수 없었다. 장군에게 월급을 안주고 착취해서 먹고 살으라고 했다. 병사는 병기조차 없었다. 

임진왜란 당시 서울과 부산은 곡선이라 500km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18일이 소요됐다. 조정에서는 싸움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청야작전을 지시했다. 사실상 이순신 개인과 일본의 전쟁이었다. 수군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한반도 남쪽은 일본말을 쓰고, 한반도 북쪽은 중국말을 쓰게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생각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안심하고 살만한 나라이며, 인프라도 잘되어 있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에서도 한국을 일본보다 높게 평가한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까?

그 이유는 인구밀도가 높고, 이동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10만평방km 중 1만평방km에 5000만이 모여 산다. 서울은 600평방km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의 이동 속도는 역사상 유례 없이 빠르다.행정단위 구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가는 이사율이 최고로 높다. 인구비례당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구 이동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1년에 16%가 이사한다. 3억 명 가운데 4500만 정도가 이동한다. 우리는 최고 시기에는 25%에 달하며, 요즘은 20%가 이동한다. 1000만명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동하면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경찰청 고소고발 사건은 1990년대 초 일본의 120배에서 지난해 168배로 끊임없이 송사하는 나라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선진국 주민들은 정착하다보니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우리는 그러한 것이 없다. 공동체는 지역에 가면 박물관을 만들고, 도서관 만들고,스포츠 센터 만든다. 사람들이 늘 같은 장소에 있으며 모든 사람이 감시자가 된다. 잘못이 있으면 가족과 이웃이 관련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고소, 고발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안전한 사회가 구현된다. 이동율이 높으면 서로가 이방인이 된다. 이럴 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이 범죄다.

신문 하나 읽는 것이 책 한권 정도의 지식을 준다. 후학들에게 칼럼 등만 읽어도 큰 지식이 된다며 신문읽기를 권한다. 

일본은 4%만 이동하는데 우리는 어디를 서둘러서 그렇게 가는가. 유럽은 2% 수준이다. 우리가 유럽에 비하면 10배가 높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가진자의 의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와 관련한 칼럼을 썼다. 특혜는 책임을 수반한다(privilege entails responsibility).

상위층이 존재감을 짓밟는데 헬조선이라고 밖에 할 수 밖에 없다. 엔진이 있어야 배가 날고, 배가 나아가는 것 처럼 역사도 엔진이 있어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세대는 박재삼 시인의 '가학적 자학'의 내용 속 시대였다. 4.19 혁명 당시 사상계에 취업했다. 당시 취업 경쟁률은 18대 1이 넘었다. 부정선거가 뇌관을 건드렸다.

상위층은 새로운 나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당시 국민 50%가 밥을 굶었다. 굶주림은 칼보다 날카롭다(hunger is  sharpen than sword)와 같다. 상위층이 공익이라고 하면 풍부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소명의식이 있었다. 고위직,공직자, 공부한 사람들의 국가관이 확고했다. 적어도 필리핀 정도로는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당시 우리가 80달러였고, 필리핀은 240달러였다.

30년간 필리핀이 1배 성장할 때 우리는 24배 성장했다. 국가적인 동력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신생국 140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 성공했다.

그때는 공직자의 소명 의식 있었는데 1990년대를 넘어오며 부패하기 시작했다. 일도 안하고, 공익을 사익으로 생각한다.

상층은 크게 두 곳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부(富)를 생산하고, 다른 하나는 자원을 배분하는 곳이다. 부 생산은 대기업가를 의미한다. 자원 배분은 고위 정치인 관료 법조 군경 등의 위세직군을 말한다. 위세 고위직은 교장, 정교수 등의 교육인, 고위 언론인. 고위 의료인,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포함된다. 

이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도덕적으로 잘못해도 자신과 가족,이웃에만 피해를 끼치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일식 월식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부끄러운 짓을 하면 안된다.

고위직층은 다 특혜를 받는 사람들이다. 동기 중에 39세에 장관이 된 서석준씨가 있었다. 그는 부처에 자신보다 더 잘난 사람이 많다면서 다 운이라고 했다. 맞는 얘기다. 고위직은 특혜를 받았다.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나라가 위기일때 앞에 나서서 목숨을 바치는 희생이 필요하다. 見危授命. 일반인이 4% 면제 받을 때 고위직 25%가 면제다. 한국 고위직은 처음부터 불구인가?

이튼 스쿨은 교정이 무덤이다. 1.2차 세계대전에서 2100명이 전사했다. 1년에 200~250명이 졸업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전쟁에 참여한 것이다.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는 1,2차 대전 사망자 명부가 있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넬슨 동상이 있다. 이 것은 넬슨이라는 영웅을 기리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의무를 요구할 때 목숨을 내놓는 국가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희생이 있었으며, 전관예우도 없다. 우리는 이러한 것이 없다. 우리는 없다. 

우리는 윗사람들이 목숨을 거는 전쟁을 안한다. 오히려 기득권 지키려고 못하는 일이 없다. 겸손과 남한테 모든 것을 양보하는 희생이 필요한데 이를 안한다. 

한국 역사상 기득권이 양보한 것은 신라의 삼국통일 1번뿐이다. 삼국사기 열전(전기)을 직접 본 결과, 85명 중 신라인이 63명이다. 관창등이 전쟁 때 먼저 전사했다. 반면 고구려, 백제는 부정부패해서 망했다. 정약용은 백제론 고구려론 신라론에서 백성들이 고위층에 대한 반감을 잘 서술하고 있다. 신라는 아래위로 단합하고, 충성스럽고 희생적.소수 엘리트가 있었기 때문에 통일을 일궈냈다. 

지금 우리는 고위직층에 있는 사람이 희생해서 역사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희생하지 않으면 다시는 동력원 안 나오고 망하게 된다. 지금은 국회가 더 실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노조와 야당이 연합하면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으로 갖은 사기를 친다. 저성장, 국회비대, 복지확대는 치명적 3결합이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해결할 수 없다. 

자주, 평등, 인권, 법치 중에서 법치는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보다 떨어지고 있다. 믿을 것은 고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지 뿐이다. 대부분이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고시공부를 하는데 잘 될 수 있을까?

맹자는 貪位慕綠(자리를 탐하고 돈을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익만 추구하지 보편적 가치 추구하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했다. 순직할 때 10명의 장군이 함께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1866년 후쿠자와 유키치는 '서양사정 책을 썼다. 김옥균,유길준,양계초가 그의 제자다. 서양사정은 단번에 25만부가 나갔다. 반면 유길준이 저술한 국한문 혼용의 '서유견문록'은 출판 능력이 없어 일본이 만들어준 한문 활자로 책을 잘 만들었는데도 불과하고, 500부가 채 팔리지 않았다. 이러한 지식의 차이가 나라를 빼앗기게 만든 것이다.

한국도서관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 성인의 독서율은 6%에 불과하다. 책은 사서 봐야 한다. 점심을 굶어도 투자해야 한다. 일본은 독서율이 75%에 달한다. 지하철은 달리는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 질의·응답

Q. 고위직이 왜 90년대부터 부패했는가 원인이 무엇인가?

A. 1960~1970년대는 배고픈 상태에서 절대 절망이었다. 보통 절망은 희망이 있다. 절대 절망은 희망조차 없다. 어둠 속이다. 절대 절망 속에서 이를 악물고 올라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임무 수행이 확실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 사회가 됐다. 이들은 배가 부르기 때문에 절박감이 없다. 절실함도 없다. 어떻게 하면 개인의 사익을 많이 취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Q.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제 우리 사회 어떻게 구현해야 하나?

A. 고위직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방법이다. 사명을 다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명을 다 할 것인가? 사명을 다 하는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 인재를 키우는데 3가지 환경이 있다. 첫 번째는 가정이다. 인재가 되기 위한 원자재를 잘 만들어줘야 한다. 좋은 원자재를 가정에서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학교다. 좋은 선생을 만나 공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회다. 직장을 중심으로 한 사회활동을 말한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것은 사회에 대한 '기여도'다.

그동안 20년 강의를 하면서 한국 학생들에게 가정과 학교, 사회 중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하나같이 '학교'라고 답변한다. 좋은 학교에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가정이라고 대답한다. 인재를 원초적으로 만드는 것은 가정이다. 학교와 직장은 2차 집단이다. 

한국은 학벌 사회다. 서울대를 졸업한 11만 명의 사람 중 몇 %가 성공한 사람일까? 이들의 존경도·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2%에 불과했다. 한국의 대학교수가 7만 명 수준이다. 대학 교수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몇 명일까? 80%는 쓰레기다. 박사 이상으로 학문적 기여를 하는 사람이 없다. 

가정에서 사람을 잘 키우면 문화인과 윤리인이 된다. 문화인은 지식과 상식, 교양이 내면화되는 것이다. 윤리인은 도리와 도덕, 규범이 내면화되는 것이다. 이것들이 뼈와 살이 되는 것이다. 곧 내 체력이 된다. 이 사람들은 아무리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행동해도 교양있는 행동만 한다. 갑질 행동도 안한다. 우리는 문화와 윤리가 몸에 배어있지 않다.

Q. 우리는 얼만큼의 특혜를 받았는가? 사회는 이분법으로 나가고 있다. 적이 아니면 아군이다. 어디서부터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가?

A. '쟁투의 DNA'다. 아지트를 만들어서 서로 물고 뜯고 싸운다. 조선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에 진형을 만들어 싸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격하게 모든 것을 마련하고 행동한다. 짚더미가 무너지고 기와장이 날아가도 싸웠다. 과격했다. 말도 날카롭고 욕도 강하다. 선비들이 이렇게 욕을 했다. 국회의원 말이 날카로운 이유다.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가는데는 '국민 인식' 필요하다. 국민 인식을 바꾸자고 지난 100년 동안 목소리를 냈다. 국민 의식을 바꾸는 것은 100년 해도 안된다. '정직'이 중요한데 100년 이상해도 안된다. 고위직이 바뀌어야 한다. 고위직은 인구 2% 수준이다. 2%만 바꿔놔도 선진국의 본보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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