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 카지타 교수, 18일 고등과학원 방문
"시험 잘 본다고 연구 잘하는 것 아냐...과학자 꿈 가져야"

카지타 교수가 지난 18일 고등과학원 대중특강을 위해 방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카지타 교수가 지난 18일 고등과학원 대중특강을 위해 방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좋은 성적을 낸다고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연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험을 잘 보는 것과 연구와는 다르기 때문이죠. 과학자들이 등수보다 꿈을 갖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카지타 타카하키(梶田隆章) 도쿄대 교수(우주선연구소장)18일 고등과학원에서 대중 특강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카지타 교수는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지난해 아서 B. 맥도널드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크게 달라질 것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일본에서 3년 연속 노벨상 배출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연구자들이 여유롭게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었던 환경'을 꼽았다. 

그는 "(일본의)노벨과학상이 21세기 들어 많이 배출됐는데 그 이유로 1980~1990년대 일본의 경제가 좋았고 당시 대학의 연구원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가 지금의 노벨상으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대학은 10여 년 전만 해도 기초연구자들이 외부에서 연구비를 신청하지 않더라도 대학에서 주어지는 연구비를 통해 연구가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그는 "정부가 국립대, 혹은 유명한 학교라고 지원을 더 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학생 수와 교수 수에 따라 연구비를 지원해줬기 때문에 지방대라고 연구여건이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절반 가량이 지방대 출신인 이유도 여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일본이 노벨상을 계속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느냐'의 질문에 카지타 교수는 조심스럽게 "힘들지 않을까"라는 견해를 밝혔다.

최근 일본의 일명 '묻지마 연구비 지원'이 지방대를 시작으로 빠르게 없어지는 추세라는 것. 일본이 2~3년 전에 비해 연구 여유가 없어지는 등 연구여건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지방대학 뿐만 아니라 그가 소속돼 있는 동경대학도 연구여건이 악화되긴 마찬가지다.

카지타 교수에 따르면 2004년 국립대에서 법인화로 바뀌며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를 통해 예산을 결정짓는 등 기초 연구자들도 경쟁시스템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좋은 연구가 힘들지 않을까. 단적인 예로 (동경대의)상위 1% 논문인용지수가 증가하지 않고 정체수준"이라며 "인구수 감소보다 더 빠르게 물리, 화학, 생명과학 등 분야의 박사학위 학생이 계속 줄어 일본의 기초과학도 큰 위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10~20년의 긴 투자가 강점이라는 일본의 과학자들이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도 '롱텀(long-term) 연구'였다. 그는 "일본도 단기적 연구로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 기초연구는 장기적인 롱텀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연구자들도 장기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계속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카지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카지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성적을 낸다고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연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험을 잘 보는 것과 연구와는 다르기 때문"이라며 "나의 스승인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도쿄대학 특별 명예교수(2002년 노벨상 수상자)는 자신만의 연구주제를 달걀로 표현하며 달걀을 어떻게 품어야 잘 부화하고 병아리가 될 것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많은 귀감이 됐다. 과학자들이 등수보다 꿈을 가져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카미오카 광산 지하에 설치한 중력파 검출실험장치 '카그라'(KAGRA)'에서 중력파 관측 등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그라에서 한국의 과학자들과도 함께 연구 중"이라며 "카그라는 지하에 실험장비가 설치돼있어 지구 진동에서 오는 잡음(백그라운드노이즈)가 훨씬 작아 라이고 신호보다 훨씬 정확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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