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한림원의 목소리' 제 63, 64호 공표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생명공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연구의 확장가능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적 접근 필요성이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마이크로바이옴 R&D전략을 위한 정책 제언'과 '변곡점에 도달한 로봇-인공지능 기술' 등을 주제로 '한림원의 목소리' 제63호와 제64호를 공표했다.

63호 한림원의 목소리에서는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필두로 범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consortium) 연구 동향을 정책 수립의 배경으로 설명하고, 각계 전문가가 분석한 국내 상황을 토대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관련 분야 육성을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제언에는 ▲국가 차원의 장내 미생물과학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진흥을 위한 계획 수립 ▲한국인 장내미생물 기준(Korean Microbiome reference) 확립 ▲‘질환과 치료’에 중점을 둔 체계적인 연구추진 전략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 시스템의 구축과 활용방안 ▲성과 활용과 산업화를 위한 국제표준의 설정과 규제 개선 등이 포함됐다.

64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로봇기술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적 접근방법의 원칙을 제안했다.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로드맵 확립 ▲다수에게 개방된 접근 및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 구축 ▲선도적인 제도 및 규제 개선 ▲로봇부품 업체의 육성 ▲삶의 변화에 대응하는 중장기적 대책 수립 등이 수록됐다.

'한림원의 목소리'는 국가 과학기술의 장기적인 비전과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국가사회 현안에 대한 과학 기술적 접근과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련 분야 석학들의 전문적 분석과 의견을 토대로 정책·법규, 제도 개선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아래는 '한림원의 목소리' 제63호, 제64호 전문.

제 63호  '마이크로바이옴 R&D전략'을 위한 정책 제언

최근 유전자 증폭과 염기서열 분석 등 생명공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는 미생물을 재발견 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생명과학을 촉진시켰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속에 함께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 말로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이라고도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기존에 개별 미생물에 대한 분석 연구에서 벗어나 인체와 미생물 간의 관계와 영향에 대한 연구를 유전체학(genomics)에 기반 해서 진행하며, ▲인간한테 필요한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무엇인가 ▲마이크롬바이옴의 균형을 이루는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것인가 등이 큰 주제다.

200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주도로 시작된 '인간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를 비롯해 현재 범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consortium)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체 내의 각종 미생물은 생체대사 조절 및 소화능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기존의 통념을 넘어 특정 증상의 원인이 되거나 질병치료에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알레르기나 비염, 아토피, 비만과 관련된 각종 대사ㆍ면역질환, 장염, 심장병뿐만 아니라 우울증, 자폐증, 치매 등 뇌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연구를 통해 규명되고 있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을 집중 대상으로 하는 장내 미생물과학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분야는 100세 건강사회의 구현을 위한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아직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관련 분야의 육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 국가 차원의 장내 미생물과학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진흥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08년 인간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통해 장내미생물 연구의 중요성을 확인한 미국은 2016년 5월,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종합계획(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을 발표하며 미국정부와 공공연구기관의 연구투자와 연구추진에 의한 국가차원의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 역시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된 '위장관 메타게놈(MetaHIT: 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지구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Earth Microbiome project)'를 주도적으로 발족해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전세계 과학 강국들은 장내미생물과학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경쟁적으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개별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인간마이크로바이옴 국제 컨소시엄(International Human Microbiome Consortium, IHMC)' 등 국제연구에 동참하고 있으나 국가차원의 연구추진을 위한 계획이나 투자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국가전략으로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차원의 장내 미생물과학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진흥과 투자 계획의 수립을 촉구한다. 특히 해당 연구는 환경, 농축산, 식품, 해양 수산 등의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므로 분야별 정부 부처에서 개별 목적으로 산발적 연구추진을 계획하기 보다는 범부처 차원의 국가적 추진체계를 구성하고 체계적인 투자와 관련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한국인 장내미생물 기준(Korean Microbiome reference) 확립이 시급하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가별 장내미생물의 차이는 건강한 사람과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차이보다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유전 및 환경, 식생활 등에 따라 장내미생물이 다른 특성을 보인다.

기초연구와의 연계 연구를 수행해서 한국인 장내미생물 기준을 확립하고, 이후 현재 대두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참여하여 교류와 국제 표준화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 질환과 치료에 중점을 둔 체계적인 연구추진 전략이 필요하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기초과학(basic science)과 임상연구(clinical science)가 협력해서 진행되어야 할 대표적인 연구 분야이며, 또한 학계와 산업계가 협력해서 추진해야 할 바이오산업이다. 때문에 미국의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종합계획'에서는 빌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각 제약회사와 대학 등 민간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3배 이상을 투자한다. 네슬레(Nestlé)나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오텍 전문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산학연 및 임상 병원의 참여를 통한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의 연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발효식품이 있고 발효식품의 건강기능성 및 이들 발효 미생물들의 프로바오틱스(probiotics)로서의 기능에 대한 연구 분야가 발달되어 있다. 또한 우수한 의료 연구진과 잘 갖추어진 건강보험, 진료 시스템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의약바이오(pharmabiotics)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면 장내미생물들의 제형화·약제화 연구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 시스템의 구축과 활용방안이 요구된다

미국은 인간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 추진시 차세대 유전자서열분석 등 핵심기반기술의 개발과 보급 및 지원을 통해 연구방법의 개발과 연구 인력 풀(pool)을 확대하는 등 인프라 시스템의 구축과 지원에 힘입어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달성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적, 인적 자원의 상대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인프라 시스템의 국가적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내의 각 대표연구기관에 유전체 분석센터, 교육 및 연구지원을 위한 공통기반의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연구자들에게 기술 보급과 분석 지원 등을 제공하는 등 성공적인 연구추진을 위한 한국형 인프라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 성과 활용과 산업화를 위한 국제표준의 설정과 규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내 미생물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한 시료의 확보와 유전자 분석 등에서 신뢰성과 향후 연구개발결과의 의약용 및 농수축산용의 산업화를 위해서 필수적인 국제표준에 대한 대비와 관련 준비도 포함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연구결과의 산업화 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국내의 보건, 환경, 산업 규제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제도 정비도 포함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제64호 변곡점에 도달한 '로봇-인공지능' 기술

지난 반세기 동안 로봇기술은 공장 자동화를 통한 제조업 경쟁력 향상에 주도적 역할을 해 왔으며 우주, 해저 등 극지를 탐험하거나 국방, 원자력 등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데 괄목할 성과를 보여 왔다. 최근 청소, 수술, 재활 및 감성 보조, 교육 등 개인과 사회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서비스 영역으로 그 응용이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인 자동차, 드론, 스마트 농장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통, 물류, 농수산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는 현 시점이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동반 상승하면서 그 발전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사회 및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딥러닝(Deep Learning), 빅 데이터(Big Data), 고성능 컴퓨팅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인지기술의 부상, 바이오-신소재와 3D 프린터의 융합 등은 지금까지 병목현상(Bottleneck)을 보이던 상황 인식·판단 및 대처능력, 인간과 로봇의 협업 그리고 시장 친화적 가격경쟁력의 달성 가능성을 가시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스마트 클라우드(Smart Cloud) 등 주변기술과의 시너지를 통하여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융합의 큰 흐름을 주도하는 강력한 추진동력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로봇기술은 육체적 지원을 넘어 지능적 또는 감성적으로 인간을 보조할 수 있는 확장된 기능을 바탕으로 제조업, 건설, 농수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물론 교통, 물류, 가전, 의료·건강, 금융, 행정 등 서비스업 전반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소위 제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기회를 선점하고 주도하기 위한 치열한 세계적 경쟁 속에서는 국가차원의 전략적 접근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로봇-인공지능 기술을 중요한 미래 국가 전략기술의 하나로 선정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국가 로봇 계획(National Robotics Initiative)'를 제정, 관계부처 간 시너지를 통하여 제조업의 부활(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2.0)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의료, 농업 및 개인·가정 서비스 로봇 응용 확대와 함께 민간 부문에서의 로봇 스타트업(Start-Up)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유럽은 로봇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를 위한 정부와 기업 간 파트너 관계를 형성,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여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등 중장기 연구 및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본은 로봇-인공지능 혁명을 주제로 '최고의 스마트 사회(Super Smart Society)' 건설을 위한 중장기 계획에 돌입하고 있다.

중국은 임금상승으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저하를 산업용 로봇으로 해결하는 전략 하에 해외 로봇 유수 업체와의 M&A을 적극 추진하면서 산업용 로봇 기술의 독자 확립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우리나라가 이러한 세계적인 대변화를 놓쳐 실기(失期)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적 접근방법의 원칙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로드맵 확립

첫째, 향후 전개될 제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사회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우리 고유의 비전과 목표를 확립하고 중장기적 로드맵을 기반으로 일관성 있고 꾸준하게 다양한 역량의 결집과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R&D는 물론이고 인력양성과 사회적 파급력까지 폭넓게 담긴 방향성 있는 국가 차원의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다수에게 개방된 접근 및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 구축

둘째, 연구와 산업이 빠르게 상승 발전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연구개발, 평가, 투자 및 사업화를 연결하는 자생적이고 효율적인 R&BD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로봇-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핵심 및 주변기술들의 융·복합이 필수적으로 이들을 쉽게 접근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오픈 및 크라우드 소싱(Open and Crowd Source) 환경 구축을 통하여 아이디어의 쉽고 빠른 구현과 피드백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현재 일부 선진국들은 OpenCV(Open Computer Vision) 환경과 라이브러리(library) 구축을 통해 아이디어를 새로운 상품·서비스로 구현하는 시간과 노력을 단축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상당히 뒤쳐져 있으므로 투자 규모보다 오히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절실하다.

또한, 결과를 공정하게 시험·평가 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그리고 현장실험 및 경연대회 기반의 오픈 액세스(Open-Access) 테스트 환경 구축도 필요하다.

◆ 선도적인 제도 및 규제 개선

셋째, 로봇-인공지능 연구 및 산업화의 활성화를 위하여 필요한 관련 각종 규제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선도적으로 재정비하여 생태계가 잘 동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봇-인공지능의 안전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므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기존의 관련법들을 바탕으로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 로봇부품 업체의 육성

넷째, 현재 한국은 로봇 기반의 자동화 규모에서는 세계 상위권에 속해 있지만 로봇과 로봇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므로 미래를 대비하여 강력한 로봇 및 로봇부품 업체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로운 추세의 미래형 로봇, 예를 들면 인간-로봇 및 로봇-로봇 협업을 위한 로봇, 인지기능이 집약된 지능형 로봇, 설치 및 개조가 용이한 모듈 형 로봇 등의 기회를 활용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육성을 촉진해야 한다.

◆ 삶의 변화에 대응하는 중장기적 대책 수립

다섯째, 미래 사회 및 산업의 급속한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변화가 야기되는 직업군 및 인재상의 변화 및 이에 대응하는 교육 혁신, 변화에 영향을 받는 일자리를 위한 노동정책 및 평생 교육 기회 등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사전 연구와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로봇을 통해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업무 환경이 변화하는 것이므로 이를 대비한 평생 교육을 기업과 조직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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