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오세정 의원 12일 '미래일자리포럼' 개최
산학연 관계자 10여명 늦은 시간까지 'R&D 혁신' 방안 소통

지난 12일 저녁 국회의원회관에서 10여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R&D 개혁' 주제로 토론을 가졌다.<사진=김지영 기자>
지난 12일 저녁 국회의원회관에서 10여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R&D 개혁' 주제로 토론을 가졌다.<사진=김지영 기자>
지난 12일 저녁 9시 국회의원회관. 10여명의 과학기술 관계자들이 깊은 밤까지 'R&D개혁'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벌였다. 국민의당 신용현, 오세정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미래일자리와 교육 포럼에서다.
 
미래일자리포럼은 이른 오전, 2주에 한 번씩 토론주제를 정해 모임을 가졌다가 시간대를 저녁 6시 30분으로 옮겼다. 가감없이 의견을 쏟아내기 위해 시간제약을 두지 말자는 것이 이유다. 이날 포럼에는 신경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술정책연구소장이 발제자로 나서 R&D 혁신 방안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반부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서 숨가쁘게 성장하다 2000년대 들어서 몇몇 주력산업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 선도자)의 자리를 넘보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 성장은 멈추고 정체됐다. 2010년대의 각종 경제지표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신 소장은 "지식기반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회가치를 구현하는 창의력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창의성 패러다임'에 봉착했다"며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가는 과정을 겪은 나라가 거의 없다. 우리는 이 과제와 더불어 창의성 패러다임 변화까지 두 가지 어려운 숙제를 푸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토론 발제자로 나선 신경호 KIST기술정책연구소장<사진=김지영 기자>
토론 발제자로 나선 신경호 KIST기술정책연구소장<사진=김지영 기자>
'창의성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만 겪는 숙제는 아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겪었고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럼 우리는 왜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가. 신 소장은 '자율성', '자꾸 바뀌는 새로운 틀'을 지적했다. 잘해보고자 정부가 택했던 잦은 변화, 4~5년에 한 번씩 생기는 새로운 틀 속에 혁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R&D혁신의 키워드로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의 조력자(국가과학기술연구회) 운영'과 '꾸준한 정책을 통한 혁신 R&D 위한 법안 설립' 등을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이 국가 세금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은 사회적 문제해결과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는 연구"라며 논문, 특허수만 따지는 연구평가, 평가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10년을 겨냥하고 연구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의성 패러다임 연구가 가능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관계자들은 평가를 위한 평가에서 벗어나고 과학자 스스로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해답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A 연구원은 "기재부 성과평가국에서도 당장 수치로 나오지 않는 R&D평가로 골머리를 썩더라.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논문, 특허 숫자를 따지게 됐고, 그게 좋지 않다고하니 논문의 임팩트팩터(impact factor)를 센다지만 결국 그것도 숫자 아니냐"며 "누적평가가 맞다고 본다. 또 과학기술의 전반적 경제기여도 등 평가기준을 만드는데 과학자들도 의견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평가를 위한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P 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은 연구비를 지원한 기관이 해당 기관을 평가하기 위해 20여명의 자문단을 구성한다. 이들은 문제점을 비난하러 가는게 아니라 잘못된 점이 있다면 왜인지 이유를 분석하고 보충할 점들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런 평가는 곳간이 넉넉한 사람들이 가능한 일로 우리도 이제 할 수 있지 않나. 평가를 하는 이유가 비난인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인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에 공감하며 "화학연과 ETRI의 연구원 중 25%가 5년 후 정년퇴임하며, 10년 후에는 45% 정년퇴임한다. 정부에서 출연연 인력을 제한하고 있어 다른 연구소들도 다 비슷할 것"이라며 "이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출연연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위한 조언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하지 않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출연연을 평가하고 지시하는 것 보다 선배들의 조언사항이라면 더 수긍하고 바뀌려는 노력도 잘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을 위한 과학계의 의견취합도 강조됐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공대혁신에서 조차 교수와 연구자들 말에 혼선이 많아 과학계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 누구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M 교수는 "우리가 가진 생각들을 교통정리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문제들이 풀려나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세정 의원이 토론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오세정 의원이 토론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학계가 과학계만의 성벽을 그만 쌓고 신뢰감을 줘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 연구자인 K씨는 "일반 국민들은 연구개발에 19조를 쓰는지도 모른다. 국민에게도 적극 알려줘라. 19조나 들어간 성과를 국민 눈높이로 알려주는 시스템과 소통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L 씨도 "과학계가 가진 자원이 많은데 오픈하고 있지 않다. 국민들은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만 봐도 흥분한다. 그런데 만날 기회가 없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 줘야한다"라며 "특히 과학자 스스로가 과학하는 재미, 과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내 식구 챙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정말 가능성 있는 훌륭한 과학자들을 적극 지원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가능성 있는 연구자에게 묻지 않고 연구비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책, 우리가 어떤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자 스스로 돌아보고, 기재부와 미래부 등 관계자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과학계의 대화노력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한편, 다음 포럼은 오는 26일 6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진행된다. 창업, 스타트업을 주제로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이 발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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