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트 절연체 이론 규명하고 MIT 소자 개발한 김현탁 ETRI 박사
"제품은 소비자 안전까지 책임지는 기술 접목돼야"

김현탁 박사가 MIT 소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자료>
김현탁 박사가 MIT 소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자료>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기업을 자부했던 삼성이 갤럭시 노트7(이하 갤노트7)의 연이은 배터리 폭발 사고로 단종을 결정하며 과학계에서도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8월께 갤 노트7을 출시한 후 연이어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수습에 들어갔지만 결국 출시 2개월만에 단종을 결정했다.

단종 결정으로 삼성이 입을 피해는 브랜드 추락은 물론 금전적으로도 2조원 규모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삼성 배터리 폭발을 가장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과학자가 있다. 모트 절연체 이론을 실험을 통해 규명한 김현탁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다. 그는 1949년 모트(Mott) 영국 캠브리지 대학 교수가 이론으로 예언한 금속-부도체(절연체) 전이현상(MIT)을 56년만에 실험으로 증명하며 MIT 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MIT 소자를 활용하면 전압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때 보호 회로로 빠져 나가게 유도함으로써 과전압으로 인한 시스템 손상을 막을 수 있다. MIT 소자를 적용해 전자기기의 폭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 5, 6년 전 리튬 배터리 폭발 매커니즘 연구했지만…

"5, 6년 전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ETRI에서는 리튬 배터리 폭발 매커니즘을 연구했다. 연구결과 리튬 배터리는 폭탄과 같았다. 과전류 방지장치가 있었지만 온도가 올라가자 배터리 부풀림 현상을 막지 못하고 결국에는 폭발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1991년 소니에서 최초로 상용화 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음극에서 리튬 금속이 전자를 보내면 분리막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액체로 된 전해질 부분이 파손되거나 누액될 경우 불안정해지며 폭발하는 위험성이 있었다.

국내 기업에서도 노트북 등이 폭발하며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이 제기됐다.

김 박사에 의하면 ETRI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 폭발 매커니즘을 실험을 통해 연구한 결과 휴대폰 배터리는 166도에서 42% 부풀었고, 177도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휴대폰에 과전류 방지장치가 있었지만 배터리 부풀림 현상을 막지 못하고 폭발로 이어졌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반면 김 박사팀이 개발한 MIT소자를 배터리와 연결해 장착한 휴대폰을 실험한 결과 160도에서 22% 부풀림을 보였고, 210도에서도 배터리가 폭발하지 않았다. 이는 임계 온도인 68도에서 MIT 소자가 금속으로 순식간에 바뀌면서 빠르게 전하를 방전시켰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이는 MIT 소자가 기존 세라믹 센서보다 작으면서 감도는 100배 이상 뛰어난 온도 센서 역할을 수행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당시 관련 기업에서 MIT 소자에 관심을 보였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를 리튬 폴리머 배터리로 바꾸면서 폭발이 줄어들자 더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인 전해질을 고체 또는 젤형태의 고분자로 바꾼 것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지만 최근 모바일 기기 대부분에 채택되고 있다.
 
김 박사는 이번 삼성 사태를 지켜보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셀(단전지) 보호와 보강이 철저하게 안되며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어 "MIT 소자 기술은 민간 기업에 이전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원천기술로 국내 대기업의 수주를 받기위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적용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제품은 사용하는 소비자의 안전문제까지 책임질 수 있는 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 안전문제는 반복해 강조해도 좋을만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MIT(Metal-Insulator Transition)란 금속-부도체(절연체) 전이현상. 구조상 전이를 겪지않으면서 부도체가 금속으로 혹은 금속이 부도체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모트(Mott) 영국 캠브리지대학 교수가 1949년에 이론을 예언하고 2005년 김현탁 박사가 실험으로 처음 이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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