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은선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책임연구원

중소기업은 국가산업의 허리와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위한 김은선 박사의  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순서는 1.세렌디피티, 우연성의 기술기회를 극대화하자. 2.벤치마킹의 함정,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3."실패해야 성공한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정부가 담보해야 4.사회적 자본과 4차 산업혁명 5.한국형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6.기술사업화, 무빙타겟을 고려한 평가지표의 발굴이 시급하다. 7.혁신의 의미, 革新인가, 赫新인가? 등의 순이다.[편집자 주]

'생태계 구축'이라는 용어가 대전시가 내새운 청사진 속에서 한마디로 '핫'(hot)하게 부상하고 있다. 생태계라는 용어는 혁신주체들간의 사슬적 연계, 상호작용, 자생적 진화를 강조한다.

그간의 혁신정책의 많은 부분이 'R&D 투자'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향후 정책의 방향성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수요중심의 유기적 연계와 지속 성장에 있다. 무엇보다 지역내 축적된 유무형(有無形)자산이 창출-확산-활용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효율적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과 자원의 원활한 배분과 연계 그리고 협력의 성공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한국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국(혹은 지역지역)의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과 혁신주체들간의 상호작용적 학습을 통한 특유의 기술혁신 방식으로 한국형 기술사업화 생태계 역시 이러한 유일한 자원과 혁신주체들간의 상호작용적 학습이 원활하게 일어나는 고유한 사업화 환경을 의미한다.

원래 생태계(ecosystem)의 사전적 의미는 상호작용하는 유기체들 및 그들과 상호간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무생물(무기적) 환경을 지칭하는 말로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완전히 독립된 체계를 이루면 이를 '생태계'라고 부를 수 있다.

즉, 상호작용과 자생 가능한 시스템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며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은 지역단위에서 효과적이므로 발생하므로 지역에서의 혁신활동을 촉진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생태계의 관점에서는 '사업화 생태계' 구축 과정을 역내 환경과 연계해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대덕은 혁신활동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출연연, 대학, 인력, 과학기술 인프라의 혁신환경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의 경우 물적, 인적 인프라에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제도적인 프레임워크를 공유하는 만큼 사업화 과정도 이러한 인적, 물적 자원, 공공·민간기관 및 기업들의 네트워크와 이들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이전 기고 글에서 밝혔듯이 기술사업화의 과정은 기업마다 상이하고 사업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 역시 사업화 과정 중에 변화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업화를 위한 지원 과정에는 공급자인 지원기관과 수요자인 기업의 일대일 상호작용을 넘어서 보다 다양한 기관들과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유망아이템 발굴 지원사업의 경우 사업화 아이템 발굴 과정에 기업의 니즈(needs)가 구체화됨에 따라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하고 두 기관뿐만 아니라 출연연, 대학, 잠재수요자 등 다양한 혁신주체들이 참여를 하게 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진화한다.

이러한 과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첫째, 출연연, 수요기업 등과의 다양한 연계는 잠재적 매출로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이 혁신역량으로 축적되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대덕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풍부한 인적·물적 자본과 편리한 접근성은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정책적 개입을 통한 생태계의 활성화가 용이하다. KISTI가 단독으로 주관하던 유망아이템 발굴 지원사업이 2008년 당시 연구개발특구본부와 공동으로 대덕에 위치한 혁신형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확대된 것도 이러한 지역내 혁신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형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은 지역 고유의 기술적·문화적·인적 자원과 기업간의 상호작용적 학습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이에 따른 자생적 진화가 가능한 혁신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일부 지원시책 가운데에는 고정된 시스템에서 유기적 시스템으로 전환해 상호작용적 학습과 융합지원(다양한 혁신주체들이 협력하여 기업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형태)을 표방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나 아직까지는 많은 시책들이 지원사업의 틀에 기업의 요구를 맞춰야 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원범위나 지원기간의 변경이 어렵고 지원 기관이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로 지원이 이루어지다 보니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적 학습을 촉진하는 것도 어렵다.

강조하면 혁신주체들의 역량이 축적되는 과정과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원투입은 비효율적 사업화 생태계를 확장한다. 이를 위해서 지원기관들은 책상에서 벗어나 사업화 과정의 요소요소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이를 시책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기업지원도 일대일 지원과 일회성 지원의 형태를 벗어나 지역의 환경과 자원을 고려한 혁신주체들간의 유기적 연계와 지속적인 혁신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형태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혁신주체들 모두 고객경험을 통한 혁신(Customer Experience Innovation)의 의미를 되새길 시점이다.
 

◆김은선 박사는?

김은선 박사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전문가다.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사업기회분석실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대·중소기업의 기업컨설팅을 수행해왔다.

김 박사는 2009년 과학산업화 팀장, 2010년 기술사업화정보 실장을 연임했었다. 아울러 당시 3000여명 남짓하던 과학기술정보협의회를 1만 2000명 수준으로 활성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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