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인사문제·연구비 배분 및 활용·특구부지 미개발 등 지적
"IBS가 뭐에요" 등 과학계 이해 부족한 의원들 눈총

2016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4일 KAIST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박은희 기자>
2016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4일 KAIST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박은희 기자>
"IBS가 뭐에요?"
"수학이 너무 어려워요. 어디다 씁니까?"

20대 국회 미래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의 과학기술계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4일 KAIST 강당에서 본격 진행됐다. 여당 의원 전원이 국감장으로 복귀한 가운데 정상적으로 국감이 치러졌다. 하지만  오래전 자료를 재탕하거나 준비안된 질문 등 의원마다 질의 내용의 수준차를 보여 과학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달 26일 오전 10시 예정돼 있던 미래창조과학부 감사에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며 첫날 국감부터 파행을 맞은 것에 비해 이날 국감은 여야 의원 전원 참석은 물론 관계자와 언론들로 국감현장은 시작전부터 북적였다.

과학계 첫날 국감은 한국연구재단, KAIST,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IBS(기초과학연구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국립대구과학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이공계특성화 대학과 과학계 관련 24개 기관에 대한 감사로 진행됐다.

국감 주요 질문은 국제과학벨트비즈니스사업의 중이온가속기 건설사업 지지부진, 이공계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 중단사례, IBS의 연구 차별성 유무, UST 해외출장비 과다, 이공계 학생들 전문대학원 진학 지속 증가, KAIST의 아이카이스트 사태 무관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상진 미방위 위원장은 "연구자들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과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 마련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국감 개회를 선언했다. 이어 의원별 질의가 시작됐다.

무엇보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故 신중훈 KAIST 교수에 애도를 표하며 과학계 인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의원은 "연구재단과 창의재단 이사장이 임기중에 사퇴를 했는데도 미래부는 일신상의 이유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갈하며 "자료에 의하면 창의재단 인력중 모 정당에 오래 근무했던 인력이 온것으로 안다. 과학계 인사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되면 안된다. 미래부도 좀 더 책임감 있는 답변을 해달라"고 역설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도 과학기술계 인사문제를 거론했다. 정민근 연구재단 이사장과 김승환 창의재단 이사장이 사표를 냈다면서 과학계 인사에 정치권의 입김이 배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첫 질의에 나선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2021년까지 구축이 가능한지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미래부 제1차관과 김두철 IBS 원장은 계획된대로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은 과학벨트 사업의 정상 추진과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용도외 사용 등을 지적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과총의 '과학기술신탁특별법' 추진에 과도한 예산투입 문제를 꼬집으며 미래부 감사를 요청했다.

국정감사에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기능·전문연구요원 관련해 질의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국정감사에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기능·전문연구요원 관련해 질의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이공계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국방부의 폐지론에 대해 미래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또 연구재단의 남녀 과제책임자에 따른 연구비 차등 지급 문제도 꼬집었다.

연구성과의 기술이전 문제도 지적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UNIST가 54억원 규모의 이차전지 기술을 세진그룹에 이전했지만,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기업에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무영 총장은 "현재 양산제품 생산을 위한 공정을 설립 중이다. 생산 후 해외 기업과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한 검증도 진행중"이라고 응답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창조경제 모델이었던 기업 아이카이스트 투자자 피해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KAIST의 무관심을 거론했다.

여야의원 상당수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여야의원 상당수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AIST와 아이카이스트 간에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KAIST는 상표권 사용료가 제대로 납부됐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또 연 매출액의 0.5%를 상표권 사용료를 납부해야하는데 이를 확인했느냐"면서 "KAIST의 무관심으로 투자자들이 170억원의 피해를 보게됐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성수 의원은 "아이카이스트는 창조경제 벤처 1호로 그 배경이 대단하다. 대통령 측근이 부사장으로 있었다. 배경이 화려하면 누구나 투자한다. 일반인이 정부를 믿고 170억원을 투자한 거다. 정부가 창조경제 실적 홍보에만 급급한거 아니냐"며 지적했다.  

강성모 총장은 "아이카이스트 문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초기 계약에서 경영상 관여하지 않기로 체결돼 있었다"며 "또 신생기업에게 과도한 독촉은 기업성장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  압박을 가하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대덕특구 내 미개발지 활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정재 새누리당 의원은 "특구 설립 11년을 맞고 있지만 17만평의 부지가 여전히 미개발상태로 기업과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장기 미개발 지역에 대한 자동해제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차동 이사장은 "특구 문제는 미래부에서 결정하고 있다. 논의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하자 김정재 의원이 "미래부에 책임을 전하가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만 믿지말고 적극 나설것"을 요구했다. 홍남기 차관은 "미래부 차원에서 장기 미개발지는 자동 해지하는 법안을 협의해 11월안에 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제4산업혁명에 따른 방향성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4차산업 혁명의 물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출연연의 역할에 맞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혁신, 연구역량은 떨어졌다"며 미래부의 리더십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 지급 문제도 지적됐다. 윤종호 무소속 의원은 "석사 80만원, 박사 120만원의 인건비가 책정돼 있는데 확인결과 석사급 연구원이 40만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KAIST 등에 인건비 지급 확인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연구비의 수도권 대학 집중, 여성연구자 소외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언급됐다. 하지만 일부 의원의 경우 오전 질의 후 이동 중에 "IBS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등 과학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모 국회의원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에게 "초등수학 문제를 제시하며 수학이 너무 어렵다"고 지적해 참석자들을 당황케 했다. 또 다른 의원은 5일 국감 예정 대상인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에게 질의해 위원장으로부터 지적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국감을 지켜본 한 과학계 관계자는 "그동안 요청한 자료들이 무척 많았는데 질문은 평이하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질문하면서 또 다시 자료를 요청하는 의원도 많아 준비가 안됐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5일 국감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기관인 정부출연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강성모 KAIST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아이카이스트에 대해서는 카이스트와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강성모 KAIST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아이카이스트에 대해서는 카이스트와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연구재단 등 미래부 직할 연구기관 및 과학기술유관기관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연구재단 등 미래부 직할 연구기관 및 과학기술유관기관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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