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초청해 법 해석 교육 받는 기관도 다수
조찬모임 참석안하고 차한잔 일상도 중지

#1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A 사무관. 2개월에 한번씩 산학연관 관계자와 갖는 조찬 모임에 처음으로 불참했다. 겉으로 드러난 불참 이유는 국감시즌으로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김영란 법 시행으로 자칫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참석하지 않았다.

#2 정부출연기관에 근무하는 B 팀장.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로부터 점심을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지만 거절했다. 아직 제대로된 해석과 판례가 없는 상태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대응책에서다.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공무원, 언론인은 물론 과학계 대부분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평소 참석하던 조찬 모임에 빠지고 점심 약속도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간단하게 해결하자는 추세다.

정부출연기관에서는 내부적으로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을 받는 등 김영란 법의 피해자가 되기 않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기관도 다수다.

김영란법을 피하는 법을 담은 '영란이가 지켜드릴께요' 앱도 발빠르게 나왔다. 언론사에서도 취재 기자들에게 법인 카드를 지급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 김영란법 제대로된 해석 없어 우왕좌왕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국회, 법원 등 중앙부처와 행정기관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공직자에게 청탁이나 금품을 제공한 민간인 등에 적용된다. 여기에 이들의 배우자까지 약 400만 여명이 추산된다.

법은 크게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로 나뉜다. '부정청탁'은 제3자를 통해 청탁을 한 이해당사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형벌에 처해지게 된다.

또 '금품 등 수수'에 관련해서는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와 제공자는 과태료, 그 이상의 금품은 형사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법 해석이 나오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변호사 등 법 전문가조차 다양한 사례에 대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며 관계자들은 더욱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출연기관의 B 팀장은 "전문가를 초청해 내부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을 요청했지만 명쾌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면서 "개인적으로 해야할까 말까 고민이 될때는 하지 않는쪽으로 우선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눈치를 보느라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잡겠지만 당장 혼란스럽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기관 홍보를 위해 가졌던 기자들과의 자유로운 만남도 모두 단절된 상태"라면서 "과학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소식지를 발행해 왔는데 언론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 있어 기관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대학 교수도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음료수 한병을 받아도 처벌 대상이라는 해석에 따라 학생도 교수도 눈치보기 중이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D 교수는 "평소 학생들과 차한잔 나누며 대화를 갖기도 하는데 오늘부터 당장 중단했다"면서 "어떤 사례가 대상일지 몰라 서로 조심하는 상황이다. 취지는 좋으나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제대로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출연기관의 E 연구자는 "보통 포럼이나 모임 후 만찬을 할 경우 개인별 3만원 내외가 되는데 걱정되어 2만5000원에 맞춰서 주문했다"면서 "참석자들도 불안한 마음에 식사자리가 불편하긴 하지만 문화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사용설명서 앱 '영란이가 지켜드릴께요'도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김영란법 대상자를 만나기 전에 청탁, 금품수수, 식대 등 위법 유무를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기관이나 대학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도 대응에 나섰다. 고가의 세트메뉴 음식은 김영란법 규모에 맞춰 새롭게 마련  '김영란 메뉴'를 선보이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과학계의 한 원로 과학자는 "독일이나 미국 등 과학선진국의 경우 청탁, 금품수수 문화가 없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느 분야나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한국인의 정 문화로 인한 영향이기도 하지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청렴문화는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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