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외국인 대상 봉사활동 펼치는 우의전 생명연 박사

우의전 박사(오른쪽)가 연구원들과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우의전 박사(오른쪽)가 연구원들과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그에게는 이름표가 셋이다. 주중에는 연구원, UST 교수, 주말에는 외국인 길라잡이로 불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면서 UST 교수로 제자를 지도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는 외국인 과학자와 학생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우의전 박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평일 오후 구조생물학을 연구하는 그의 연구실을 찾으니 후배 연구원, 학생들과 실험하느라 분주하다. 흐름을 끊기가 미안할 정도다.

이처럼 바쁜 일상을 보낸 후 주말에는 여유를 갖고 싶지 않느냐고 질문하니 "주말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또 다른 기쁨이 된다"는 우 박사의 답변이 돌아온다. 우의전 박사에게 훈훈한 주말 일탈(?)에 대해 들어보았다.

◆ 유학중 받은 고마운 도움 나누고 싶어 봉사활동 시작

우 박사는 가족들과 함께 2004년부터 국제과학기술자협의회(SEM)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과학자와 학생들이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고 있다.

SEM은 대덕연구단지의 과학기술인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외국인 과학기술인과 가족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1995년에 설립된 봉사단체다. 현재 연구원, 대학 교수, 교사, 대학생을 비롯해 이들의 가족 등 120여명이 봉사자로 활동한다.

외교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인 SEM은 대덕의 과학기술인 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에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 외국인 재소자들을 위한 한글지도, 음식만들기,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명절에는 외국인 과학자와 학생들과 함께 보문산에 오르는 하이킹 행사도 갖는다.

외국인을 위한 한글반은 매주 진행되며 한국 정착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각 정부출연기관과 대학 연구소에 있는 외국인 간 교류할 수 있도록 매년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행사도 개최한다.
 
우 박사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유학 중 받았던 고마운 도움을 다시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일종의 나눔 릴레이다.

우 박사는 국내에서 학위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동양의 유학생이 외국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은 많지 않았다. 또 문화가 달라 당황스럽고 어려웠던 일도 여러 번이었다.

그는 "여행도 가보고 싶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고 싶었지만 당장 생활비도 넉넉하지 않은 상태라서 생각만 간절했었다"면서 "그런데 지역의 봉사단체에서 영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을 여행도 보내주고 문화행사도 열어주는데 정말 고마운 경험이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었다"고 SEM 봉사활동을 시작한 동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SEM에서 봉사하고 있는 과학자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면서 "한번은 영국에 출장갈 일이 있어 이전에 도움을 준 봉사단체를 방문해 한국의 SEM을 소개했더니 자신들이 생각한 릴레이 봉사 취지와 맞는다며 무척 기뻐했다. 우리가 도움을 준 외국인 과학자들이 자국에 돌아가 또 다른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EM 거쳐간 유학생들 각국의 고급인력…민간 외교 역할 톡톡

외국인 연구자 가족들과 대덕특구내 한국천문연구원을 방문하고 기념 촬영.<사진=우의전 박사 제공>
외국인 연구자 가족들과 대덕특구내 한국천문연구원을 방문하고 기념 촬영.<사진=우의전 박사 제공>
"동남아의 한 연구소를 갔는데 누군가 알아보며 무척 반가워 하는 거에요. 충남대에 포닥으로 왔던 과학자였는데 당시 아기가 늦은 밤에 아파 무척 당황하며 전화를 해 왔어요. 다행히 셈의 의사 회원이 서둘러 가서 아기를 돌봐드렸는데 그때 기억을 잊지 않고 감사해하며 인사를 했어요."

"인도에서 화학연에 온 과학자분은 서울 모 대학의 교환교수로 갔다가 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어요. 말이 안통하니 무척 당황해 하셨고요. 셈에서 후원금도 모으고 병원 수속, 이동, 숙소 등 불편하지 않게 도움을 드렸지요. 그리고 잊고 있다가 인도로 출장을 가게 돼 연락을 드렸더니 목발을 짚은 상태(다리를 다쳐)로 학생들과 모두 나와 정말 반겨주며 연구소 투어도 모두 시켜주더군요."

10년 넘게 SEM에서 활동하며 우 박사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말한다. 특히 베트남, 중국, 라오스,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고국으로 돌아간 그들이 자국 정부기관의 요직에 오르며 과학분야 네트워크도 두터워지고 있다.

우 박사는 "네트워크들이 쌓이며 국제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또 대전시와 자매도시를 맺은 국가의 귀국자들도 있어 민간협력 교류에서도 중요한 것 같다"면서 "이런 관계는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또 다른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커뮤니티를 잇는 글로벌 정보센터 만들고 싶어"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일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 박사는 "한국에 오는 과학자나 학생들이 한국의 정서와 문화에도 익숙해지며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통합정보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셈이 처음 시작된 20년전에 비하면 외국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정주환경도 무척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생활을 어려워한다. 정서적 교감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 대부분 각자 커뮤니티가 있지만 국가별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받는 나라에서 나누는 나라가 됐듯이 봉사활동도 우리에게 도움을 받은 그들이 자국에 돌아가 릴레이 나눔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다"면서 "이런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과학자들과 즐거운 놀이 한마당.<사진=우의전 박사 제공>
외국인 과학자들과 즐거운 놀이 한마당.<사진=우의전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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