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토 히로시 동경대 지진연구소 교수·이시카와 유조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박사
日, 재해 대비 도시별 가이드북 배포·음료수 판매기에서도 재해 정보 알려
"지진, 제어·예측 불가…韓 지진 안전지대 아냐"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에서도 작은 지진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쪽 지각변동이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의 일부까지 영향을 미쳐 지각변동이 발생한 것이라 분석된다. 이렇게 거대한 지진 후에는 점탄성 완화라는 지각변동이 계속 되는데, 약 10여 년 동안 영향을 끼친다. 이번에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의 원인이 일본 동일본 대지진때문이라면 앞으로 그 영향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한국도 이제는 지진에 대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토 히로시 동경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이번 경주지진이 큐슈와 쿠마모토지진으로 인해 발생했을 경우 한반도가 지진에 취약한 지역이 됐을 것이라며 향후 십여년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사진=동경대 홈페이지>
사토 히로시 동경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이번 경주지진이 큐슈와 쿠마모토지진으로 인해 발생했을 경우 한반도가 지진에 취약한 지역이 됐을 것이라며 향후 십여년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사진=동경대 홈페이지>
일본의 지진전문 과학자 사토 히로시(佐藤 比呂志) 동경대학지진연구소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견해다. 그는 한국은 지진이 나기 쉬워진 상태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강조하며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토 히로시 교수에 따르면 일본 시코쿠 남부 앞바다의 남해 주상해분(舟狀海盆·해저에 있는 가늘고 긴 계곡)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하는 필리핀해 판과 서남 일본의 육지 쪽 판이 강하게 고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서 큐슈 서부에서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듯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어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이 나기 쉬워졌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사쓰마 반도 서쪽지진, 지난 4월의 구마모토 지진이 발생했다.
 
그는 "향후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동일본 대지진과 더불어 큐슈서부의 지각변동이 한반도의 지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두 지진으로 경주에 지진이 난 것이 맞는다면 한반도 남동부의 북동-남서방향의 단층이 움직이기 쉬운 상태가 지속돼 지진이 잦아질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지진 전문가들도 '한국 경주의 지진이 구마모토 지진과 비슷한 얕은 내륙 지진으로 그로 인한 지각변동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동해에 위치한 원전의 안전을 위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제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반도에 더 큰 지진의 가능성은 없을까. 사토 교수는 "단층이 견디는 힘으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나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본지와 인터뷰한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産業技術総合研究所)의 이시카와 유조(石川有三) 박사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이시카와 박사는 1993년 홋카이도 지진으로 발생한 해일이 한국의 동해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과거 한국에 피해를 입힌 해일 조사를 시작, 옛 한반도에서도 큰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에 입각해 한국 지진 연구를 시작했다.
 
이시카와 박사는 "여진은 상당히 긴 시간동안 이어지는 만큼(경주지진으로 인해) 한국에서 무감지진(진도 1 이하의 지진으로 사람이 느끼기 어려움)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그러나 유감지진(조용히 일하고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지진)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시카와 박사와 사토 교수 모두 "한국은 300여 년간 큰 지진이 없었고 일본에 비해 지진이 적은 나라이지만 오랜 시간동안 한국의 지진이 저조했다해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두 지진 전문가는 "큐슈도 오랜 기간 큰 지진이 없었지만 이후 큰 지진이 있었던 만큼 지금부터라도 한국은 대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日 지진 준비 어떻게?…도시별 가이드북, 매년 지진 분포도 발표
 

일본은 도시별로 방재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있다. 지진과 해일, 화산 피해 시 각 피난처와 응급처지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사진=야후재팬 캡쳐>
일본은 도시별로 방재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있다. 지진과 해일, 화산 피해 시 각 피난처와 응급처지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사진=야후재팬 캡쳐>
일본은 지역별로 지진과 해일, 화산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매뉴얼(방재 가이드북)을 각 가정에 배포하고 있다. 지진이란 무엇인가부터 최근 피해상황, 각 피난처 지도, 만일의 경우에 취해야 하는 응급처치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일본의 각 현은 해당 내용을 가정에 배포하고 인터넷 등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기 몇 초 전 신속하게 전국민에게 속보로 알리기도 한다. TV와 라디오, 휴대폰을 통해 지진을 예보하며, 기업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음료판매기의 전광판에 재해 발생시 정보를 표시하거나 본체에 남아있는 음료를 무료 제공하기도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재해지원형 자판기 400대를 가동해 8만8000개 이상의 무상 음료제공이 이뤄진 바 있다.

일본 코카콜라는 기업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재해 발생 시 전광판에 정보를 표시하거나 본체에 남아있는 음료수를 무료 제공한다.<사진=일본 코카콜라 홈페이지>
일본 코카콜라는 기업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재해 발생 시 전광판에 정보를 표시하거나 본체에 남아있는 음료수를 무료 제공한다.<사진=일본 코카콜라 홈페이지>
더불어 일본 정부는 종합적인 지진 방재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진 방재대책 특별조치법'을 제정, 우리나라의 미래창조과학부와 유사한 정부부처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 산하에 지진조사지진연구추진본부를 설치해 지진조사연구를 하고 예측지도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도는 향후 30년 이내에 진도 6도 이상의 흔들림에 휩쓸릴 확률의 지역 분포도를 그려내지만 예측 기간이 긴대다 제대로 예측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막대한 연구비를 들였으나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연구를 통해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장기 평가와 전국 주요 단층대와 해구형 지진에 대한 연구를 하는 등 지진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한 관찰이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두 연구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지진연구 관련 예산은 1995년 1월 17일 일본 효고현(兵庫県)의 고베시(神戶)와 한신(阪神)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2014년 기준 지진조사 연구 예산 정부 전체가 124억 엔 규모다. 한국 기준 약 1357억 원 수준이다. 이후로는 비슷한 예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예산의 상당부분은 지진 관측망 건설과 지진 관측유지에 소요 중이다.

문부과학성이 매년 발표하는 지진 확률 지역 분포도 일부.<사진=문부과학성 홈페이지>
문부과학성이 매년 발표하는 지진 확률 지역 분포도 일부.<사진=문부과학성 홈페이지>

지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우리나라는 지진관련 매뉴얼이나 정부의 권고 등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다. 지진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사토 교수는 "큰 지진은 갑자기 오기 때문에 대응하기 쉽지 않지만 가구를 고정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땅이 흔들리면 책상 밑으로 숨으라고 하지만 자고 있을 때는 어렵기 때문에 가정에서 스스로 가구를 고정시킬 것을 권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실제 가정에서 가구를 고정할 수 있는 압축봉 등이 판매 중이다. 침대 주변에는 높은 가구를 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 그는 "일본의 경우 긴 시간을 들여 건축법을 새로 만들어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하는 법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노력들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시카와 박사도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제어할 수도 예지도 불가능하다. 이번 지진을 통해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진이 일어나도 구조물 손상이 적도록 내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일본의 기상청 등이 실시하고 있는 긴급지진 속보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주문했다.

사토 교수는 "1993년 한국의 양산단층의 연구경험밖에 없지만 대전의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한국 연구자들과는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다"며 "한국이 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됐는지 등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한국 연구자들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시카와 박사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기상청 등과 연구 협력 중이다. 일본은 과거 지진자료가 풍부해 지진이 반복되는 시간과 간격이 있는 지역을 알고 있다"며 "관측데이터가 풍부한만큼 연구자들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과 다양한 연구를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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