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과학나무파티' 첫 모임 "참가자 모두가 주인공"···연구성과 뒷이야기부터 인생사까지 '진솔 토크'

"신약개발 정부과제를 주로 수행하고 있는데 오늘도 플라스크를 만지다가 뛰어 왔습니다. 기술이전으로 주목 받았지만 아직 한계는 많다고 봅니다. 열심히만 한다고 신약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칠기삼(運七技三)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이계형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흉부 압박 시 힘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유연하게 부착할 수 있는 장치 제작이 고민이었습니다. 우삼용 박사님을 실제로 만나뵙고 기술 개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운입니다."(권예람 아이엠랩 대표)

"기업에서 일주일에 한 두번씩 찾아와 기술개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어요. 바쁘지만 기업인들을 돕는게 즐겁고 보람됩니다."(우삼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22일 오후 대덕넷 회의실. 과학기술계 화제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격없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실제 스타트업 기술개발에 도움이 되는 자문도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인생에 귀감이 되는 다양한 스토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8~9월 화제의 취재 대상'을 초대해 참석자들과 상호 교류하는 '제1회 과학나무파티'가 열렸다. 3명의 특별게스트와 일반 참가자들은 이날 연구 과정부터 최근 관심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제1회 과학나무파티'행사가 22일 대덕넷서 열렸다.<사진=대덕넷>
'제1회 과학나무파티'행사가 22일 대덕넷서 열렸다.<사진=대덕넷>
◆ 연구투혼 이야기에 깊은 공감···심폐소생술 교육용 키트 시연도 진행

KAIST 석·박사생들이 모여 창업한 스타트업 아이엠랩 권예람 대표는 심폐소생술 교육용 키트의 주요 기능과 앞으로의 해결 과제 등에 대해 소개했다.

교육용 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권예람 아이엠랩 대표.<사진=대덕넷>
교육용 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권예람 아이엠랩 대표.<사진=대덕넷>
권 대표는 "지난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화상대화를 나누는 등 인류를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심폐소생술 교육용 키트 제작 사업을 지금까지 지속해 왔으며 현재 북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주요 선진국들이 하드웨어에 강점을 갇고 있는 반면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관련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오큘러스 등에도 연결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압박 부위를 정교하게 센싱하는 하드웨어 기술을 확보해서 정확한 학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우삼용 표준연 박사는 "대덕에 온 30년 동안 국가 표준 보급 관련 역할을 해 왔으며 최근에는 측정클럽 회장 등을 맡아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눌렀을 때 저항이 변하는 고무를 센서와 접목하는 연구를 기업체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저항 변화를 통해 경보 알람이 가능한 절연 터치 테이프 장치를 직접 시연하면서 "저항 변화를 감지하는 터치테이프를 방법창 등 안전에 사용할 수 있으며, 센서를 부착해 동작이나 강도를 감지해서 모바일 등으로 즉시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기업체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기술개발 업그레이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 박사는 이날 만난 권예람 대표와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아이엠랩의 기술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자문역할을 맡기로 했다. 

우삼용 박사가 터치테이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우삼용 박사가 터치테이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최근 보령제약에 새로운 혈액암 후보물질 기술이전에 성공한 이계형 화학연 박사는 30년간의 연구 투혼이 성과로 이어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계형 박사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기술 계약서에 도장을 못 찍으면 존경(Respect)를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난 30여년간 목숨 걸고 연구했다"면서 "연구원 출입카드를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연구원에 살다시피 했다"고 소회를 털어 놓았다.

이 박사는 "해외 제약사와 달리 아직까지 국내 기업체 등에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며, 3년마다 평가하는 정부과제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면서도 "신약연구 과학자로서 버틸수 있었던 것은 젊었을 때부터 지켜왔던 자존심 때문으로 기술이전에 꼭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제약산업은 종합적인 것을 총 망라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고 기초부터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복제약 보다는 신약개발에 장기적인 투자와 함께 정당한 가치 부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박사는 기술료 배분 문화와 관련 "기술개발 수익금은 친밀도 등에 따라 n분의 1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요건이 허락하는 하에서 최대한 연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보령제약에서 기술이전 파티를 하고 내려오는데 딸 시집보내는 마음이었다"면서 "집과 연구에만 충실하며, 간간히 낚시도 다니고 있는데 앞으로 첫사랑의 결실인 아내와 함께 여행 다닐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인생 재미"라고 말했다.

이날 파티에 참석한 신준섭 지구와사람과동물 대표는 "모바일 관련 사업을 운영했었는데 이번이 3번째 창업"이라면서 "그동안 동물원에 가면 상품들이 일괄적이고 외국산 제품이 많다고 생각해서 동물을 좋아하는 직원들과 창업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신 대표는 "브랜드화와 콘텐츠 제작은 앞으로의 과제인데 동물캐릭터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숨겨진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동물원·아쿠아리움을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공유했다.

백상기 충남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1982년 대덕에 왔으며, 대학에서 한 학기 2과목 정도 강의를 하고 있다. 일흔의 나이이지만 이야기를 듣고 배우려고 왔다"면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과학나무파티'는 과학·산업계에서 활약상을 펼치는 화제의 인물을 초청해 지속적인 소통·학습의 장이다. 과학나무 공동체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다음 모임은 10월 20일 오후 6시 대덕넷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이메일(jjar8271@HelloDD.com)을 통해 가능하며, 행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대덕넷(전진아 주임 070-4171-3504)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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