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의 사진공감]가을 편지

글 사진: 박용기/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전 UST 교수
가을이 되면 불현듯 떠올라 한 번쯤 들어보게 되는 노래가 있다. 고은 시인의 시에 김민기씨가 곡을 붙인 <가을 편지>라는 곡이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이렇게 시작되는 곡으로 1970년 가수 최양숙이 불러 70년대 젊은이들의 가슴을 적셔주었고, 1993년에는 작곡자 김민기가 리바이벌하여 20년의 세월을 다시 거슬러 감동을 주었던 곡이다.

하지만 이메일과 SNS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고 보내는 일은 어쩌면 오래된 전설처럼 느껴질 지 모를 일이다.

1970년대 중반, 결혼 전 아내가 유럽에 일년간 교환학생으로 가 있을 때였다. 지금처럼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는 존재하지 않았고 짧은 국제 전화도 우리들에게는 엄두를 내기 힘들 만큼 비싼 때였다.

한참 사랑에 빠져 있던 나에게 서로 만날 수 없던 일년의 시간은 참 힘든 시기였다. 그리움을 견디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편지를 보내는 일이었다. 그래서 거의 매일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 가서 새로운 우표를 사서 국제 우편으로 보내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렇게 손 편지를 써서 부쳐본 기억은 나에게도 이제 제법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걸 보면 세상이 바뀌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초가을이 되면 계절은 우리들에게 그 시절의 낭만을 느껴보라고 하는 듯 여전히 편지를 보내준다. 높고 푸르러진 하늘로부터 불어오는 상큼한 가을 바람은 하나 둘 가을 꽃들을 피워내고 가을 꽃들은 편지가 되어 가을 소식을 전한다.

가을 편지 1 - 우주를 향한 그리움_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하는 꽃 편지는 아마 코스모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높아진 푸른 하늘을 향해 마치 자기가 온 저 먼 우주의 고향과 교신이라도 하듯 가느다란 줄기를 곧추 세우고 바람결에 깃발처럼 연분홍 빛, 흰 빛의 귀여운 꽃 송이를 흔드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가을의 낭만을 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22, 1/160 s, ISO200가을 편지 1 - 우주를 향한 그리움_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하는 꽃 편지는 아마 코스모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높아진 푸른 하늘을 향해 마치 자기가 온 저 먼 우주의 고향과 교신이라도 하듯 가느다란 줄기를 곧추 세우고 바람결에 깃발처럼 연분홍 빛, 흰 빛의 귀여운 꽃 송이를 흔드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가을의 낭만을 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22, 1/160 s, ISO200

가을에 떠 오르는 노래가 <가을 편지>라면, 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하는 꽃 편지는 아마 코스모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높아진 푸른 하늘을 향해 마치 자기가 온 저 먼 우주의 고향과 교신이라도 하듯 가느다란 줄기를 곧추 세우고 바람결에 깃발처럼 연분홍 빛, 흰 빛의 귀여운 꽃 송이를 흔드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가을의 낭만을 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가을 편지 1 - 작은 우주를 품은 꽃_나는 꽃송이 속에 작은 별들을 가득히 품고 있는 이 꽃의 이름을 우주라는 뜻의 코스모스라고 붙인 사람이 정말 존경스럽다.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는 겉 모습만 보지 않고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만이 진정 코스모스가 품고 있는 우주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50 s, ISO100가을 편지 1 - 작은 우주를 품은 꽃_나는 꽃송이 속에 작은 별들을 가득히 품고 있는 이 꽃의 이름을 우주라는 뜻의 코스모스라고 붙인 사람이 정말 존경스럽다.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는 겉 모습만 보지 않고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만이 진정 코스모스가 품고 있는 우주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50 s, ISO100

그래서 코스모스의 우리말 이름은 '살살이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꽃송이 속에 작은 별들을 가득히 품고 있는 이 꽃의 이름을 우주라는 뜻의 코스모스라고 붙인 사람이 정말 존경스럽다.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는 겉 모습만 보지 않고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만이 진정 코스모스가 품고 있는 우주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편지 2 - 가을의 향기 _흰색 혹은 연 분홍색의 귀티가 나는 청초한 꽃을 피우는 구절초는 가을에 산과 들에 피어나는 국화과의 여러 야생화들 중 자태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800 s, ISO100가을 편지 2 - 가을의 향기 _흰색 혹은 연 분홍색의 귀티가 나는 청초한 꽃을 피우는 구절초는 가을에 산과 들에 피어나는 국화과의 여러 야생화들 중 자태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800 s, ISO100

초가을이 보내는 두번째 꽃편지로 나는 구절초를 꼽고 싶다. 흰색 혹은 연분홍색의 귀티가 나는 청초한 꽃을 피우는 구절초는 가을에 산과 들에 피어나는 국화과의 여러 야생화들 중 자태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아홉 번 꺾어진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도 있고, 음력 9월 9일에 약효가 가장 좋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꽃들의 전설이 늘 애처롭 듯, 구절초의 전설 또한 애처롭다.

가을 편지 2 – 애절한 전설의 꽃_애절하지만 아름다운 전설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구절초는 늘 초가을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청초하게 피어난 구절초는 마치 전설 속의 선녀가 다시 내려와 꽃으로 피어난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을의 정취와 향기를 전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0 s, ISO100가을 편지 2 – 애절한 전설의 꽃_애절하지만 아름다운 전설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구절초는 늘 초가을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청초하게 피어난 구절초는 마치 전설 속의 선녀가 다시 내려와 꽃으로 피어난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을의 정취와 향기를 전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0 s, ISO100

옥황상제를 보필하던 어여쁜 선녀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꽃을 너무 좋아해 꽃밭 가꾸기에만 몰두하여 그만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인간 세계로 쫓겨나게 되었다. 다행히 착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그런데 못된 고을 사또가 이 여인을 탐하게 되었다.

사또는 이 여인을 취하기 위해 남편과 내기를 하였지만 모두 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또는 여인을 옥에 가두고 회유하였다. 그러나 여인은 갖은 회유와 고문에도 굽히지 않고 절개를 지켰다. 다행히 사또의 잘못이 조정에 알려져 여인은 풀려났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나 천상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곧 이어 아내를 사랑했던 남편도 아내를 따라 죽고 말았다. 그런데 다음해 그들이 세상을 떠난 9월이 되니 집 주변에 예쁜 꽃들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꽃을 9월에 피는 천상의 꽃 혹은 구절초라 불렀다고 한다.

애절하지만 아름다운 전설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구절초는 늘 초가을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청초하게 피어난 구절초는 마치 전설 속의 선녀가 다시 내려와 꽃으로 피어난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을의 정취와 향기를 전한다.

가을 편지 3 – 마지막 불꽃_추석 부근이 되면 잎도 없는 땅 속에서 꽃대가 불쑥 올라와 유난히 붉은 빛으로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바로 '석산(石蒜)'이라는 꽃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320 s, ISO100가을 편지 3 – 마지막 불꽃_추석 부근이 되면 잎도 없는 땅 속에서 꽃대가 불쑥 올라와 유난히 붉은 빛으로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바로 '석산(石蒜)'이라는 꽃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320 s, ISO100

추석 부근이 되면 잎도 없는 땅 속에서 꽃대가 불쑥 올라와 유난히 붉은 빛으로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바로 '석산(石蒜)'이라는 꽃이다. 꽃무릇이라고도 불리는 이 꽃은 이전에는 주로 선운사, 불갑사 등 사찰 부근에 군락을 이루어 피어났지만 최근에는 도심의 수목원이나 정원에도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

가을 편지 3 – 9월의 열정_석산 역시 잎이 사라진 후에 꽃이 피어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상사화와 혼동을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꽃을 사진에 담지만, 꽃의 형태가 독특하여 때로는 유혹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고고하게 사색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붉은 꽃을 카메라에 아름답게 담아내기가 참 어려운 꽃이기도 하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80 s, ISO100가을 편지 3 – 9월의 열정_석산 역시 잎이 사라진 후에 꽃이 피어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상사화와 혼동을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꽃을 사진에 담지만, 꽃의 형태가 독특하여 때로는 유혹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고고하게 사색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붉은 꽃을 카메라에 아름답게 담아내기가 참 어려운 꽃이기도 하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80 s, ISO100

석산 역시 잎이 사라진 후에 꽃이 피어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상사화와 혼동을 하기도 하지만, 석산은 가을에 꽃이 진 후 그 자리에서 동양 난 같은 가는 잎이 돋아나 겨울을 지내다 다음 해 5월부터 시들어 없어 진 후 9월에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고, 상사화는 이른 봄 연록의 넓은 난초 형태의 잎이 올라왔다가 여름에 시들고 석산보다는 조금 일찍 꽃대를 올려 연분홍 혹은 노란색의 꽃을 피운다.

가을 편지 3 – 평화와 고독을 꿈꾸며_꽃 편지로 소식을 전하던 초가을이 지나면 계절은 한 해의 마지막 축제를 준비하고 아름다운 단풍 편지로 축제의 소식들을 전해 줄 것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정말 그대가 될 수 있는 누군가에게 가을 편지를 써 보는 구식의 낭만을 한 번 쯤 즐겨 보면 어떨까?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0 s, ISO100가을 편지 3 – 평화와 고독을 꿈꾸며_꽃 편지로 소식을 전하던 초가을이 지나면 계절은 한 해의 마지막 축제를 준비하고 아름다운 단풍 편지로 축제의 소식들을 전해 줄 것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정말 그대가 될 수 있는 누군가에게 가을 편지를 써 보는 구식의 낭만을 한 번 쯤 즐겨 보면 어떨까?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00 s, ISO100

가까운 한밭수목원에도 석산이 아름답게 피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담지만, 꽃의 형태가 독특하여 때로는 유혹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고고하게 사색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붉은 꽃을 카메라에 아름답게 담아내기가 참 어려운 꽃이기도 하다.

꽃 편지로 소식을 전하던 초가을이 지나면 계절은 한 해의 마지막 축제를 준비하고 아름다운 단풍 편지로 축제의 소식들을 전해 줄 것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정말 그대가 될 수 있는 누군가에게 가을 편지를 써 보는 구식의 낭만을 한 번 쯤 즐겨 보면 어떨까?

9월/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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