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대덕넷, 9월 상상력포럼D 행사 가져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21세기 국제정치와 한반도 통일' 주제 강연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21세기 국제정치와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강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21세기 국제정치와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강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한국은 대륙국과 해양국들 사이에 낀 반도 국가로 그들의 치열한 경쟁을 감당해야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리정부는 균형외교를 추구하는데 이는 자칫 모두를 놓칠 수 있다.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며 이를 기반으로 중국을 우리편으로 만드는 중첩외교 전략으로 가야 한다."

"핵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로 북한과 모든 관계를 끊어서는 안된다. 과학과 의료분야에서는 충분히 협력이 가능하다. 페니실린을 준다고 핵무기로 바뀌지 않는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위험이 없는 순수과학을 기반으로 협력을 모색하며 통일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

기로에 선 한국의 정치외교에 대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의 조언이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와 대덕넷은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을 초청, 21일 오후 3시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권동일) 기술지원동 회의실에서 9월 상상력포럼D 행사를 가졌다.

윤 전장관은  '21세기 국제정치와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한국의 지리적 위치, 역사적 경험, 현재 한국의 위치 등 전문가적 분석을 통해 한국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그는 동북아 국가들이 표시된 간략한 지도 한장을 띄우며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묘하지 않는냐"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 영토가 가장 넓은 러시아, 여전히 과학기술과 교육에서 저력있고 경제대국인 일본,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면서 군사력을 갖춘 미국. 그 사이에 끼여있는 작은 나라, 한국이 놓인 현실이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대륙국, 일본과 미국은 해양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은 역사적으로 서로 패권을 잡기위해 치열한 경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작은 국가이면서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침략을 당하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났던 2월 조선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나라를 불러 들였는데 당시 상황을 본 외국인은 조선의 군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력했다고 '조선 1894년 여름'이라는 책에 적기도 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시작으로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일어나며 한반도는 강국들의 먹이가 됐고 을사늑약, 한일합병에 이어 오늘날까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강국들이 어떤 관계이고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알아야 우리도 감을 잡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경쟁, 삼국지의 권력게임과 흡사
 

 이날 함께 한 청중들이 윤 전 외교부 장관의 강연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이날 함께 한 청중들이 윤 전 외교부 장관의 강연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윤 전 장관은 미국, 중국, 일본 등 강국 간 오늘날 관계를 삼국지의 권력게임에 비교했다.

그에 의하면 2차세계대전이 종료된 1945년 이후 중요한 해는 1991년과 2008년이다. 1991년은 소련이 무너지며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체계가 종료된다. 그러면서 미국이 국제정치에서 최대 강국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아프칸 전쟁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설상가상, 2008년 미국 최대 금융 중심지 월가의 도덕적 해이와 모기지론의 부실로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은 금융 위기에 직면한다.

반면 중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의 채권을 대대적으로 구입한다. 사실상 미국의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낼때라고 판단한다. 일본은 중국의 고속 성장을 견제하며 경계에 들어간다. 과거의 역사가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배에 납포 된적이 있는데 이곳은 영토 분쟁이 지속돼 왔던 곳으로 중국이 관광객을 줄이고 히토류를 팔지 않겠다고 일본을 협박하면서 결국 일본이 손을 들었다"면서 "이후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현실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미국이 요구하는 군비 지원을 위해 헌법을 바꾸려 하는 등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중국의 상승하는 세력이 미국과 경쟁 관계로 가면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삼국지의 권력게임, 제로섬 게임과 비슷하다"면서 "중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베트남, 필리핀의 영토에 대해서도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또 태평양해도 넘보며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주도하겠다는 중국의 야욕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한국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기 위해 '한미 동맹은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윤 전 장관에 의하면 중국의 이런 속내는 서울대를 방문해 강연에 나섰던 시진핑 이야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서울대를 방문한 중국 수석 시진핑의 강연을 들었다. 외모부터 위풍당당하고 강연하는데 공부를 무척 많이 하고 왔더라"면서 "신라시기부터 중국과 한국의 협력관계를 줄줄꿰며 양국은 운명공동체라고 감정적으로 어필하는데 이 사람이 대국의 권력자인가 싶을정도로 호소력이 있었다. 한국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외교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의 외교 전략, 통일한국 위해 4대 강국에 납득 시켜야
 

강연 후에는 남북 교류를 위한 과기계의 역할을 비롯해 통일 한국을 바라보는 주변 강국들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사진=박은희 기자>
강연 후에는 남북 교류를 위한 과기계의 역할을 비롯해 통일 한국을 바라보는 주변 강국들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사진=박은희 기자>
그럼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윤 전 장관은 먼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관성부터 짚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미국과 일본, 한국의 방패막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본은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즉각 미국의 병력이 출동할 수 있도록 오키나와 기지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위한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셈"이라면서 "중무장한 한국은 일본을 지키는 방패막 같은 역할을 한다. 결국 한미동맹, 미일동맹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문이나 언론 뉴스를 볼때 이런 관계를 의식하면서 보면 각국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강국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윤 전 장관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어느 국가도 한국의 통일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일본은 한반도 통일에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이 다시한번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일본보다 경제력이 강해질것을 두려워 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완충지대였던 북한이 사라지면 미국과 바로 대적해야 하는 입장으로 한반도 통일 반대를 고수한다. 러시아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나마 미국이 우호적으로 남북 통일을 지지 할것 이라는게 윤 전 장관의 해석이다.

윤 전 장관은 통일전략으로 4대 강국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 4대 강국은 크게 실리가 없기 때문에 지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우호적인 미국과 동맹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미국과 밀착관계인 일본의 지지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국에게는 통일 후에도 미국과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우리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균형외교를 추구하는데 이는 자칫 모두를 잃을 수 있다"면서 "미국을 품어안고 그 기반위에서 중국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이는 중첩외교 전략으로 가야한다. 또 국제적으로 신뢰감있고 국민에게 존중받는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강연 후에는 남북관계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남북 관계 협력을 위한 과기계의 역할을 묻는 질의에 윤 전 장관은 "적극적이고 길게 보는 대북정책이 필요한데 현 정부에서 그런 시각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핵문제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과학은 비정치적으로 협력이 충분히 가능하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없는 순수과학 협력을 모색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다. 사람의 가치, 사람이 주인인 곳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 페니실린을 보낸다고 그게 핵무기로 전환되는 거 아니지 않느냐. 어떤 형태든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고 남북 인력 교류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0월 상상력포럼D는 19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첫 상상력포럼D는 21일 오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지원동에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박은희 기자>
올해 하반기 첫 상상력포럼D는 21일 오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지원동에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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