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표준연 연구자와 김세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과의사
"의료측정표준 통한 의료기기 명품화···세계 의료기기 산업 이끌 원동력"

"영상기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환자들은 의료 쇼핑 같은 과잉 진료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영상기기를 다시 찍는 않아도 되는거죠.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줄 수 있습니다."

"의료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보다 정밀하고 신뢰성이 높은 의료기기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의료측정표준은 의료기기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학자와 의사가 만났다. 과학지식을 탐구하는 과학자와 의술로 병을 치료하는 의사. 얼핏 보면 공통의 관심사가 없어 보이지만 이들이 의기투합했다. 인류를 위한 미래 의료기술을 위해 서로의 필요성을 간파했다. 

김용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장과 김세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최근 표준연에서 만나 '의료측정표준'의 필요성부터 추진 방법, 향후 과제까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김용태 표준연 박사(좌)와 김세준 대전성모병원 교수(우)는 의료기기 측정표준의 중요성에 대해 소통했다.
김용태 표준연 박사(좌)와 김세준 대전성모병원 교수(우)는 의료기기 측정표준의 중요성에 대해 소통했다.
 
◆ 의료기기의 측정표준이 필요한 이유는?
 
김용태 센터장(이하 김용태): 측정표준은 사실 어려운 게 아니에요. 좀 더 정확히 정밀하게 하기 위해 측정표준을 세우는 거죠. 사고파는 상거래로 생각해봐요. 서로의 기준이 같아야 믿을 수 있잖아요. 국가 간의 무역도 활발해지면서 국제적으로 통일된 측정표준이 필요하게 됐죠. 국제도량형국이 생기고 단위계의 표준이 생겨나게 된 거죠.
 
의료 현장에서 의료기기를 활용한 진단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의료기기는 무언가를 재는 기기입니다. 측정하고 그 측정값을 진료에 활용합니다. 정확하게 재느냐가 아주 중요한 팩트인거죠. 정밀의료 시대에 의료기기의 정확성은 매우 중요한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의료현장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혈압계는 의료진이 혈관에서 나는 소리를 듣느냐 못 듣느냐를 기준으로 합니다. 하지만 의료진마다 청력이 다르고 청진기의 성능도 다릅니다. 측정표준의 확립은 기본단위에서 소급돼야 하는데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계는 소급성 연결을 이루기 어려운거죠.
 
김세준 교수(이하 김세준): 측정방법, 측정자 등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런 부분이 계속해서 누적되면 결과적으로 의료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요소가 될 수 있겠네요.
 
김용태: 특히 영상기기는 앞으로 대세를 이룰 것입니다. 영상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의료기기의 측정표준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김세준: 영상기기가 도입되면서 의료계의 발전 속도가 정말 빨라지고 있습니다.
 
레지던트 1년차 때만해도 충수염(맹장염) 환자의 경우 환자의 병력과 혈액 검사 등으로 진단했습니다. CT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험이 안 돼 접근도가 떨어졌었죠. 진찰과 검사 등으로 진단하고 수술에 들어갔는데 충수염이 아닌 장염 등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맹장염 환자에 대한 검사 대부분이 영상기기를 활용합니다. 수술 전과 수술 때 진단율이 일치하다보니 진료와 처리에서 영상기기의 사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상기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영상기기의 표준을 신뢰할 수 없다보니 병원을 옮기게 되면 환자는 다시 찍어야 하는 불편이 있는 거죠. 의사 입장에서는 해상도 등에서 신뢰할 수 없으면 다시 찍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상기기의 표준화가 안됐기 때문이죠. 당연히 환자는 다시 찍어야 하는 불편한 경제적인 부담까지도 안게 되는거죠.
 
영상기기가 의료 발전의 핵심영역인 만큼 표준화는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두 사람은 "의료측정표준을 통하면 의료기기 명품화도 앞당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조은정 기자>
두 사람은 "의료측정표준을 통하면 의료기기 명품화도 앞당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조은정 기자>
◆ 내 몸에 300와트 고출력 초음파가?···"초음파 출력 측정할 기술은 없다?"
 
김용태: 의료용 초음파는 진단, 치료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암 치료 등을 위한 고강도 집속 초음파 치료기 등도 많이 사용되고 있고요. 몸속으로 고출력의 초음파가 쏘아지지만 현재 고출력의 음향 파워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20와트(W)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유럽 쪽에서 150와트까지 측정했다는 논문이 나오기는 했지만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내 몸으로 고출력의 초음파가 들어가는데 그 수치가 정확한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안전을 위해 시급한 문제입니다.
 
현재 환자의 연령에 관계없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의료기기는 청진기, 체온계, 혈압계 등입니다. 체온계와 혈압계는 사람의 체온과 혈압을 측정해 결과를 수치로 제공하는 장치입니다. 의학의 발전에 과학 기술이 함께 하면서 첨단화되고 있는 거죠.
 
김세준: 의료기기는 다양하다. 의료기기는 진단기기와 치료기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진단기기가 치료기기 보다 좀 더 많은 상황입니다. 진단기기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체온계, 혈압계 등을 비롯해 검사, 모니터링 등을 위한 다양한 진단기기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상진단기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X-ray, CT, MRI 등 수술 전부터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영상기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용태: 의료기기의 측정표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태동단계입니다. 독일, 미국, 영국 등이 조금 먼저 시작했고요. 일본과 우리나라, 중국 등의 국가들이 약간의 시차로 활발하게 연구를 시작한 단계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의 측정표준이 제대로 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 측정표준이 시급한 의료기기는?···"안전성+발전가능성 따져야"
 
김용태: 시급성은 발전 가능성과 안전성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환자와 의료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한 측정표준이 필요합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발전 가능성은 의학, 의료기기 관련 과학과 공학의 발전 가능성을 말합니다.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보다 정밀하고 신뢰성이 높은 의료기기 측정 데이터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측정표준을 의미합니다. 이런 두 가지 관점에서 시급성을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김세준: 비슷한 관점입니다. 과학인과 의료인이 교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인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과학적 기술은 없습니다. 반대로 과학자분들은 기술은 있지만 임상 경험은 없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서로를 잘 이해하면 의료계에 정말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공유해야 하는 이유인거죠.
 
김용태: 그러나 아직 의료기기 분야의 측정표준은 서비스 분류 리스트도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로의 수준을 가늠할 공식적인 데이터는 없는 상태죠. 하지만 최근 들어 서로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어 앞으로 좋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미국 NIST(국가기술표준연구소)는 Pennie라고 하는 MRI 의료영상관련 팬텀을 세계최초로 개발했으며 독일 PTB(물리기술연구원)는 가장 먼저 다품종의 의료기기 측정표준 개발을 착수해 혈압계 시뮬레이터를 최초로 개발하는 등 체계화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서둘러야 합니다.
 

미니대담회를 마치고 김용태 박사의 연구실을 둘러봤다.<사진=조은정 기자>
미니대담회를 마치고 김용태 박사의 연구실을 둘러봤다.<사진=조은정 기자>
◆ 과학자와 의사 교류 '메디컬 포럼' 발족···"협업만이 살길이다"
 
김용태: 지난 2006년 '대전 메디컬 R&D 포럼'이 생겼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덕특구 내 6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전시 소재 7개 종합병원 원장들이 이사로 구성된 연구협력 단체입니다.
 
각 기관을 대표해 구성된 실무위원회의는 한 달에 한 번 모이고 있습니다. 김 교수님과 제가 실무위원입니다. 포럼은 협업연구를 위한 주제 발굴과 의료인과 과학자 사이의 중매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세준: 일단은 과학계와 의학계가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동안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특별한 안건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모여서 관계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협업할 수 있는 연구 과제를 찾기도 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소개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기에 서로의 필요성을 지금보다 더 간절하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요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지만 연구원도 의사도 협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합니다. 과학자와 의사. 전문 영역이지만 서로에서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김용태: 과학자와 의료진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 져야 합니다. 의료진의 임무 중 중요한 것은 환자의 진료와 임상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 임상 연구는 의학 발전에 매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환자의 진료와 연구의 균형이 필요한데 현재는 임상 연구의 중요성이 다소 낮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의료진의 실무 과정에서 많은 수요기술이 도출되고 과학자들과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실현한 다음 다시 임상적 데이터 획득을 통해 의료기술 발전의 선순환 고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의료기기 측정표준이 이뤄진 미래 모습은?···"세계 의료기기 산업 이끌어"
 
김용태: 측정표준은 정밀도를 향상 시키는 기술입니다. 정밀해 진다는 것은 안보이던 것을 볼 수 있게 됨을 의미합니다. 정밀도가 향상된 의료기기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의료산업이 고용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과거에 비해 환자들이 의료기술을 신뢰하게 돼 의료 쇼핑을 통한 과잉 진료도 사라지게 될 것이며, 신뢰성 있는 의료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개별 맞춤의 정밀의료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세준: 신대륙 발견을 위해 떠난 배가 암초를 만나 부서졌다고 합니다. 경도계가 있어도 경도계를 정확하게 측정할 기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경도계를 개발한 이후에야 항해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의료계도 그럴 수 있습니다. 병원마다 나라마다 영상기기가 다릅니다. 그렇다보니 비교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각각의 영상기기로 얻은 수치를 논문에 게재하지만 효과가 있는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은 표준화된 의료기기가 아닐까 합니다. 의료측정표준이 의료계의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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