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모듈형 팬텀 개발로 '의료영상 정량화' 달성 기대
김용태 센터장 "의료기기 표준 확립은 의료기기 명품화 가능 가져올 것"

김용태 센터장이 최근 센터가 내놓은 성과 '모듈형 팬텀'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김용태 센터장이 최근 센터가 내놓은 성과 '모듈형 팬텀'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초 정밀의학 추진 계획을 선언한 이후 '정밀의료'는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 역시 정밀의료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정보, 진료정보를 고려한 '유전체의학'과 개인의 습관 등 '사전적 건강관리'가 통합된 형태로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예측의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밀의료가 실현되면 환자는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과 의약품을 처방받아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게 된다. 특히 질병을 예측해 맞춤형 건강관리로 예방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오진율과 불필요한 치료·처방을 줄일 수 있으며,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의약품 처방이 가능해 질 수 있다. 

정밀의료가 실현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빅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면 정밀의료는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의료와 측정표준이 만나야 하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측정기술부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장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9단급 기보를 분석했다는 데 있다. 빅데이터의 질이 높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정밀의료를 위한 의료 빅데이터가 제대로 쌓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기의 측정표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료측정 신뢰성 향상 연구···바텀업(Bottom up) 연구로 진행  

김용태 센터장과 조효민 박사 초음파 출력파워측정시스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김용태 센터장과 조효민 박사 초음파 출력파워측정시스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건강 검진을 받다보면 많은 진단 의료기기를 접하게 됩니다. 가끔은 의료기기의 데이터가 정확한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검진자가 확인할 방법은 없죠. 의료기기의 측정표준이 정확하다면 검진자는 검진 데이터를 신뢰하게 되고, 다른 병원에서 또다시 검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지겠죠."

지난 2012년 발족한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센터명에 가야할 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센터장은 "의료분야에서 측정표준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확립 되지 않은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면서 "의료는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전성 확보를 위한 표준이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일찍부터 의료기기 표준 확립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자별로 흩어져 연구를 진행했다. 김 센터장은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기기도 측정기기 중 하나다. 의료기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기기의 표준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일찍부터 문을 두드렸지만 정부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연구자들이 개인별로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00년대 초 안전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 기술개발 등을 추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당시엔 의사와 과학자 간의 대화도 쉽지 않았다. 서로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2년 '의료측정 신뢰성 향상'에 대한 기획이 다시 진행되면서 연구가 본격화 됐다. 2005년에는 UST에 의학물리학 전공과목도 개설됐다. 이는 2011년 의료융합측정연구단 신설로 이어졌고 다음해에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김 센터장은 "2012년 이전에는 개인별로 수행하는 연구가 많았지만 2013년 레이저, 초음파, MRI, 혈압 등의 중요 분야 전문가들이 센터로 들어오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역사지만 센터의 활약은 결코 적지 않다. 혈압계 오차를 줄인 시뮬레이터를 개발했으며, 의료용 레이저 표준 확립, 초음파 영상진단 신뢰성 향상을 위한 경동맥의 내막·중막 두께분리측정기술 개발, 뇌졸중 병기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표준절차 확립 등을 이뤄냈다. 

◆ 의료용 더미 '팬텀'···의료영상 '정량화' 앞당겨 

센터는 최근 새로운 연구성과를 내놨다. 의료영상 정량화를 한 발 앞당길 수 있는 '모듈형 팬텀(Modular Mapping Phantom)'을 개발했다. 

팬텀은 의료영상품질 혹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물리적 객체다. 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사용되는 '더미(Dummy)'와 유사하다. 의료영상기반 측정불확도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이 팬텀을 통한 의료영상품질의 신뢰성평가다. 팬텀은 이미 영상품질평가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모듈형 팬텀.<자료=표준연 제공>
모듈형 팬텀.<자료=표준연 제공>
하지만 기존 팬텀은 고가인데다 하나의 의료영상기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제한된 목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영상기기에서 생산되는 의료영상의 측정불확도 평가에 매우 제한적이다.  

김 센터장은 "의료영상은 요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과거엔 의사의 눈에 의해 정성적으로 진단, 평가해 왔지만 빅데이터, 정밀의료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량적인 수치로 진단하고 평가하는 의료영상 정량화는 세계적 추세"라며 "모듈형 팬텀 개발은 의료영상기반 측정 불확도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모듈형 팬텀 개발을 주도한 조효민 박사는 "모듈형 팬텀은 측정 소급성이 확보된 표준팬텀을 개발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개발 취지를 밝혔다. 특히 모듈형 팬텀은 레고 형태로 조립, 분리가 가능하며 내부가 비어있고 반투명 형태로 만들어져 목적에 따라 표준물질을 개발해 주입할 수 있다. 

또 영상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삽입물을 내부에 삽입할 수 있어 목적에 따라 부위별로 조립해 의료영상기기를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조 박사는 "기존 하나의 영상기기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던 통합형 팬텀에 비해 매년 발전하고 있는 영상기기의 발전 속도에 맞춰 맞춤형 삽입물을 개발해 응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의료영상기기에 동일한 팬텀 패키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가격면에서도 통합형 팬텀에 비해 저렴해 활용이 쉽게 될 수 있다. 조 박사는 "조직의 영상 대조도를 모사 할 수 있는 표준물질을 개발해 주입하고 인체를 모사하는 형태로 팬텀을 조립함으로써 특정 조직의 의료영상에서 대조도 범위를 지정하고 특정 조직 및 병변에 대한 영상기기별 차이를 교정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팬텀의 크기, 내부 삽입물, 표준물질의 소급성을 확보함으로써 과학적 품질보증을 기반으로 정확도와 신뢰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의료+표준측정=정밀 공중보건 의료 시대 '활짝' 

표준연의 측정표준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표준연의 측정표준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의료 자체도 온도, 압력 등의 여러 가지 인체 물리량을 측정하고 임상적 데이터를 기반 한 의학이 융합해 발전된 것입니다. 측정표준은 측정을 보다 정밀하게 하는 기술이고요. 결국 의료와 측정표준의 융합이 정밀공중보건의료의 시대를 여는 핵심인거죠."

김 센터장은 의료진단 데이터의 신뢰성을 향상하면 과잉 진료저감, 치료효과 극대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신뢰성 있는 의료기기가 보급되면 의료 빅데이터의 정확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진단의 신뢰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영상에 기반 한 진단이 많아지는 만큼 의료영상의 정밀화와 품질향상이 측정표준과 결합하면 의료기기 명품화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 센터장은 "우리의 표준측정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의료기기의 명품화를 이루면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에서 시장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현장에서 측정에 대한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자문, 연구회 등을 통해 측정 표준 확립이 필요한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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