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의원 '청와대·미래부의 외압설' 주장
과학계 "연구개발 혁신은 기관장 선임부터 투명해야"

지난 7월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한데 이어 임기를 1년 남겨둔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이하 창의재단) 이사장이 1일 공식 사퇴하면서 정부 측의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공식 사퇴 이유로 교육과 연구 등 본연의 임무인 후학양성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대한민국 과학창의축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던 만큼 과학계와 정치계에서는 김 이사장의 사퇴 발표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김경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회의원(국민의당)의 자료에 의하면 과학계에 대한 정부의 인사 외압은 지난 4월 실시된 총선부터 시작된다는 분석이다.

4월 총선 당시 과학계의 핵심 인물인 신용현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오세정 서울대 교수, 이상목 전 미래부 1차관, 이덕환 서강대 교수 등이 야당인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거나 비례대표로 발탁되면서 청와대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

신용현 전 원장이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진출해 기관장 공석이 됐던 표준연은 후임 원장이 선임되기까지 70일간 3차례의 공모와 무산이 반복됐다.

원장 공모시 표준연 내부에서만 15명의 주요 보직자와 내로라하는 과학계 인사들이 응모에 참여했다. 하지만 모두 무산되고 당시 원장 선임의결권을 가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였던 현 원장이 사표를 내고 응모에 참여하며 인사가 마무리 돼 보복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올해 연말까지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이 다수다. 당장 9월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을 비롯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11월 6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12월 5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의 임기가 12월 8일이면 종료된다.

KISTEP 원장에는 이미 대구출신 새누리당 인사가 내정됐다는 설까지 돌고 있어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한 상황이다.

김경진 의원은 "KISTEP 원장에는 이미 대구출신 새누리당 인사가 내정됐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정부에 쓴소리를 한 과학계 길들이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면서 "원장 선임은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전문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기관장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정부의 기관장 인사 개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나라 연구개발 환경이 뒷걸음 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치적 의지에 따라 기관장이 선임되고 과제가 선정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개진도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과학계의 정책 담당자는 "관료들의 나눠먹기식, 정부의 제식구 감싸기로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과학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연구개발 혁신은 기관장 선임부터 투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계의 원로는 "기관장이 경영상의 문제가 아닌 이유로 기관장에서 사퇴하면 기관의 경영자율성, 연구환경 자율성이 통째로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지나친 인사개입으로 정부 입맛에 맞는 기관장이 온다면 이는 곧 과학계의 몰락"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