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연, 30일 '연구비의 빚과 그림자' 정책토론 개최
"일부 부정과학자 잡기 대신 '창의적 연구자' 위한 노력 해달라"

과실연이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구비의 빚과 그림자'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실연이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구비의 빚과 그림자'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한국에 돌아와 연구생활한지 7년 됐다.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노벨상 50년간 나올 수 없다. 연구자를 해방해 달라. 제안서와 연구비 항목을 간소화해달라." (KAIST 모 교수)
 
"이제 퇴직을 앞둔 연구자로서 후배연구자들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은 인건비다. 선진국은 없는 회의비가 우리나라에 있는 걸 보면 이걸 인건비 대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회의비 사용도 만만치 않다는걸 연구자들 잘 알꺼다. 이런 죽도 밥도 안 되는 제도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A 연구원 박사)
 
"오늘 출연금이라는 말 한 마디도 안 나왔다. 출연금은 KIST설립 이후 개념이 만들어졌으나 관료들이 잘 살리고 있지 못하다. 출연금이 뭐냐. 버린다는 거다. 기관 자체에서 투명성과 신뢰를 위해 감시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왜 정부가 감시하는지 모르겠다. 공무원들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모 대학 교수)
 
비현실적인 규제와 고도의 감사, 과도한 연구비관리에 괴로워하는 연구자들의 울부짖음이다.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연구비를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과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 실제로 과도한 감사로 유능한 과학자가 지난 2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고, 연구원의 47%가량이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 연구를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설문조사도 있었다.
 
'연구자의 임무가 연구인지 연구비관리인지 모르겠다'는 연구현장. 과학기술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대표 노석균·이하 과실연)이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구비의 빚과 그림자(연구자의 임무는 연구인가 연구비 관리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과실연은 연구비는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만큼 연구자들은 국민에게 큰 빚을 안고 있고, 빚은 빛나는 연구성과로 갚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주제를 선정했다.
 
박현성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실연이 지난 3월부터 아침마당을 운영하며 연구관리개선을 위해 도출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박현성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실연이 지난 3월부터 아침마당을 운영하며 연구관리개선을 위해 도출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주제발표를 한 박현성 서울시립대 교수(과실연 수도권대표)는 연구관리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연구자 윤리의식 강화 및 자체 정화노력 ▲자체 감사 내실화로 외부감사 축소 ▲연구비 사용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 ▲원활한 랩 운영을 위한 인건비 풀링제 유연한 적용 ▲연구지원 행정인력 보강 및 전문성 강화 등을 강조했다.

과실연은 지난 3월부터 출연연, 대학, 언론 관계자와 함께 아침마당을 운영하며 연구관리개선을 위한 방안을 도출한 바 있으며 상단 개선 방안은 아침마당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그에 따르면 정부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의 경우 국감, 감사원 감사, 상위기관 감사, 전담기관 실사 등 많으면 연 6회 이상의 감사를 받고 있다. 감사요구자료 제출 시 몇 년 치 자료를 하루, 이틀 내 제출하는 관행으로 연구자와 지원인력 모두 감사 때만 되면 본연의 일에서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
 
부처가 연구관리 시스템을 일원화 하겠다고 내놓은 시스템도 오히려 행정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는 "미래부가 연구비관리시스템 이지바고(Ezbaro)를 내놓았으나 볼펜 한 자루 구입한 내역까지 모두 써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간소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문제는 미래부에 이어 산업부와 환경부도 각자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실에서 다양한 부처의 지원으로 연구를 하면 이 프로그램을 다 써야하는것인가. 부처별연구관리 규정시스템의 일원화를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부분의 연구비 관련 부정사례는 고의적 부정이기보다 관련규정을 제대로 숙지 못해 일어나는 불인정 집행건"이라며 "연구비 비목이 점차 세분화되고 연구집행 매뉴얼이 복잡해지면서 고경력 연구자들도 실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세세하고 과도한 연구비 집행 규정은 연구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정부가 연구비사용의 네거티브규제(금지 외 원칙적 허용)로 전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교수는 대학의 연구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은 대학원생이다. 그들은 학위를 받으려고 온건데 교수가 연구비를 못 따오면 학위를 위한 연구를 못하는 상황이된다"며 "연구를 잘 하는 사람에게 연구비를 더 줘야하는 것은 맞으나 연구비 인건비만은 유지할 수 있도록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 대학은 대학연구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일반대학진흥금이 없다. 이는 경제발전 위주의 개도국형 정부R&D 투자 모습"이라며 "창의적 기초연구 지속성을 저하시키는 투자형태는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허위 투서나 모함, 비방 등 연구자간 악의적 행위와 일부 연구자의 연구비 횡령은 과학기술계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킨다"면서 과학기술계가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체계적으로 정화하기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을 피력했다.

과실연 정책토론에 출연연, 대학, 정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실연 정책토론에 출연연, 대학, 정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이관영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연구비관리 매뉴얼은 250페이지에 달한다. 그 중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제도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가 사전에 숙지한 매뉴얼에는 회의비 청구는 외부 참석자가 꼭 있어야하며, 논문게재비를 연구계획서에 넣어야 한다.

그는 "논문이란 연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데 논문게재료를 미리 연구계획서에 써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을 옥죄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창의적 천재를 키우기 위한 정책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화용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총괄실장도 "소수의 횡령 연구자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편하다. 다수의 연구자가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몰입환경을 제공하고 극소수 부정 연구자는 평생 연구비를 신청하지 못하게 하는 등 행정조치로 자율과 책임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사업별 특성에 따라 규정이 나오는데 규정이 너무 많다. 규제의 고객은 크게 대학과 출연연, 기업인이니 대상에 맞춰 크게 3가지 규정으로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송철화 연총회장은 "R&D 지원평가체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비 관련항목 편성을 보면 정부부처가 조정하지만 하위 각 부처별 관리규정이 따로 있어 비효율적이고 복잡하다"며 "부처가 전산화를 하고 있지만 통일이 안되면 우리는 16개 전산시스템을 다 활용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는 선진연구체계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도적 제약 때문에 개방성과 유연성이 부족하다보니 부족한 성과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른 관리감독체계를 양산하고 있다"며 "과학기술 혁신 내용과 대상인 누구인가. 정말 연구현장만이 혁신대상이고 주체인지 생각해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갑동 UST 학생처장은 대학인건비 문제로 안전재해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이나 출연연에서는 국책연구를 하는 대학원생들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근로자가 아니니 4대 보험이 안 된다고 한다"며 "완벽하지는 못해도 학생들을 안전재해로부터 보호체계를 마련해줘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부용 미래부 연구제도혁신과 사무관은 미래부가 진행 중인 연구자측면에서의 제도방안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서식간소화와 연구비 규정통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최 사무관은 "작년 서식 표준화작업을 마련해 5~6월 수립했는데 현장에 절반정도 반영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많은 부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던 내용을 넣는 바람에 과도하게 넣은 서식들이 있어 중복적인 부분을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후 참석자 발언에서 KAIST의 모 교수는 "최근 과제를 하나 땄다. 영어로 제안서를 써서 냈더니 '당신은 한글로 제안서를 써야한다'고 회신이 왔다. 지금 학교로 돌아가 똑같은 내용을 한글로 써야하는 상황"이라며 "부처마다 너무 행정이 상이하다.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방해줬으면 좋겠다. A4용지 구입 내역까지 써야하는 행정에 지쳤다. 제안서와 연구비항목 간소화 등 실현으로 이 관행에서 해방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모 연구소의 연구자는 그는 "선진국은 없는 회의비가 우리나라에 있는 걸 보면 이걸 인건비 대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회의비 사용도 만만치 않다는걸 연구자들은 잘 알거다. 이런 죽도 밥도 안 되는 제도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책 없이 후딱 만드는 대형과제도 문제다. 차라리 적은 금액이라도 소형과제를 많이 만들어 연구자들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수는 "국가연구개발비 19조에는 출연연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이 포함돼 있다. 연구비와 R&D투자랑은 다른 개념이니 그것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오늘 출연금이라는 말 한 마디도 안 나왔다. 출연금이 뭐냐. 버린다는거다. 이 출연금을 왜 정부가 감시하는지 모르겠다. 출연금의 개념을 살리기 위해 공무원들 공부를 많이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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