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국산화 ③] JST, 센탄 프로그램 운영···산‧학‧연 뭉쳐 "과학기술 혁신 일으켜"
NIMS, 기업 기술과 연구자 융합연구 도모···기술자 위상 높이기도

타가시 나카사와 JST 펠로우(왼쪽)가 센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타가시 나카사와 JST 펠로우(왼쪽)가 센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Mass Microscope(이미징 질량 현미경). 

세계 최초의 고해상도 질량 현미경으로 세포 단위의 분석이 가능하다. 관찰하고 싶은 곳에 레이저를 쏘면 가상의 분자 이미지를 볼 수 있어 시료 없이 질량분석장치의 레이저로 스캔해서 가장 특이적인 부분만을 화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연구장비는 '시마즈 제작소(SHIMAZU corporation)'에서 제작돼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다. 장비 한 대 가격은 1억~2억엔(약 11억~21억원). 옵션에 따라 장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장비 제작 기간이 반 년 정도 걸리지만 인기가 많아 생산량이 발주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 러시아 등에 판매 중이다. 

이미징 질량 현미경이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0년이 걸렸다. 일본 문부과학성(MEXT)이 추진한 과학기술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부과학성은 2003년 첨단 계측 기술·기기 개발에 관한 필요성을 느끼고 다음해에 과학기술진흥기구(JST)를 통해 '첨단 계측 분석 기술·기기 개발 사업(SENTAN(尖端) Program)'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만도 450억엔(약 5000억원)에 이른다. 

타가시 나카가와(Takashi Nakagawa) JST 펠로우는 "문부과학성에서 정책을 일원화 해 JST에 내려준다. 센탄 프로그램은 학술 연구뿐만 아니라 산업 연구, 생산 프론티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고급 측정 및 분석을 위한 시스템, 기술 등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센탄 프로그램은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R&D 혁신을 만들어 내는 열쇠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 "교수는 연구하고, 기업은 만들고, 정부는 지원하고" 

아츠야 야마시타JST 매니저가 센탄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아츠야 야마시타JST 매니저가 센탄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도쿄 치요다구 지역. 도심 속 평범한 외관의 빌딩에 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자리잡고 있다. 문부과학성 산하의 JST는 일본 과학기술 시스템 개혁과 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생성을 목표로 지난 1996년 일본과학기술정보센터와 신기술사업단을 통합한 과학기술진흥사업단으로 출발했다.   

지난 2003년 독립행정법인으로 위상을 재정립한 JST는 지난해 4월 국립 연구개발 법인 과학기술진흥기구가 됐다. JST는 정부의 전략적 연구를 지원해 대학연구와 산업체 연구 간의 교량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JST가 추진 중인 '센탄 프로그램'은 연구자는 물론 기업, 대학 등에서 인기가 높은 사업이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산·학·관이 협력해 개발팀을 구성해 기술, 연구장비 등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미징 질량 현미경에 대한 구조도(왼쪽), 이미징 질량 현미경 모습.<자료=JST 제공>
이미징 질량 현미경에 대한 구조도(왼쪽), 이미징 질량 현미경 모습.<자료=JST 제공>
이미징 질량 현미경도 시마즈 제작소의 기요시 오가와(Kiyoshi Ogawa)가 팀리더를 맡고 하마마쓰 의과학의 미츠수토 세토(Mitsutoshi Seto)가 서브리더로, 게이오 대학이 파트너로 함께 참여했다. 

타가시 나카가와 펠로우는 "이미징 질량 현미경은 달팽이관과 같은 아주 작은 몸 속 기관에서의 생체분자 분포를 분명하게 시각화 했다. 의학, 약학 분야 연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심각한 병을 초래하는 특정한 분자를 발견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탄 프로그램은 '요소 기술', '기기 개발', '실증 및 실용화' 등의 유형으로 나뉘어 진행, 연구를 통해 상용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요소 기술 유형은 측정 및 분석 개념을 개선하는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기술 개발을, 기기 개발 유형은 응용 개발을 통해 측정 및 분석, 시스템의 프로토 타입까지 개발한다. 실증 및 실용화 유형은 산·학·관이 협력해 개발팀을 구성, 실용가능한 단계의 장비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아츠야 야마시타(Atsuya Yamashita) 매니저는 "이 사업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기업·대학·정부가 연계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교수는 연구를 하고, 기업은 장비를 만들고, 정부는 자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 사업에 대해 정부는 지원금을 회수하지 않으며 사업 진행에 대한 보고만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센탄 프로그램을 통해 산·학·연·관간의 협력이 활발해 지는 계기도 됐다. 경쟁률이 높을 때는 20대 1까지도 치솟기도 한다. 제안서를 내면 전문가 검토를 통해 사업진행 여부가 결정이 나며 중간보고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은 중간에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NIMS, '기업 신기술+연구자 아이디어'···최신 연구장비 개발  

NIMS 관계자들의 NIMS에서 추진 중인 사업과 성공 사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시오 아오키(Yoshio Aoki) NIMS 외부협력 부분 이사, 야스오 코이데(Yasuo Koide) 행정부문 부사장, 타가시 코바야시(Takashi Kobayashi) 오피스 치프, 야수후미 나카미치(Yasufumi Nakamichi) 국제협력담당자다. <사진=박은희 기자>
NIMS 관계자들의 NIMS에서 추진 중인 사업과 성공 사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시오 아오키(Yoshio Aoki) NIMS 외부협력 부분 이사, 야스오 코이데(Yasuo Koide) 행정부문 부사장, 타가시 코바야시(Takashi Kobayashi) 오피스 치프, 야수후미 나카미치(Yasufumi Nakamichi) 국제협력담당자다. <사진=박은희 기자>
히타치 하이테크(Hitach High-Tech)가 생산하고 있는 FIB-SEM(집속이온빔장비)도 융합연구의 대표성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FIB-SEM 장비는 히타치의 기술과 토루 하라(Toru HAra) NIMS(일본 물질재료연구소) 수석 연구원의 아이디어가 결합해 새로운 연구장비로 만들어졌다. FIB(이온빔)와 SEM(전자주사현미경)을 90도로 배치시킴으로써 3차원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한 것이다. 

NIMS 관계자는 "물질재료연구소에서 장비를 개발하는 사례는 특별한 경우다. 토루 하라 박사는 기업체가 갖고 있는 기술이 새로운 과학기술로 활용될 수 있음을 예측했기에 최첨단의 장비로 만들어 질 수 있었다"며 "기업과의 공동 연구가 활발해진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히타치는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몰라 토루 하라 박사를 찾았다. 토루 하라 박사는 히타치의 기술이 기존에 볼 수 없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음을 간파했다. 

FIB-SEM 장비의 원리(왼쪽)와 토루 하라 NIMS 박사.<자료=NIMS 제공>
FIB-SEM 장비의 원리(왼쪽)와 토루 하라 NIMS 박사.<자료=NIMS 제공>
기존 FIB-SEM 장비로는 두 장비를 최대 60도 까지 배치할 수 있었다. 히타치와 토루 하라 박사의 연구로 FIB와 SEM을 직각으로 배치가 가능해지면서, 3차원 영상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토루 하라 박사는 "FIB-SEM은 이미 여러 해 연구에 사용돼 왔다. 이번 장비 개발의 핵심은 FIB와 SEM을 직교 배열했다는 것이 큰 발명이 될 수 있다"고 NIMS 소식지에 밝혔다. 토루 하라 박사는 90도 배열을 통해 강철의 3차원 구조를 시각화 했다. 

NIMS 관계자는 "FIB와 SEM을 동시에 이용하면 특정 깊이에서의 단층 화상을 얻을 수 있다. 기존에는 FIB와 SEM가 60도 정도 벌어져 배치돼 샘플의 경사진 면이 관측돼 연속 촬영에 있어 SEM 이미지 간의 편차가 발생했었다. FIB와 SEM의 수직 정렬이 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성공하지 못했다. 히타치의 기술과 토루 하라 박사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새로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NIMS는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테크니션의 위상도 부각시켰다. 3년 전 전문 기술을 지닌 '하이 레벨' 기술자의 급여를 올려 연구자와 동급으로 형성했다. NIMS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상하 관계에 있는 연구자와 기술자 간의 간격을 좁혀 연구자와 기술자가 동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자들은 본래 자리에 있고 기술자들의 위치를 올린 것이라 연구자들의 불만은 없었다"며 "과거엔 이론만 있으면 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실질적인 기술을 다룰 수 있는 기술자도 중요하다. 연구자와 기술자의 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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