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개 최전방 '오피스'···국내외 원전 운전현황·국내 사건 자료 공개
2003년부터 운영···원전 사건·사고 전말 확인 조사보고서도 첨부 

신호철 박사가 오피스의 주요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신호철 박사가 오피스의 주요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2000년 초에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선정을 놓고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전력부하를 감당하기 위해 추가 시설이 불가피했지만 부지선정에서 갈등이 생겼죠.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원전의 안전성과 운영의 투명성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도 주된 이유였다 생각합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불신(不信)에서 비롯된다는 원전 전문가. 김상재·신호철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김무환) 원자력운영분석실 연구원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보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원자력운영분석실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공개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오피스를 정보공개의 최전방에 있는 중요한 시스템이라 소개하는 연구진을 만나 오피스의 역할과 기능, 중요성을 들어봤다.   

OPIS(http://opis.kins.re.kr)는 국내외 원자력 발전소의 개략적인 운전현황과 국내 원전의 사건 자료와 원전의 안전성능지표(SPI) 등을 공개하는 웹사이트다. 기존 국내 원전 사건정보 DB인 NEED와 해외원전의 사건정보 DB인 AIRS, 안전성능지표 DB인 SPI를 통합해 2003년 웹으로 구현했다.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며 외국인을 위한 영문 페이지도 운영되고 있다.  

신호철 박사는 "원전에서 고장이나 사고가 나면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된다. 언론을 통한 정보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오피스에 들어오면 원하는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원전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간단한 지표부터 전문가적 지식을 요하는 구체적인 자료까지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는 국민들의 알권리 요구 충족에서 비롯됐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마피아 등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사고 등이 발생하며 규제기관이 정보를 은폐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상재 박사는 "1978년 원전이 돌아가면서부터 고장사고에 대한 결과는 계속해서 데이터로 만들어져 왔다. 컴퓨터가 발전하기 전에는 데이터를 수기로 작성해 보고했다. 웹이 생겨나면서 DB를 갖춰 2003년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페이지가 자체가 생소할 때부터 했으니 시작은 빨랐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후쿠시마 사고와 불량부품 사고 등이 터지면서 국민들은 규제기관이 정보 공개를 안 해서 그런가 아닌가라는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사고에 대한 결과를 언론에 내보내긴 했지만 모든 내용이 보도되지 않으니 적잖은 오해를 받았던 것 같다"며 "오피스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내용을 채워나가면서 국민의 오해도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오피스, 무엇 담고 있나? 

오피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오피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최근 발생한 울산 지진과 관련해 월성 원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는데, 자세한 결과는?'
'전 세계 설치된 원전만 400여기에 달한다. 어느 나라에 어느 위치에 설치돼 있을까?'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 사고 중 가장 높은 7등급,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최고 등급 사고는?'

이러한 사항들이 궁금하다면 오피스를 방문하면 바로 해결된다. 오피스는 국내원전의 사건정보를 공개하고 안전성능지표를 공개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 제2014-17호(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 시보고·공개 규정)에 따르면 보고대상 사건이 원자력 이용시설에 대한 사건의 조사 결과 등을 공개하고, 발전소별로 정해진 성능지표에 따라 산정한 성능평가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또 보고대상 사건 발생 시 발생한 사건의 사건·사고등급을 INES(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에 따라 평가한 결과를 공개하고 국내외 원전의 운영현황을 제공해야 한다. 

신 박사는 "사건이 나면 24시간 내에 현장으로 가야 한다. 모든 사건사고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오피스에 공개하게 된다"며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조사보고서도 공개하고 있다. 내용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만큼 국민들로부터 신뢰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피스의 기본 카테고리는 '원전운영현황', '사고·고장정보', '사고·고장등급', '안전성능지표', '참고자료실' 등으로 나뉘어 내용이 꾸며져 있다. 

원전운영현황은 전 세계 원전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원전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미국으로 104기를 갖고 있다. 100기가 운전 중이며 4기는 건설 중이다. 

프랑스(59기), 일본(46기), 러시아(43기) 등으로 뒤를 잇고 있다. 옆 나라 중국의 상황은 어떨까? 운전 중인 35기에 건설 중인 원전이 무려 20기. 합치면 55기에 달한다.   

나라별 원전의 노형·총용량·순용량·원자로공급자 등 구체적인 정보도 알 수 있으며, 원전의 위치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원전 운영자는 사건 내용을 킨스와 원안위에 보고하고 사건조사팀은 현장으로 파견된다"며 "기본적으로 원전 운영자가 사건을 조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 조사팀은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해 원전 운영자의 재발방지대책이 적절한지 확인한다. 원안위는 사건보고서를 검토한 후 원전 운영자에게 유사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이행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사고·고장정보에서는 국내 원전에 대한 사고·고장 내역을 시설별, 계통별, 원인별, 연도별로 확인할 수 있으며, 사고·고장이 난 원전을 검색할 수 있다. 사고·고장 등급에서는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의 등급을 분류기준에 따라 알 수 있다. 
 
안전성능지표(SPI)에서는 원전의 운영상태 및 방사선 영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담겨있다. 이 지표를 통해 개략적으로 원전의 안전성 확인과 안전성능에 대한 추이 분석이 가능하다. 또 국내 가동 중인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최근의 안전성능지표 현황도 알 수 있다.  

등급은 색깔로 표기해 이해를 돕는다. 초록(G)은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우수)며, 파랑(C)은 안전성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양호), 노랑(Y)은 안전성이 충족된 상태(보통), 빨강(O)은 감시 및 조치가 필요한 상태(주의)를 나타낸다. 

참고자료실에는 원자로유형 및 국가별원자력현황, 해외사고·고장정보, 주요보고서 등이 포함돼 있다. 

신 박사는 "한 달에 300여명 정도가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 원전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방문자들이 급증하기도 한다. 주요보고서에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보고자 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피스는 원전 자료의 보고(寶庫)···"원전 신뢰 높여줄 것"

신호철 선임연구원(왼쪽)과 김상재 책임연구원이 오피스를 책임지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신호철 선임연구원(왼쪽)과 김상재 책임연구원이 오피스를 책임지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오피스는 정보공개를 위한 사이트지만 큰 개념으로 보면 원자력 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을 DB화 해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원자력 이용시설의 운전경험 반영 체계 구축이라는 틀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오피스를 통한 정보공개가 안전한 원자력 이용과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신 박사는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의 에어백이 초기에는 너무 강하게 전개돼 오히려 운전자를 다치게 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이런 단점을 보완해 이후 운전자의 몸무게 등을 고려해 전개 강도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그는 "이용 중에 발생하는 개선사항을 다시 설계에 반영하거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원전도 그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설계에 반영해 건설하지만 사용 중에 발생하는 개선사항이 있을 수 있다"며 "오피스는 이런 자료들의 모이는 창고로 이들을 반영해 개선점을 원전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원전의 사건 발생 시 유사한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는지를 확인한다거나 해당 발전소에 과거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외부적으로는 대국민 정보공개를 위해 운영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하게 쓰이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스는 올해 웹표준화와 엑티브X 제거용역을 진행해 국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계획된 작업이 끝나면 익스플로러로 외에도 사파리, 크롬, 파이어폭스 등의 다양한 브라우저에서도 접속할 수 있게 되고 엑티브X를 대체해 다양한 브라우저에서도 정보를 편히 검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