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국산화⑥]광학업체 자이스(Zeiss), 매크로부터 나노까지 현미경 제품군 보유
디지털화·사업다각화 통해 첨단 현미경 개발 모색

지난 1846년 독일 예나에서 설립된 자이스(Zeiss)는 현존하는 광학기기 제조사 중 가장 오래된(最古) 장수기업이다.

자이스는 고품질 현미경 렌즈 개발부터 반도체, 자동차·기계공학 산업, 바의오의료 연구장비, 안경·카메라렌즈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연구·개발·생산함으로써 지난 170여년간 광학과 광전자공학 관련 업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자이스의 주력 사업은 현미경 연구장비로 전 세계 관련 기업 중 유일하게 ▲광학 현미경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 ▲X-Ray 현미경 ▲전자 현미경 등 매크로부터 나노까지의 광범위한 영역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자이스 코리아 현미경 워크숍'에서 마이클 라우셔(Michael Rauscher) 현미경사업부장을 만나 자이스의 강점, 교육 훈련 시스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 과학자 의견까지 반영해 장비 만족감 극대화···전사적 연구개발부서도 별도 확보

자이스 현미경사업부(사업부장 마이클 라우셔)는 본사의 전사적인 제품 출시 방향이나 시장 진출전략에 맞춰 독일, 미국, 중국 소재의 자사 공장에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마이클 부장은 현미경 연구장비 개발에서의 주요 특징으로 고객과 밀접한 소통을 통한 정보 습득과 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해 과학자의 만족감을 극대화한다는 점을 꼽았다. 현미경을 사용하는 물리학자 등의 기초과학 연구자와 산업계 전반의 의견이 제품 R&D 과정에서 반영된다는 것.

마이클 라우셔(Michael Rauscher) 자이스 현미경사업부장.<사진=강민구 기자>
마이클 라우셔(Michael Rauscher) 자이스 현미경사업부장.<사진=강민구 기자>
지난 2014년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개발'로 노벨화학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에릭 베치그(Robert Eric Betzig)가 개발한 팜(PALM) 기술을 접목해 현미경 고분해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의 요청에 따른 별도의 맞춤형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관련 기술 조합을 통해 결과가 좋으면 대규모 양산화에 나서기도 한다.

최근 KIST의 광학분야 연구진에 AFM(Atomic Fores Measurement)과 라만 분광기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제작하고 배송까지 마쳤다. 

자이스가 개발한 기술은 산업계와도 연계되어 스마트입자분석(Smart Particle Analysis) 품질 관리시스템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품질분석(QA)이나 품질검사(QC)를 통해 기술적 결함을 확인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공장에서 유리 강도에 대한 내구성 검사 과정에서 잡물질이 투입되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자이스 장비를 통해 오염여부를 자동적으로 스캔해서 노랑·빨강색으로 구분 표시함으로써 불량 확인을 용이하게 한다.

전사적으로는 대학, 연구소 등과 협력을 통해 제품 경쟁력 강화를 이끌고 있다. 영국 런던대 재료공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펀딩을 하고, 연구 결과를 독점적으로 제공받고 있으며,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 등도 활용하고 있다. 현미경 사업부에서는 독일 소재 알렌대에서 신제품 개발 관련 베타테스트, 응용 제품 검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마이클 부장은 이에 대해 "과학자, 과학공동체와 지속적인 상호소통을 하면서 고객에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좋은 사례"라면서 "물리학자의 고분해능 기술을 현미경에 탑재하고, 산업계와 밀접하고 연계되는 등 제품개발·응용·개발 과정에서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사적 연구개발부서 별도 보유···관리자·기술자 투트랙 운영

연구장비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별도의 훈련이나 프로그램 보다는 채용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최우선시 된다. 

매년 본사에서 자이스캠퍼스 프로그램이라는 공식적 직업훈련프로그램(OJT)을 자체적으로 열고 있는데 R&D부터 교양 관련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자이스 연구진의 운영은 크게 관리자 경력(Management layer)과 기술자경력(Technical layer)이라는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이 시스템 운영으로 장비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타 분야에 대한 학습도 장려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선임연구자(senior scientist)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 뿐만 아니라 타영역에 대한 전문지식 습득도 인정 받아야 한다. 학위 보다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자격을 갖췄다고 인정이 되면 최종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가령 전기공학도가 회로 등을 개발하다가 펌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검사 코딩 교육을 배우고, 이를 증명할 수 있다면 별도의 학위 과정 없이도 승진이 가능하다.

자이스는 전사적인 연구개발부서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어 기초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확보를 장려하고 있다. 기존의 현미경이나 의료사업본부 등의 특정한 R&D센터 입장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각 연구자가 참여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필요에 따라 시장과의 접목을 모색한다. 

본사 차원에서 기술 개발과 시장 확보의 필요성 등에 대해 적합하다고 판단이 되면 승인 절차를 거쳐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자이스 재단과 각 비즈니스 그룹 등에서 확보한 자금이 투입된다.    

연계 현미경(Correlative Microscopy) 장치 개발은 전사적 연구개발부서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대부분 형광현미경, 전자현미경 등의 장비를 각각 사용해 왔는데 장비를 통합·연계해서 관측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 M&A 등 시장 기술 경쟁 치열···빅데이터·디지털화 통해 전세계 시장 공략

현재 전세계적인 연구장비 시장에서는 M&A 경쟁이 치열하다. 자이스는 그동안 일부 현미경 연구장비에서 제품군이 없어 약점이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3년 X-Ray 현미경 업체인 엑스레디아(Xradia)를 인수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했다. 3D 이미징을 통해 물체를 다룰 수 있게 되고, 매크로부터 나노까지 전 영역에 걸쳐 제품군을 확보하게 된 것.

최근 광학분야 연구장비 개발에서는 기존의 물리적 특성보다는 디지털화, 빅데이터 등 타 기술과의 접목과 함께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중요해지고 있다. 현미경 장비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고객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개별 장비를 상호 통합적으로 연결하고, 사용자가 쉽게 장비를 사용하고, 시스템을 지능화하는지 여부가 시장의 주요 화두다.  

마이클 부장은 "장비는 공장의 여직원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편의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하드웨어적 요소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고려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 확보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 현미경 산업은 타현미경과 연계하는 것이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광학 기반의 하드웨어적 요소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함께 하드웨어의 디지털화에 주력하면서 전세계 현미경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덧붙였다.

광학 등 하드웨어 연구장비 제조회사에서 소프트웨어, 디지털화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자이스의 제품.<사진=강민구 기자>
광학 등 하드웨어 연구장비 제조회사에서 소프트웨어, 디지털화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자이스의 제품.<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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