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CRM, 안전한 먹거리 시험검사 신뢰성 강화 위한 측정표준 연구
"세계 최초 된장 곰팡이 독소·닭고기 항생제 잡는 CRM 보급 주력"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가 대세다. '유기농 라이프'를 꿈꾸는 현대인의 로망이 프로그램에 잘 반영되며, 매회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내려간 연예인들이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들로 삼시세끼를 해먹는 게 다인 프로그램. 그 흔한 가공식품도 볼 수 없다. 그들의 식탁엔 삼시세끼, 늘 건강한 식재료로 가득한 한상차림이 오른다.

그런데 우리 밥상은 안전한 것일까? 농약이 묻어있는 채소, 항생제 범벅의 닭고기, 곰팡이독소 된장 등. 현대 사회에서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금속 오염과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도 식지 않고 있다.

식품안전을 위한 안전망 설치와 식품 유해물질에 대한 정확한 안전 규제가 필수다. '삼시세끼' 밥상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권동일) 삶의질측정표준본부 유기분석표준센터(센터장 김병주)다.

◆ "곰팡이 독소가 들어 있는 된장도 우리에겐 귀한 시료"

김병주 박사가 실험에 주로 활용되는 질량분석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김병주 박사가 실험에 주로 활용되는 질량분석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표준연은 잔류 농약의 함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된장 안에 있는 곰팡이 독소(오크라톡신 A)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 CRM(Certified Reference Material, 인증표준물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오크라톡신 A는 신장과 간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독성이다. 이로써 오크라톡신 A를 분석하는 기관의 측정 신뢰도가 높아져,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유기분석표준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병주 박사는 "된장과 배추(김치)는 우리나라 대표 음식으로, 국내에서만 문제되는 것들"이라며 "우리가 아니라면 누가 그 식품 안정성 규제에 필요한 국내시험검사기관들의 측정 신뢰성을 향상시킬 측정표준을 세우겠느냐. 이런 취지에서 해당 연구도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겐 표준연에서 수행하고 있는 모든 연구가 애국이고, 신토불이(身土不二)다. 

된장분말 CRM을 개발하는 데 나름의 에피소드도 있었다. 식품 유해성분 측정의 정확한 기준치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미 유해한 독소가 내포된 된장을 구해야 했다. 인위적으로 유해 독소를 첨가하면, 자연스럽지 못한 결과값이 나오기 때문이다. 연구실 직원을 총동원해 각자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래된장을 수집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던 중'에 한 학생이 가져온 된장에서 오크라톡신 A가 검출됐다. 희소식이었다. 연구팀은 곧바로 그 집 된장을 전량 구매했다.

인체에는 해로운 독소 곰팡이 된장일지라도, 그에겐 귀한 '시료'였다. 

김병주 박사는 최근 유행하는 농약 성분이나, 그해 농약 기준치를 과도하게 초과한 식품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신문기사와 정부와 시·도자치단체 보건환경연구원의 연보를 항시 체크한다.

"이와 같이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연보를 꼼꼼하게 살피다 보면, 농약 기준치를 과도하게 초과한 식품이 보여요. 그것들이 주로 CRM 개발의 연구 시료가 돼요.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죠. 사과주스를 살펴보니, 다른 주스보다 곰팡이 발견 빈도가 높더라고요. "

최근 사과주스에 들어있는 페튤린이라는 곰팡이 독소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CRM을 개발한 것도 세심하게 연보를 체크한 덕분이었다. 

유기분석표준센터는 지난 6월 닭고기 속 항생제 잔류량을 잡아낼 수 있는 CRM을 개발했다. 

닭고기 소비량이 급증함에 따라, 닭 사육 시 항생제 잔류량 검사 방법의 정확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다. 유기분석표준센터는 '동위원소 희석질량분석법'을 활용해 잔류 항생제 함량 측정용 CRM을 개발했다. 오차범위는 4.5% 수준이며, 국내 최초 육류 CRM이다.

김 박사는 향후 육류 중 우리나라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돼지고기와 소고기용 CRM을 확대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 표준연 CRM, '안전' 먹거리에 '신뢰' 표준 더하다

농약 잔류 배추 CRM.<사진=조은정 기자>
농약 잔류 배추 CRM.<사진=조은정 기자>
식품안전의 대표적 안전망에는 식품 유해성분 측정을 위한 CRM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CRM은 지정된 양에 대해 인증값, 측정불확도가 명백하게 규정된 문서를 동반한 표준물질을 말한다.

유기분석표준센터는 식품 중 유해물질 시험검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지정한 유해성분 검사기관에 CRM을 보급하고 있다. 시험검사기관들은 신속하면서도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한 시험검사법을 선호한다.

때문에 시험검사기관들은 표준연에서 측정양이 정확히 인증된 CRM을 활용해 현장 교정 또는 시험검사 전과정의 품질관리를 통해 시험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검사기관은 자신의 검사 결과를 우리 것(표준연)과 비교해 그 신뢰성을 따져야 합니다. 우리가 개발·보급하고 있는 CRM은 그들에게 '문제집'인 동시에 '답안지'의 역할을 합니다."

표준연은 오류가 없고 측정 불확도가 굉장히 적은 최상위 정밀측정법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측정법에 비해 불확도가 1/10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표준연은 '측정올림픽'이라 불리는 선진국 표준기관들과의 국제비교(KC) 수행을 통해 국내 측정표준의 국제적 동등성도 확인한다.

유기분석표준센터는 지난해 10개국에 CRM 수출했다. 홍콩·동남아시아·유럽 등이 주요 수출국이다. 표준연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된장 곰팡이독소 CRM과 농약잔류 배추 CRM이 대표적이다. CRM 개발 개수도 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 이어 5번째로 많다. 이전에는 주요 선진국에서 CRM을 수입해 왔지만, 이젠 전 세계에서 표준연의 CRM을 찾는다. 

김병주 박사는 "하나의 CRM을 만드는 데 사전분석부터 시료 제조와 분석법 개발까지 2~3년 정도 걸린다. CRM은 정확한 식품안전 규제를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라며 CRM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의 연구가 정부의 영양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DB가 되기도 해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선 정확한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제공되는 식품의 영양성분 정보가 필요합니다. 국내 시험기관들이 우리의 CRM을 활용하여 더욱 신뢰성 있는 분석이 가능하길 바랍니다." [헬로디디·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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