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워싱턴DC KIC 센터장, 보스톤대 교수에서 스타트업 대부로
"빅데이터 자료로 창업? 발로 뛰며 100명 고객 만들면 데스밸리 없다"

KIC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국 워싱턴DC KIC 센터에 도착, 진행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김종성 센터장>
KIC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국 워싱턴DC KIC 센터에 도착, 진행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김종성 센터장>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업 계획서를 쓴다고요? 그러니 실패하지요. 창업은 길거리, 병원, 시장에 직접가서 고객과 부딪히며 내 제품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꿈을 크게 만들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하면 데스밸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한여름 햇살만큼 그의 열정도 뜨거웠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한국이노베이션센터(Korea Innovation Center 이하 KIC)에서 만난 김종성 센터장. 

지난해 1월부터 20년 넘게 재직했던 미국의 보스톤 대학교 교수 자리 대신 대한민국 글로벌 스타트업 산실 역할을 하는 워싱턴DC KIC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초기에는 직원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센터를 디자인하고 자료를 만드는 일까지 직접 도맡아 하며 KIC를 글로벌 스타트업 산실로 만들기 위한 텃밭을 부지런히 가꿔왔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꼭 해야할 일이라는 소명의식까지 담아서 말이다.

◆ 대학 교수직 대신 KIC 센터장으로,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화 발벗고 나서

"미국에서는 2010년부터 연구성과의 사업화와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혁신특공대 프로그램이 핫했어요. 박 대통령이 주관하는 리더회의에 참석해 이를 제안하니 제게 글로벌 멘토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센터가 창업 발생지 보스톤이 아닌 워싱턴DC에 있어서 조금 아쉽지만 센터 책임을 맡으며 센터 디자인부터 PT 자료까지 직접 만들며 해나가고 있습니다."

창업 열풍은 대한민국만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미래 먹을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지구촌 전체의 과제다. 미국 역시 정부주도의 '혁신 특공대 프로그램(I-Corps)'이 주목을 받으며 창업 붐이 일고 있다.

I-Corps프로그램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이후 국가차원의 혁신시스템 구축 정책 일환으로 2011년부터 시작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지원한 연구 프로그램 결과가 상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고 효과적인 기술사업화를 위한 소비자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지원한다.

KIC는 지난해 6월부터 40여일간 NSF, 백악관, 미래부, 주미한국대사관 등과 공동으로 과학기술 R&D의 글로벌 사업화 플랫폼 구축을 위한 'KIC Start I-Corps' 프로그램을 7주간 진행했다.

KAIST, DGIST, GIST, UNIST, POSTECH, UST 등 과기특성화대학에서 10팀을 선정해 스타트업, 고객 개발 등 이론부터 매주 15개 이상의 소비자 그룹을 발굴해서 인터뷰 후 멘토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다. 참여 학생들은 창업과 기술개발에서 기존과 다른 시각을 갖게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쉬움도 있다. 김 센터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직접 방문해 KIC Start I-Cops 참여를 제안했으나 단 한팀도 오지 않았다.

"지난해 KIC를 통한 글로벌 스타트업화를 위해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학, 연구소 등 많이 갔습니다. KIC Start I-Corps에 참여할 팀을 발굴하기 위해서죠. 연구소에서는 한 팀도 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이 만연돼 있는 것이지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김 센터장은 "출연연만의 기술로는 경쟁력 없다"면서 "기술도 연구도 세상과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도 후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사업화와 스타트업은 정해진 누군가만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성과와 아이디어를 통한 사회적 기여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대학교수로 가만 있으면 편안하겠지만 흐름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다. 한국 스타트업이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세계 벤처올림픽 '매스 챌린지' 한국 스타트업의 도전 시작"

김종성 센터장이 KIC에서 진행중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김종성 센터장이 KIC에서 진행중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미국 보스톤에서 열리는 세계 벤처올림픽인 '매스 챌린지(Mass Challenge)'. 전 세계에서  2000여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할만큼 창업 열풍이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회다. 대회 참여기업들 중 128개 기업만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전세계 벤처캐피탈(VC)의 주요 투자대상이 될만큼 선정기준이 엄격하다.

본선에 오른 팀은 4개월간의 집중멘토링 프로그램과 투자자와 상시교류하며 매스 챌린지에 도전하게 된다. 경쟁에서 이긴 10~20개 팀이 선정되고 이들은 150만 달러(16억 원)의 상금이 제공된다. 또 투자자들의 투자금액도 상당한 규모다.

김 센터장은 "매스 챌린지는 매사추세츠 주 이름의 약자로 미국 동부 보스톤에서 열리는 최고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경제, 사회, 인류 문제의 혁신적 해결에 창의적으로 응용해 가기 위해 시작됐다"면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35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고 750여개가 성장 중인데 이들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일자리만 6500여개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2012년 매스 챌린지의 본선에 오른 128개 기업 중 이스라엘이 10개로 가장 많고 멕시코 5개, 스위스 3개 등이다. 한국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면서 "지난해 KIC가 문을 열면서 한국의 스타트업의 글로벌 생태계 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생태계 진입을 목표로 KIC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2015년 2월부터 국내경쟁을 거쳐 24개 팀을 선발, 미국 현지에서 피칭, 고객과 시장 발굴, 지원했다. 그리고 매스 챌린지에 15개 팀이 참가해 7개 팀이 1단계에 통과했다. 마지막 단계에는 '온누리 DMC' 한팀이 통과하며 특별상을 수상,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참가팀의 소감도 인상적이다.

 "MIT, 하버드, 보스톤 대 이런 대학의 인재들이 우리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그중 2명이 우리팀에 합류했습니다." 
 "세계적인 고객회사들, 파트너사들, 경쟁사들이 바로 옆빌딩에 있어서 찾아가 만나고 그들의 소개로 더 많은 고객처를 찾아다녔습니다."
 "이곳 유명 투자회사들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매스챌린지 파이널리스트라고요? 얘기좀 들어봅시다라면서 말이죠."

김 센터장은 "창업은 시작부터 글로벌 스탠다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시장과 소비자와 직접 부딪혀야 한다. 데이터만으로 창업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면서 "참가들에게 시장에 나가 직접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미래 소비자 그룹의 정보를 작성하도록 했다. 시장에 직접 나간 창업팀은 발표부터 다르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창업은 기술이나 사업소개가 아니라 문제해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층을 명확히 하고 어떻게 서비스할지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 "선진 창업론 배워 투자자들 2020년 대덕, 서울로" 

KIC는 올해부터 매스 챌린지, KIC Start I-Cops를 보다 업그레이드 해 진행한다. 미국 현지의 전문가와 투자자 등 50여명이 직접 멘토로 참여하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도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KIC Start I-Corps는 국내 과기특성화대학 학생을 중심으로 21팀이 지난 7월말부터 4주간의 강훈련에 들어갔다. 시차적응할 시간도 없이 참여 학생들은 자신의 기술을 소비자 100명을 직접 발굴해가며 설명해야 한다. 

보스톤 매스 챌린지 최종 128개 팀도 이미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의료 및 바이오분야 8개 팀, 하이테크 5개 팀, 소셜임팩트 3개 팀, 클린 에너지 2개 팀 등 25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두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두팀 역시 글로벌 고객과의 접근성, 벤처투자가들과의 교류, 현지 인력망 확충 등 다양한 자원과 기회를 활용하며 상위권을 목표로 뛰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의 동부의 스타트업은 정부, 대학, 연구소, 산업 등 전체적인 환경이 한국과 비슷하다. 때문에 미국 동부를 벤치마킹할때 더 큰 성과로 이어질수 있다"면서 "선진국의 창업 방법론을 직접 배워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더욱 비옥하게  해야한다. IT강국을 넘어 바이오 강국 코리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미국으로 몰려드는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2020년께에는 한국의 대덕과 서울로 갈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헬로디디·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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