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28일 본원서 연구자 30여명 대상 '콜로퀴움' 개최
김태호 한양대 조교수 초청, '영웅 없이 과학기술사 즐기기' 주제 발표

천문연은 지난 28일 본원에서 김태호 한양대 조교수를 초청, '영웅 없이 과학기술사 즐기기' 주제로 콜로퀴움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천문연은 지난 28일 본원에서 김태호 한양대 조교수를 초청, '영웅 없이 과학기술사 즐기기' 주제로 콜로퀴움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과학과 대중은 좁혀지지 않는 인식 차이가 있다. 서로 기대감이 많이 다른 이유다. TV 드라마나 영화, 위인전 등 과학 이야기가 대중이 원하는 내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여기서 기대감 차이가 벌어진다. 과학자 삶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은 지난 28일 본원 이원철홀에서 김태호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조교수를 초청, '영웅 없이 과학기술사 즐기기' 주제로 콜로퀴움을 개최했다.

김태호 조교수가 위인전에 드러난 과학기술자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태호 조교수가 위인전에 드러난 과학기술자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태호 조교수는 과학기술자가 위인전에 드러나는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TV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위인전 등 대중매체에서 과학자를 소개하다 보면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과학 위인전은 영웅 이야기를 나열하는 데 머무르고 한국 과학기술사 큰 흐름은 다루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먼저 위인전 '인물 선정' 문제를 꼽았다.
어린이·청소년 서적에서 주인공으로 다루는 과학기술 관련 인물들은 압도적으로 응용과학에 편중된 문제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물건'의 업적을 남긴 인물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김 조교수는 "이론 습득과 계산을 주도한 이순지의 존재는 생소하지만, 물시계를 만든 장영실은 압도적으로 친숙하다"며 "심지어 사실이 아닌 경우에도 '물건'과 결부된 기억은 대중을 강하게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응용과학 물건이 아니더라도 기술·시스템이 발전하도록 성과를 만들어낸 과학기술자들도 무수히 존재한다"며 "편중된 대중매체는 과학사 자체에 대한 왜곡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인전 '서술 관점'의 문제도 언급했다.
위인전 주요 내용은 주인공 인품, 총명함, 끈기, 헌신성, 애국심 등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과학적 업적은 소상히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 김 조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과학기술 역사는 과학기술자 인품과 업적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위인전 주인공이기 때문에 '본받을 점'을 찾거나 만들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조교수는 "근현대 인물은 일화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어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전근대 인물 성장 과정이나 인품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날조에 가깝다. 이러한 악순환은 사실과 다른 통념을 퍼트리고 역사에 대한 단선적 해석을 조장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과학기술자가 알고 있는 과학기술을 그대로 내놓고 사랑받을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며 "꼭 영웅이 있어야 과학기술이 사랑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자가 알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콜로퀴움에 참석한 참가자들에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콜로퀴움에 참석한 참가자들에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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