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렬 KIST 박사, 신약부터 소재까지 가상연구랩 개발

KIST 계산과학센터의 이광렬 박사. <사진=김지영 기자>
KIST 계산과학센터의 이광렬 박사. <사진=김지영 기자>
물리, 화학, 생물, 공학 등 다양한 연구분야를 망라할 수 있는 연구실. 비이커나 화학제품, 배양기 등이 놓여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 실험실에서 필요한 것은 '컴퓨터' 뿐이다. 컴퓨터로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비결은 '계산과학'에 숨어있다.
 
계산과학을 이용하면 직접 실험이 불가능한 현상을 컴퓨터 계산을 이용해 모사하거나, 전자와 원자, 분자 등 가시영역 이하에서 물질의 거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나노기술과 단백질연구, 생명과학 등 많은 연구자들이 계산과학자들과 융합해 연구 중으로 이미 많은 분야에 중요한 기초과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계산과학을 쉽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온라인에 계산과학연구랩을 구축하는 과학자가 있다. KIST 계산과학센터의 이광렬 박사다.
 
이 박사팀이 개발한 가상연구랩은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연구가 가능하다. 원하는 샘플을 선택해 분석하고 샘플 간 반응이 원자단위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볼 수 있다. 눈앞에서 실험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게 도와주는 복잡한 계산환경 구축은 이광렬 박사팀에서 만들어 제공한다.
 
이광렬 박사는 "계산과학이 우리의 연구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연구를 편하게 해주는 보조적 역할에서 벗어나 연구를 통해 모아진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지식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IT기술의 발전으로 가시화된 빅데이터, 계산과학 등 새로운 연구방식을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팀이 개발 중인 가상연구랩은 새로운 연구방식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렬 박사가 전하는 계산과학의 중요성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계산과학자이기 전, 소재를 직접 개발했던 실험연구자였기 때문이다. 신소재부터 신약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계산과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는 이광렬 박사를 만났다.
 
◆ "계산과학이 뭐요?"…연구비 없었던 과학자들, 의기투합

 
"2000년 초반에는 계산과학이 생소했던 때라 연구비가 없었습니다. 각자 사업비를 각출해 컴퓨터를 사고 계산과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01년, 이광렬 박사를 포함한 5명의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관심사는 '계산과학'이었다.
 
(예를 들어) A와 B를 융합했을 때 C라는 새로운 소재가 나오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길이 많지 않았던 당시, 전자와 원자들의 움직임, 반응 등 살아있는 정보가 필요했던 연구자들은 이 고민을 계산과학이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다이아몬드상 탄소 (DLC) 박막코팅분야에 계산과학을 접목한 첫 연구에서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산과학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결과였죠. 그 때부터 계산과학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박사와 동료들은 타분야 연구와 계산과학의 융합 토대를 만들고 KIST 지원으로 출연연 최초 계산과학센터를 설립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눈부시게 성장하는 컴퓨터 성능은 계산과학을 연구하기 좋은, 할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열었다. 실험적인 예측과 관찰, 분석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쓰였던 계산과학이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기술과 융합돼 결과를 예측하고 검증하는 등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기초연구분야가 됐다.
 
이에 KIST는 계산과학을 통해 질소산화물을 낮은 온도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개발 (하헌필 박사팀 기술 개발 후 기업 이전), 조소혜·최희채 박사팀의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형광체 기술개발, 바다 기름유출 해결 초발수성 스펀지 연구에 성공하는 등 숨은 조력자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계산과학 활용, 계산과학자와 타분야 연구진 윈-윈
 

iBat을 설명하고 있는 이광렬 박사. iBat은 클릭 하나로 나노소재의 최적 물성을 예측하고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소재연구가 가능하다.<사진=김지영 기자>
iBat을 설명하고 있는 이광렬 박사. iBat은 클릭 하나로 나노소재의 최적 물성을 예측하고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소재연구가 가능하다.<사진=김지영 기자>
"계산과학의 플랫폼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만들기 위해 웹상에 '버추얼팹'과 'iBat'를 만들었습니다. 계산과학자 없이도 연구자 스스로 웹상에서 원하는 샘플을 만들어 실험하고 분석하는 작업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광렬 박사팀은 2009년부터 온라인상에서 계산과학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버추얼팹을 개발했다. 버추얼팹은 실제 실험실처럼 샘플 준비실, 공정실 및 분석실 등으로 나눠져있다. 사용자가 가상의 샘플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과 분석이 가능하다. 실험과 분석을 오가며 실험할 수 있으며, 대표적 반도체 공정 장비와 현미경, AFM, STM 등 분석 장비 등이 이곳에서 활용 가능하다. 더 나아가 실험적 분석에서는 불가능한 극단적인 분석 (예를 들어 원자 별 응력상태나 전자의 분포 등) 수단도 같이 제공하고 있다.
 
또 이광렬 박사팀은 (주)인실리코, 서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서강대학교와 2017년 개방을 목표로 또 다른 계산과학가상랩인 iBat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이광렬 박사팀이 개발한 버추얼팹. 계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연구자들도 손쉽게 계산과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사이트. <사진=김지영 기자>
이광렬 박사팀이 개발한 버추얼팹. 계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연구자들도 손쉽게 계산과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사이트. <사진=김지영 기자>
iBat은 이차전지용 나노소재의 최적 물성을 예측하고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전자-원자-연속체 기법의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 수단을 웹상에서 제공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이차전지용 나노소재의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이 음극 설계실에서 실리콘 음극을 만든 뒤 리튬과 설정 온도와 자극 시간을 설정하니 반응이 일어나면서 어떤 방식으로 샘플 구조가 변화하는지, 시스템에너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광렬 박사팀은 1년간 베타버전의 시험을 통해 직접 연구개발에 iBat을 활용하면서 기능들을 검증하고 하고 있다. 또 초보자들도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매뉴얼을 업로드하는 중이다.
 
iBat환경은 다양한 비지니스 창출의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이 빅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듯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 만들어낸 빅데이터로 전혀 새로운 마켓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iBat 개발자들은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기도 했다.
 
또 이 박사는 가상의 계산과학랩이 계산과학자들의 연구 방법론을 발전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연구자들이 계산과학이 필요할 때 계산과학자들을 찾는데 대부분의 경우 고유역량을 확대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역량을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자기역량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다.
 
그는 "다양한 연구자들이 손쉽게 계산과학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활용하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계산과학의 첨단방법론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헬로디디·대덕넷]

이광렬 박사팀이 개발한 버추얼팹. 계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연구자들도 손쉽게 계산과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사이트.<사진=김지영 기자>
이광렬 박사팀이 개발한 버추얼팹. 계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연구자들도 손쉽게 계산과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사이트.<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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