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도룡동 사이언스길 입구 인근 사유지 개발 놓고 갈등
유성구청, 건설허가와 국유재산에 대한 도로점용허가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할 판사, 교수 출신 엘리트가 어떻게 먼저 자연 파괴에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공사 현장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야 합니다. 사회지도층에 있으면 개인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지역주민 A씨)

"유성구청에서 근린상업지구를 개발하도록 허가를 내주고,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개인의 땅과 집을 짓는데 도와주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지역주민 B씨) 

"측량만 2번 했으며, 적합한 법적 절차를 모두 거쳤습니다. 계속 반대하면 공사기일 맞추는데 차질이 생깁니다. 어떻게든 건설해야 합니다."(건설시공 총책임자 C씨)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법에 따라 허가했을 뿐입니다."(유성구청 건설과 관계자)

21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의 한 주택가 인근. 평상시라면 한적한 공간이었던 이 공간이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주택가 맞은편에 위치한 대덕사이언스길 입구에 포크레인이 작업을 멈춘채 대기하고 있고, 작업자와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덕사이언스길 진입로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건물주와 시공사 관계자 측은 이 공간이 개인사유지이며, 관련한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역주민들에 의하면 이 공간은 법적으로 사유지이지만 사실상의 국유지와 유사한 공간이다.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데 갑작스럽게 건물 공사가 추진되고 있고, 유성구청 측에서 건설허가와 도로점용허가까지 마쳤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목원대 대덕문화센터에 이어 또 다른 과학동네 공간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덕사이언스길 진입로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개인 건물 건립이 추진된다.<사진=강민구 기자>
대덕사이언스길 진입로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개인 건물 건립이 추진된다.<사진=강민구 기자>
◆ 법적 하자 없어···유성구청, 건설허가와 도로에 대한 국유재산점유 허가

대전광역시 유성구 372-6번지는 법적으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구로 분류된다. 건설이 추진되는 건물의 건폐율은 약 20% 수준이며, 용적율은 약 47%다. 지하 1층은 제2종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며, 지상 1·2층은 단독주택에 속한다.

대지(동그라미 점선 부분) 뒷편으로는 밭과 산이 있으며, 앞편으로는 도로가 놓여 있다.<자료=대덕넷>
대지(동그라미 점선 부분) 뒷편으로는 밭과 산이 있으며, 앞편으로는 도로가 놓여 있다.<자료=대덕넷>
대지 앞에 위치한 도로는 국토교통부로 등기되어 있으나 각 지자체에 허가권이 있어 유성구청 측은 건설 허가와 함께 국유재산에 대한 도로재산점용을 허가했다. 

시공사 측은 유성구청의 허가를 받은 만큼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합법적 착공계를 제출했으며, 유성구청 관계자와 충분한 협의 후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도로점용허가도 유성구청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건축 설계자도 "6년전 대지를 매입한 건물주가 거주하면서 지하 카페를 운영하고, 주민들을 위한 간단한 법률상담 공간으로 조성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회 지도층에 있는 인사가 어떻게 개인적 이기심으로 건물을 짓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최초 건축허가가 일반음식점 용도로 추진됐으나 민원으로 인해 사무실 용도로 변경된 점과 유성구청에서의 개인사유지에 대한 도로점용허가, 주민들과의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주민은 "최초에 일반음식점 용도로 건축허가가 추진되어 인근 지역 주민 150여명의 반대서명을 받아서 유성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대덕특구 내 소중한 공간인 만큼 측량, 도면 등의 자료와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구청을 10번 가까이 찾아갔으나 10일 넘게 아무런 조치나 답변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건축 개요.<자료=대덕넷>
건축 개요.<자료=대덕넷>

유성구청이 주민들에게 보내온 공문.<자료=대덕넷>
유성구청이 주민들에게 보내온 공문.<자료=대덕넷>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150여만원의 비용이 소모되는 토지측량비용을 모금해 유성구청에 측량을 신청할 계획이다.

건설 시공사 총책임자는 "유성구청의 측량 관련 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건설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합법성만 따지면서 이와 같은 선례를 남기면 대덕특구의 공간은 난개발될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정주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할 구청이 허가를 쉽게 내주면서 특구내 공간들이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포크레인이 작업을 멈춘채 대기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포크레인이 작업을 멈춘채 대기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녹지 공간.<사진=대덕넷>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녹지 공간.<사진=대덕넷>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녹지 공간.<사진=대덕넷>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녹지 공간.<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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