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멸의 물리학자가 좇는 불멸의 꿈
저자: 이강영, 출판: 사이언스북스

저자: 이강영, 출판: 사이언스북스.<사진=Yes24 제공>
저자: 이강영, 출판: 사이언스북스.<사진=Yes24 제공>
◆ 과학 파워 라이터의 최신 물리학 에세이

과학 파워 라이터로 평가되며 과학 교양서 시장에서 폭 넒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이강영 교수는 이번에 펴낸 『불멸의 원자』에서 과거의 물리학자들과 현재의 물리학자들을 불러 모아 물리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색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입자 물리학 이론의 기초 개념들을 에세이 식으로 소개한 1부 「불멸의 원자」, 국내 독자들에게 많이 소개되지 않은 천재 물리학자들의 흥미로운 일화와 그들의 과학적 사고법이 소개되어 있는 2부 「쉬운 듯 우아하게」, 이론 물리학과 함께 물리학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아니 물리학의 최종 심판자라 할 입자 물리학 실험의 역사를 소개한 3부 「입자 전쟁」, 물리학자들의 자연관, 과학관을 엿볼 수 있는 4부 「자연이 건네는 말」 모두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불멸의 원자」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했다가 현대 물리학과 화학에서 재발견된 원자 개념, 한때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궁극적 기본 입자로 여겨졌으나 그것 역시 쿼크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게 된 양성자와 원자핵 연구의 역사,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 원리의 지배를 받는 물리학의 관찰, 과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자연은 기피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진공의 양자 역학적 의미, 공간 차원이 3개만이 아니라 더 있다는 여분 차원 이론 등 현대 물리학 이론의 흥미진진한 개념들이 매력적인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일단 태어나고 난 뒤에는, 원자는 불멸의 존재나 다름없다. 실험실의 특수한 환경이나 우주의 극단적인 곳을 떠나면 원자는 변하지도, 소멸하지도 않고 세상을 떠돈다. 지상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도, 폭풍이 불고 화산이 폭발해서 상전이 벽해가 되어도 원자는 그저 같은 원자일 뿐이다. 원자가 우주 공간에 뿌려져서, 수십, 수백만 광년을 날아 다른 항성계, 다른 은하에 가더라도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원자는 지상에서나 천상에서나 여전히 불멸의 존재다. -본문에서

불확정성 원리는 측정의 기술적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한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아니, 한계라기보다 그 자체가 양자계의 본질이다. 양자계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는 말이 바로 위치와 운동량 사이에 불확정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본문에서

다시 전자를 바라보자. 우리가 전자를 볼 때, 우리는 전자와 전자기장을 따로따로 보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전자기장 없는 ‘전자 그 자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전자만을 보려고 생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옳지 않다. 우리가 보는 진짜 전자란 맨물리량과 양자 역학적 효과를 모두 합친, 그러니까 ‘재규격화된’ 전자이며,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전자다. 이것이 양자 전기 역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일이다. 그렇게 우리가 전자 하나를 보는 일조차 근본적으로는 이론과 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본문에서

2부 「쉬운 듯 우아하게」에서는 원자로의 발명자 엔리코 페르미, 컴퓨터 과학의 기초를 닦은 존 폰 노이만, 미국 가속기 연구의 기틀을 놓은 로버트 윌슨, 버클리의 연금술사였던 글렌 시보그, 아인슈타인의 친구로 로렌츠 연구소를 이끌었던 파울 에렌페스트, 반물질 개념의 창시자이지만 자신의 사랑엔 굼떴던 폴 디랙, 한때 카프카와 프라하의 같은 살롱을 드나들었던 아인슈타인 같은 20세기 전반기 현대 물리학의 구축 과정에서 한몫을 담당했던 천재 물리학자들이 책장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사라지며 "물리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불멸의 원자를 뒤쫓지만 결코 '우아함'을 포기하지 않는 물리학자들의 삶의 자세를 되새길 수 있다.

물리학자로서 페르미는 항상 실용적인 자세로 가능한 한 간결한 것을 좋아했고 추상적인 것보다 구체적인 것을 추구했다. 아마도 그의 진정한 능력은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가장 중요한 것을 파악하는 능력일 것이다. 페르미는 문제를 단순화하고, 간단한 계산만으로 핵심적인 해답을 구해서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내곤 했다.-본문에서

어렸을 때부터 주변 친구들이 어려운 계산을 가져오면 풀어 주곤 했던 폰 노이만은 사실상 평생 인간 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프린스턴에서 그에게 문제를 가져오던 사람들은 당대의 수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었고,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미국 국방부와 정부 기관들이 그랬다. -본문에서

3부 「입자 전쟁」에서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유럽에서 전개된 입자 발견 경쟁, 고에너지 가속기 개발 경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더불어 원자핵 속에 감춰진 에너지를 꺼내 전쟁에, 전력 생산에 동원한 핵에너지 개발의 역사, 초전도를 둘러싼 냉각 기술의 역사(이것 역시 LHC 같은 초대형 가속기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입자 물리학과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속기를 이용한 새로운 원소 발견의 역사 등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원자와 원자핵을 연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간은 물질의 더욱 심오한 구조를 밝히고 그 기본이 되는 입자들을 발견해 왔다. LHC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 입자를 찾기 위해 또다시 막막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고 있다. -본문에서

매년 8월 5일 히로시마 평화 공원의 위령비 앞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핵에 의해서 일본인 다음으로 많이 희생된 사람은 한국인이다. -본문에서

4부 「자연이 건네는 말」에서는 과학과 기술의 관계,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자세, 인문학자적 사진 읽기와 물리학자적 사진 읽기의 차이, 과학에서 '왜'라는 질문과 '어떻게'라는 질문의 의미 같은 문제들이 통찰력 있는 언어로 다뤄지고 있다.

암흑 물질은 아직까지는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존재다. 우리는 암흑 물질이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므로, 암흑 물질을 찾는 일은 마치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엇인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신호를 기다리는 일이다. AMS-02의 결과를 보면 우주 공간에 암흑 물질이라는 '고도'가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글쎄,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또 고도를 기다릴 것이다. 그것이 발견될 때까지, 혹은 다른 설명을 찾을 때까지. -본문에서

공학은 미래를 꿈꾸는 일이지만, 과학은 진실을 보려는 일이다. 마치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이중주를 연주할 때 두 소리를 분리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또 연주를 마치고 나면 여전히 다른 악기인 것처럼 -본문에서

일상에서 찍은 사진은 시간을 얇게 잘라서 박제화하는 것, 그래서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문학에서는 그 반대다. 천문학에서의 사진은 빛을 모으고 또 모아서, 그냥은 보이지 않는 희미한 존재를 보는 수단, 즉 기나긴 시간을 모두 합친 결과물이다. 보통의 사진이 우리의 일상을 시간에 대해서 미분하는 것이라면, 천문학에서의 사진은 시간에 대한 적분인 것이다. -본문에서

◆ '왜'와 '어떻게' 사이에서 필멸의 물리학자가 좇는 불멸의 꿈

현대 물리학은 지금 놀라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론가들이 제기했던 미해결 문제들이 실험을 통해, 관측을 통해 증명되거나 폐기되면서 놀라운 발전을 매일매일 거듭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 수학, 컴퓨터 과학, 통계학 분야의 출판 전(pre-print) 논문들을 수집하는 웹사이트인 아카이브(http://arXiv.org)에는 월 평균 8773편, 연간 누적 105280편(2015년 통계)의 과학 논문이 제출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연간 누적 제출 논문 수가 1만 편이 안 되던 것에 비하면 과학 연구의 역동성이 급등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참조로 아카이브에 제출된 논문의 수는 2016년 6월 현재 모두 116만 편에 이른다.)

힉스 보손, 중력파, 급팽창,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여분 차원, 사회 물리학 등 20세기 과학 도서만 읽은 독자들로서는 생소한 개념들과 실험들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핵심 패러다임을 이루고 있는 두 기둥은 여전히 20세기 초반 아인슈타인이 고안해 낸 상대성 이론과 하이젠베르크, 페르미, 파인만 등이 구축해 낸 양자 역학이다.

과연 21세기의 발견들은 20세기의 발견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21세기의 물리학자들은 20세기의 물리학자들의 어깨를 박차고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너머의 물리학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마 그 답은 이강영 교수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긴 문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 싶다. 세대 문제뿐 아니라 우리가 보는 우주의 모습을 모두 이해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의 모습이 어떤지 알아야 한다. 자연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 이것이 과학자가 하는 일의 맨 첫 걸음이다. 아니 반드시 과학자가 아니라도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우리 삶도 결국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한 가지 현상이니까. -본문에서

이 책은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에서 운영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페르미 솔루션」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을 엮은 것이다.

<출처: Yes24 中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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