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 큰 호응···찾아가는 기관 프로그램까지 구축
최형빈 대장 "천문학 대중화에 앞장설 것"

6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대전시민천문대 천체투영관. 줄을 서서 기다리던 관람객들이 하나둘씩 입장해서 준비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83명이 한도인 객석은 이미 가득찼다. 원형으로 된 공간과 좌석은 꽤나 정겹다.

연주자로 나선 학생과 선생이 간단히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는데 프로의 공연 못지 않다. 음악회에 이어 관람객들은 누워서 천체 영상을 보면서 별자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가족, 연인, 학생 등으로 구성된 관람객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관측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민천문대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만들며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별음악회, 시낭송회, 예술작품 전시회 등의 각종 프로그램들이 호응을 이끌면서 천문학과 시민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인력은 단 8명이지만 전국 각지에서 후원하고 있는 약 1600여명의 온라인 카페 회원과 자원봉사자, 지역 예술가 등이 함께 한다.

대전시민천문대(대장 최형빈)는 지난 2001년 첫 지방자치단체 천문대로 개관했다.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 천문대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연간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찾을 정도로 성황이다. 지난 2008년부터 대전시민천문대를 이끌면서 지방자치천문대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는 최형빈 대장을 만났다.

지난 2008년부터 대전시민천문대를 이끌고 있는 최형빈 대장.<사진=강민구 기자>
지난 2008년부터 대전시민천문대를 이끌고 있는 최형빈 대장.<사진=강민구 기자>
◆ 별음악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 정기적 개최···지역예술가·시민의 자발적 재능기부

"천문에 예술 등 문화 콘텐츠 접목을 시도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도시 대전의 인프라와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웃음)"

대전시민천문대가 운영하고 있는 토요별음악회, 시낭송회, 갤러리전 등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합창단 운영, 소외지역 봉사활동 등도 수행하고 있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에도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지역예술가와의 연계와 대전시민의 호응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각 행사마다 배치되어 행사안내 보조 등을 수행하고 있다. 약 1600여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카페 회원들은 장비지원, 기술지원, 후원금 모금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중에서 약 600여명의 회원은 서울, 김제, 경남 등 전국각지의 외지인으로 구성돼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카페를 운영했던 김효남씨는 대전시청에 게재한 글을 통해 "최형빈 대장과 카페 회원들이 자주 만나서 시민천문대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수렴했다"면서 "대전시민천문대는 시민의 것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참여 의의를 강조했다.

대전시민천문대를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는 '별이 가득한 하늘 놀이터' 온라인 카페.<사진=강민구 기자>
대전시민천문대를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는 '별이 가득한 하늘 놀이터' 온라인 카페.<사진=강민구 기자>
시민천문대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주요 프로그램은 공연자, 전시자 등에게 출연료 없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도 출연을 원하는 음악가들로 예약이 밀려 있어 현재는 하고 싶어도 못할 정도다. 지역의 예술가, 학생 입장에서는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 받고, 천문대에서는 문화행사를 운영하면서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별음악회는 지난 4월 900회를 돌파했으며, 내년 9월 경 1000회를 앞두고 있다. 매주 홈페이지에서 신청접수를 받고 있는데 사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토요별음악회의 출연진은 지역 고등학생, 음악동아리, 외국 유학생 등으로 구성되는데 특히 외국 유학생들이 방학 때 이곳을 찾으면서 특별음악회도 종종 열린다. 

최형빈 대장은 "프로에 비하면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학생들의 공연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금요별음악회는 김영상 목원대 교수가 제자들과 한달에 2번씩 음악회를 열고 있다. 아들과 함께 토요별음악회에 참여했던 김 교수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음악회를 열게 됐다. 

약 130여회 된 시낭송회도 한국시낭송협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인연이 되어 고정적으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한국시낭송인협회만 참여했었는데 대전시낭송인협회 등 4개 시낭송협회의 요청으로 2달에 1번씩 열린다. 

어린이 합창단은 지휘, 반주, 율동, 발성 등으로 구분된 5명의 봉사활동 선생님들의 제안으로 지난 2013년 창단하게 됐다. 출범 당시에는 예산과 연습 장소가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40명의 단원들이 국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고, 최근에는 독일 드라스덴 세계어린이페스티벌에 초청 받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인정 받고 있다. 

천문대 내부 복도 등 방치된 공간을 활용해 열리는 천체사진전에는 지역 예술가가 활동한다. 서울에서도 예술작가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자원봉사자들의 요청으로 내년 초 벽화도 그릴 계획이다.

토요음악회에서 연주활동을 한 노은고 학생들의 모습. 시민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사진=강민구 기자>
토요음악회에서 연주활동을 한 노은고 학생들의 모습. 시민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사진=강민구 기자>
◆ 대전 전지역으로 인지도 확산···찾아가는 관측회·음악회도 '눈길'

최 대장에 따르면 대전시민천문대를 인지하고 있는 대전시민은 20% 정도다. 주로 대덕특구 인근의 유성구나 서구에 집중되어 있다. 그동안 소외지역민들이 기관을 찾는 것을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망원경, 음향장비를 갖고 이들을 찾아 음악회와 관측회를 열면서 대전 전지역으로 인지도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대전 서구 원정동의 지적장애우 거주시설 '행복마을', 구세군 혜생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가거나 이들을 행사에 우선적으로 초청한다. 이 활동도 카페 회원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후원금을 모으고 봉사활동으로 지원된다.

최 대장은 "지적장애우 거주시설을 방문할 때 학생들을 데려가서 함께 별을 관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대전시민천문대에서 봉사활동을 다녀 온 기관 학생들이 최형빈 대장에게 보내 온 감사 편지.<사진=강민구 기자>
대전시민천문대에서 봉사활동을 다녀 온 기관 학생들이 최형빈 대장에게 보내 온 감사 편지.<사진=강민구 기자>
최 대장은 시민천문대의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시설 문제를 꼽았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시설확장이 불가피하지만 예산 등의 제약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 현재 30명 정도 입장가능한 세미나실, 숙박시설도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영월 별마루 천문대 등과는 대조적으로 숙박시설이 부재해 부여나 공주 등으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최 대장은 "대전은 중앙과학관, 천문대, 화폐박물관 등 무료 기관과 연구기관이 집적되어 있어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교육의 장으로 훌륭하다"면서 "대전시가 수익을 창출해야 천문대도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자원봉사자, 대전시, 천문연 등의 지원으로 현재 시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정점에 다다랐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에게 천문학을 알려 타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등 천문학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 야구선수 출신으로 외국계 금융회사 거쳐 천문대로···커피로 재능기부 몸소 실천

군산상고에서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던 최형빈 대장은 대학교 졸업 후,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별에 대한 강의를 듣고, 관측도 다니면서 천문학에 빠져 들어 아마추어 천문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돌연 잘 다니던 회사를 1997년 그만 두고 지인과 함께 사설천문대인 코스모피아천문대를 운영했다. 한 때 설립 이후 호황을 누렸지만 IMF로 어려움을 겪었다.

90년대 말 과학관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국비지원을 통해 약 30여곳의 천문대와 120개의 과학관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설 천문대 운영에 한계를 느끼던 그는 대전시민천문대 운영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2008년 부임하게 됐다. 천문학을 좋아한 그는 충남대에서 천문학과 석사까지 마쳤다.

최형빈 대장은 "학업과 직장 때문에 군산,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인 대전을 떠나 있다 다시 찾아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됐다"면서 "천문대와 시민들이 저에게는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1989년 외국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원두커피를 처음으로 접한 그는 30년 가까이 직접 원두를 볶아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손님 일부에게 커피를 대접했었는데 이들의 제안으로 지난 2011년부터 재능기부형식으로 시민천문대 2층의 카페를 운영 중이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판매수익은 전부 기관 운영비로 충당된다. 최 대장은 자비로 구입한 커피머신을 활용해 원두를 1주일에 3번씩 직접 다 볶고 있다. 최 대장이 보유한 생두만 36가지 이상으로 총 3000만원 어치에 달한다.  

커피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문성은 많은 곳에서 인정 받고 있다.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중앙과학관, 기상청, ETRI 등 각 기관에서 커피 원두를 요청할 뿐만 아니라 강연까지 문의하고 있다.

최 대장은 "기관장이 희생해야 기관이 바로 운영될 수 있는데, 판매수익을 기관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천문학, 커피 등을 하면서 재능기부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전시민천문대 카페 한 켠에 박스 채 보유하고 있는 생두. 매일 일정량만 볶아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대전시민천문대 카페 한 켠에 박스 채 보유하고 있는 생두. 매일 일정량만 볶아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특수 제작한 별모양 커피잔.<사진=강민구 기자>
특수 제작한 별모양 커피잔.<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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