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소백산에서 바라본 일출_자연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에서도 이렇게 특별한 시간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풍경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진을 찍기 위해 보통 이른 새벽부터 가장 좋은 장소에 가서 대기하면서 자연이 만들어 주는 가장 멋진 특별한 순간을 기다린다. 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80 s, ISO100
소백산에서 바라본 일출_자연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에서도 이렇게 특별한 시간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풍경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진을 찍기 위해 보통 이른 새벽부터 가장 좋은 장소에 가서 대기하면서 자연이 만들어 주는 가장 멋진 특별한 순간을 기다린다. 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80 s, ISO100
이번 6월에 나는 좀 특별한 생일을 맞게 되었다. 소위 노인의 기준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태어났던 해와 같이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이 정확히 같은 특별한 생일을 맡게 된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음력과 양력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태어난 후 아버지께서 출생신고를 할 때 생일을 음력으로 기재하여 지금은 이 날이 양력 생일처럼 되고 말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내 음력 생일에 늘 생일상을 차려 주셨기 때문에 그 이후 이제까지 음력 생일을 지키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매년 생일이 양력으로 언제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불편함도 있고 계절도 일정하지 않아 언젠가는 양력 생일로 바꾸어 지내자고 하니 딸들이 그냥 해 오던 대로 음력으로 지내자고 하는 바람에 여전히 음력 생일을 지키는 쉰세대가 되어 있다. 아마 요즘 신세대들은 자신의 음력 생일이 언제인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 만에 이렇게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이 같아지는 지는 걸까? 자료를 찾아보니 불행히도 정확한 주기성이 없다고 한다. 양력은 일년이 365.24일인데 음력은 일년이 354일이어서 3년에 한 번 씩 윤달이라는 것이 들어가고 한 달이 29일인 달과 30일인 달이 섞여 있다.

따져보면 대략 19년에 한 번씩 양력과 음력 생일이 같아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하루 정도가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양력과 음력을 쉽게 환산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있어 내가 태어난 해부터 조사를 해 보니 올해 말고 1997년에 한 번 같은 날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음력 생일을 지키는데, 재미 있게도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번도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이 정확히 일치한 적이 없었다. 태어났던 날과 낮의 길이가 같을 뿐만 아니라 저녁 하늘에 떠오르는 달의 모양까지 같은 날이 일생 동안 그리 흔하지 않음을 알게 되니 올해의 생일이 좀 특별한 느낌이 든다.

자연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에서도 이렇게 특별한 시간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풍경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진을 찍기 위해 보통 이른 새벽부터 가장 좋은 장소에 가서 대기하면서 자연이 만들어 주는 가장 멋진 특별한 순간을 기다린다.

때로는 몇 시간씩 추위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모기와 전쟁을 하면서 새벽 빛과 일출 혹은 일몰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나 늘 그렇게 특별한 시간을 만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멋진 일출을 기대하고 새벽부터 산 정상에 올랐지만 구름이 가리거나 안개가 짙어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순전히 자연에 의지해 농사를 짓던 우리 선조들처럼 절로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는 마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가까이에서 꽃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들에게는 풍경사진을 찍는 사람들보다는 날씨에 덜 민감하지만 무언가 특별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여전히 특별한 보이지 않는 힘이 필요함을 느낀다.

얼마 전 막 피기 시작한 큰까치수염꽃의 사진을 찍을 때의 일이다. 배경과 빛, 그리고 구도가 가장 아름다운 위치를 찾아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올려 놓은 뒤 조심스레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뷰파인더에 무언가 변화가 보였다.

고난도 꽃벽 타기_갑자기 뷰파인더에 무언가 변화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꽃 끝에 숨어있던 작은 거미가 꽃의 곡선에 거꾸로 매달려 줄기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몇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거미의 찬조 출연 덕분에 조금 밋밋하던 사진이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바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0 s, ISO100
고난도 꽃벽 타기_갑자기 뷰파인더에 무언가 변화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꽃 끝에 숨어있던 작은 거미가 꽃의 곡선에 거꾸로 매달려 줄기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몇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거미의 찬조 출연 덕분에 조금 밋밋하던 사진이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바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0 s, ISO100
자세히 보니 꽃 끝에 숨어있던 작은 거미가 꽃의 곡선에 거꾸로 매달려 줄기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몇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거미의 찬조 출연 덕분에 조금 밋밋하던 사진이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바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호랑나비의 찬조 출연_때로는 꽃을 찍고 있는데 예쁜 나비가 날아와 찬조 출연함으로써 훨씬 더 멋진 사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물론 많은 경우 그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여 작품으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구도와 초점 영역에 날아와 앉는 기막힌 경우도 있다. 이 순간 나는 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4.0, 1/400 s, ISO200
호랑나비의 찬조 출연_때로는 꽃을 찍고 있는데 예쁜 나비가 날아와 찬조 출연함으로써 훨씬 더 멋진 사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물론 많은 경우 그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여 작품으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구도와 초점 영역에 날아와 앉는 기막힌 경우도 있다. 이 순간 나는 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4.0, 1/400 s, ISO200
때로는 꽃을 찍고 있는데 예쁜 나비가 날아와 찬조 출연함으로써 훨씬 더 멋진 사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물론 많은 경우 그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여 작품으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구도와 초점 영역에 날아와 앉는 기막힌 경우도 있다. 이 순간 나는 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사진을 흔히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한다. 비록 사진에 담기는 것은 셔터가 열리는 순간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그 순간을 담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그 모든 시간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 시간은 그냥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꽃으로 만든 탑_주변에는 여름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꽃 탑을 층층이 쌓아 올린 채 풀섶에서 고운 6월의 아침을 맞이하는 석잠풀.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 s, ISO100
꽃으로 만든 탑_주변에는 여름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꽃 탑을 층층이 쌓아 올린 채 풀섶에서 고운 6월의 아침을 맞이하는 석잠풀.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25 s, ISO100
풍경사진이나 새와 동물을 찍는 사람들은 원하는 빛과 환경이 만들어 질 때까지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무작정 기다리기도 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특별한 시간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열정을 가지고 내공을 쌓으면서 준비하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게 됨을 알게 된다.
 

아침 묵상_아침 햇살에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마치 삶을 성찰하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피어나는 비비추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0 s, ISO100
아침 묵상_아침 햇살에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마치 삶을 성찰하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피어나는 비비추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0 s, ISO100

여름의 손짓_여름 숲으로 와서 잠시 쉬고 가라고 나에게 손짓하는 패랭이꽃. Pentax K-1, 1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250 s, ISO100
여름의 손짓_여름 숲으로 와서 잠시 쉬고 가라고 나에게 손짓하는 패랭이꽃. Pentax K-1, 1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250 s, ISO100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주변에는 여름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꽃 탑을 층층이 쌓아 올린 채 풀섶에서 고운 6월의 아침을 맞이하는 석잠풀, 아침 햇살에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마치 삶을 성찰하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피어나는 비비추, 여름 숲으로 와서 잠시 쉬고 가라고 나에게 손짓하는 패랭이꽃, 여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커다란 황금빛 꽃으로 나를 유혹하는 루드베키아….. 여름만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기를 오늘도 기대해 본다.

비 내리는 6월의 아침_여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커다란 황금빛 꽃으로 나를 유혹하는 루드베키아….. 여름만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기를 오늘도 기대해 본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11, 1/50 s, ISO100
비 내리는 6월의 아침_여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커다란 황금빛 꽃으로 나를 유혹하는 루드베키아….. 여름만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기를 오늘도 기대해 본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11, 1/50 s, ISO100
여름일기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 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