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한장·대덕넷, 21일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8회차 모임 개최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중력파‘ 주제로 진행

"중력파의 발견은 중력문명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올해 상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과학계 키워드 중 하나는 '중력파'다. 언론에서는 '노벨상 확정', '과학계의 새 지평' 등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중력파 관측 소식을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중력파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중력파란 것이 무엇이길래 관측만으로도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일까.

사단법인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이사장 장인순)과 대덕넷은 21일 오후 대덕테크비즈센터(TBC) KIRD 강의실에서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초청,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중력파'라는 주제로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8회차 행사를 개최했다. 

쌍성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중력파'를 중심으로 오정근 선임연구원과 참가자들 사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벽돌한장 중력파'가 발생하는듯 했다.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8회차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이원희 기자>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8회차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이원희 기자>
◆ "지금 흔들리는 펜에서도 중력파가 발생하고 있죠"

오정근 선임연구원은 "사람들이 뉴스에서 중력파를 발견한 것이 대단하다는 소식을 듣는데 '왜' 대단한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참가자들에게 중력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중력파란 질량을 가진 물질의 운동이 만드는 시공간의 잔물결"이라는 설명과 함께 펜을 흔들어 보이며 "지금 이곳에서도 중력파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너무 약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별을 펜에 비유한 그는 "우주의 별들은 가만히 있으면 중력파는 발생하지 않는다.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거나, 쌍성이 서로 나선운동을 하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중요하게 언급한 것은 '쌍성'. 그는 "현재 우주의 별들 중 60% 이상이 쌍성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두 별이 중심을 기준으로 나선운동을 하는 동안 중력파가 발생한다"고 했다.

또 그는 "나선운동에 이어 두 별이 서로 충돌·병합·안정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중 병합 때의 중력파가 가장 강력하다"며 "안정화 이후엔 중력파를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측정엔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영상자료와 함께 LIGO의 측정원리를 설명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4km의 튜브 안에 레이저를 쏜 후 교차되는 레이저간섭계를 통해 위상을 측정한다"며 "평소엔 상쇄간섭으로 인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지만, 중력파가 간섭하는 경우 보강간섭으로 인해 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 "여러분은 지금 13억년 전 블랙홀이 충돌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는 이번 중력파 측정을 '기적의 조우'라고 표현했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기적'이라는 표현을 낯설어 했지만 중력파 측정 스토리가 진행되자 이내 참석자들은 공감하게 됐다.

오 선임연구원은 "약 14억년 전 북반구 천체, 13억년 전 남반구 천체에서 각각 블랙홀이 충돌했다. 당시 지구는 선캄브리아기였다"며 당시 발생한 중력파가 지구까지 오는 시간을 설명했다.

그는 "첫번째 중력파가 목성궤도를 통과할 때 LIGO 관측소가 가동됐고, 30분 후 측정이 됐다"고 전했다.

또 그는 "LIGO의 가동은 12월 13일까지 3개월 계약이었으나 이를 1개월 연장했고, 12월 26일 두번째 중력파가 관측됐다"며 "4개월동안 실제로는 50일만 가동됐고, 이 사이 2개의 중력파가 관측됐다. 운이 좋은 것 이상으로 기적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측정된 중력파의 소리와 함께 "이 짧은 '휘익'하는 소리가 13억년전에 블랙홀이 충돌한 소리다"라고 소개했고, 참가자들은 '휘파람', '새 지저귐' 같은 소리가 블랙홀의 충돌 소리라는 것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 짧은 소리가 진짜 중력파인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참가자들의 반응에 대해 ▲배경잡음산출법을 통한 인위적 잡음의 오인 확률 ▲잡음이 없는 데이터 품질과 기기의 상태 ▲자기장, 지진파 등 전지구적 환경잡음 분류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민감도 ▲9개 소프트웨어의 독립적인 측정 ▲모니터링 채널 운영 및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악의적 해킹 가능성 등 6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전세계 5군데 관측소에서 측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작하기도 불가능하고 다른 자연현상과 혼동할 수도 없다"며 "오히려 중력파라고 믿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라고 강조했다.

◆ 중력파의 측정이 의미하는 것은?

중력파의 발견이 실제로 우리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오 선임연구원은 "최초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것과 동시에 블랙홀 쌍성을 관측했다"며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음을 의미했다.

그는 여러장의 성운 관측 결과와 함께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등으로 촬영한 관측결과가 다르듯 중력파가 보여줄 우주의 모습 역시 다를 것이다"라는 말로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자기파 문명의 시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전자기파를 발견했을 당시 사람들은 그 가치를 잘 몰랐지만 현재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기술로 이어졌다"며 "과거에 원격의료나 로봇기술, 화상채팅 등 상상 속 미래모습이 현실이 됐듯,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우주여행, 중력기술 등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중력파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참가자는 "보통 우주와 관련된 학문이나 사건들은 규모가 매우 크다. 이번 중력파의 경우도 거대한 별의 충돌이었는데 왜 소리가 1초 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오 선임연구원은 "중력파는 나선운동을 할 때부터 발생하지만 LIGO가 검출을 못한다. 충돌직전의 강한 신호였기 때문에 측정이 됐다"며 "질량이 크면 클수록 빠르게 끌어당기기 때문에 신호가 짧다. 두번째 중력파가 조금 더 길었던 이유는 질량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의 "중력파를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측정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처녀자리에서 오는 약한 신호도 실제로는 우리 바로 옆에서 원자폭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신호보다 1조배 강하다"며 "실제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많으며 시공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력파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 한 참가자는 중력파 관측 시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동양사와 서양사를 비교하면 당시 문화와 세계관의 차이로 인해 동양의 관측결과가 많고, 서양의 첫 관측이 상대적으로 늦다"며 "중력파의 관측이 지금에서 성공한 것이 단순히 수학이나 과학의 기술력 부족인가? 아니면 현재 과학계의 관점이 적용돼 늦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오 선임연구원은 "기술력 부족이 맞다.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LIGO의 감도는 지금보다 상당부분 부족했다"며 "5년간 대규모의 인원과 기술이 모인 일종의 총력전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더 길고, 많은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가 축적되고 통계적인 분석도 더해지면 미래엔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벽돌한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신만의 벽돌로 마무리했다. <사진=이원희기자>
벽돌한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신만의 벽돌로 마무리했다. <사진=이원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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