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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과학관장 인사에 숨은 '불편한 진실'

개방형 공모직 불구 '미래부 관료' 회전문 인사
2000년 이후 관장 8명중 임기 채운 인사 단 2명뿐
스미소니언 등 세계적 과학관 수장 임기는 10년 단위
국내 대표적인 과학대중화 기관인 국립중앙과학관 수장 자리가 미래창조과학부 관료 출신들의 인사를 위해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중앙과학관장직을 놓고 혹자는 '미래부 인사 정거장'이라고 비유한다.

특히 개방형 공모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공모제 실시 이후 100% 미래부 관료들이 기관장 자리에 앉고,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대중화 기관이 새로운 변화 없이 관료주의 체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0년 중앙과학관장직이 개방형 공모제로 전환된 이후 초기 이헌규 전 관장과 조청원 전 관장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모든 관장이 임기를 수개월 남겨 놓은 시점에 그만뒀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1개월까지 임기를 남기고 자리를 옮겼다. 관장이 자리를 옮길 때마다 중앙과학관의 기관장 공석 상태는 1~2개월씩 반복됐다. 

김영식 전 관장은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임기 5개월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이은우 전 관장(2010년 4월~2011년 12월) 4개월, 박항식 전 관장(2012년 1월~2013년 5월) 8개월, 최종배 전 관장(2013년 7월~2014년 8월) 11개월의 임기를 각각 채우지 못했다. 

김주한 현 중앙과학관장(2014년 11월~2016년 6월)은 지난 20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인사 조치돼 임기 5개월을 남겨두고 미래부로 복귀하게 됐다. 기존과 다른 점은 후임을 위한 공백을 메꾸기 위해 김 관장이 직무대행을 겸해 이중 업무를 보게 된다.

중앙과학관의 인사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어 있는 자리'는 다시 미래부 관료로 채워질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분위기다. 때문에 중앙과학관장에 대한 개방형 공모제가 사실상 '짜고 치는 공모쇼'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중앙과학관장 역시 미래부 출신 관료가 이미 낙점됐다는 내정설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정부나 중앙과학관 내부에서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는 분위기다. 국가 과학기술의 중요 정책 추진을 위해 인재를 등용한다는 식이다. 과학계 한 인사는 "겉으론 과학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뒤편에선 미래부 고위공무원 자리 챙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런 가운데 세계 3대 과학관의 기관장 임기를 보면 중앙과학관과 크게 대비된다. 이들 과학관의 기관장 임기는 보통 10년 단위다. 세계 최대 과학관인 미국 스미소니언의 경우 사실상 정해진 임기가 없다. 할 수 있는 때까지 한다. 138년의 역사 속에서 총 12명의 관장들이 스미소니언을 이끌었다. 초대 관장인 조셉 헨리(1846~1878)가 32년간 역임했고, 그 뒤 관장들이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간 기관을 맡으며 세계적인 과학관으로 성장시켰다. 도이치 과학관의 관장 임기도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으며, 런던과학관 역시 123년 동안 13명의 관장이 평균 9~10년 임기를 맡았다.

중앙과학관 한 연구원은 "과학관의 업무는 사실 국가의 기초 기반을 닦는 기간산업과 같은 전문영역이지만, 항상 급격하게 교육과 ICT, 창조경제 정책에 밀려 과학문화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과학선진국들은 기초와 기반을 닦는 과학문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과학관장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해 질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 한 원로는 "대중에게 과학이 얼마나 노출되고 함께 공유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품격이 달라진다"며 "과학인프라의 대표격인 중앙과학관의 미션은 과학을 국민들에게 더욱 왕성하게 다가가게 해야 하는데, 그 첫 단추는 기관장이 긴 철학을 가지고 과학관을 운영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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