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최초 검출 이어 12월 두 블랙홀 충돌 과정서 방출된 중력파 관측

시공간의 물결인 중력파가 지난해 9월에 이어 12월에 후속 관측됐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단장 이형목)은 지난해 12월 26일 국제표준시 새벽 3시 38분 53초(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12시 38분 53초)에 미국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 핸포드에 위치한 쌍둥이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이하 LIGO) 검출기를 통해 두번째 중력파를 관측했다고 16일 밝혔다. 

최초의 중력파는 지난해 9월 14일 국제 표준시 9시 51분(한국시간 오후 6시 51분)에 후속관측과 동일한 두 곳의 LIGO 검출기를 통해 관측된 바 있다. 

이번 후속 관측은 LSC(LIGO 과학 협력단·이하 LSC)와 Virgo(비르고·이하 Virgo) 협력단이 LIGO 검출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들은 이번 중력파가 각각 태양 질량의 14배와 8배인 두 블랙홀이 합병해 빠르게 회전하는 21배의 태양 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LSC 대변인인 가브리엘라 곤잘레즈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는 "블랙홀의 질량이 최초 중력파를 낸 것보다 가벼워서 1차 검출에서의 0.25초보다 더 오랜 시간인 1초 정도 머물렀다"면서 "우주에 얼마나 다양한 블랙홀이 존재하는지 조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신호가 약 14억년 전 두 블랙홀의 병합이 이뤄지기 직전 마지막 27회의 공전 과정에서 나왔으며, 핸포드 검출기보다 리빙스턴 검출기에 약 만분의 11초 먼저 도달했다는 사실을 통해 중력파가 날아온 방향을 대략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프란스 코르도바 미국과학재단 이사장은 "Advanced LIGO 검출기를 통해 연구자들이 예측 못한 현상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두 번의 중력파 검출은 우리의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출된 중력파의 신호 대 잡음 비율.<사진=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제공>
검출된 중력파의 신호 대 잡음 비율.<사진=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제공>
◆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LSC에 참여···"중력파는 우주 보는 중요한 관측 수단"

최초의 중력파 검출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의 주요 예측을 확인하고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시작을 알리는 물리학과 천문학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LIGO는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가동됐으며, 이후 기기 개선 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개량된 검출기인 'Advanced LIGO'가 1차 가동되어 왔다. 연구진은 올해 가을 2차 가동이 시작되면 검출기의 감도 향상이 이뤄져 첫 번째 가동에 비해 약 2배 넓은 영역의 우주를 탐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연구자들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라는 이름으로 LSC에 참여해 왔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인제대 등 4개 대학과 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2개 출연연에 속한 20여 명의 물리·천문학자, 대학원생 컴퓨터 전문가로 이뤄진 연구 컨소시움이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은 "한국 연구진이 블랙홀 충돌에 의한 중력파가 예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으며, 두 차례의 관측을 통해 예측이 맞았음을 증명했다"면서 "앞으로 국내에서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져 새롭게 시작되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에 대응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강궁원 KISTI 책임연구원은 "2차 검출로 중력파 검출은 이제 확고해졌다고 본다"면서 "중력파 첨단과학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시급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력파가 일상적으로 검출될 날이 머지 않았다"면서 "중력파가 일회성의 검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보는 중요한 관측수단이라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중력파 연구진은 이번에 최초로 중력파를 발견한 Advanced LIGO의 관측에 사용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와 기기 모니터링에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연구진은 공동으로 이번에 사용된 온라인 분석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성능 향상에 기여했으며 중력파 관측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실행되는 실시간 데이터 잡음 제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알고리즘 개발과 구축을 담당했다.

연구진은 KISTI 글로벌 대용량 과학실험 데이터허브센터(GSDC)의 기관기본사업과 미래부 기초연구기반구축사업의 지원을 받아 라이고 데이터 그리드와 연동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내연구자와 일부 해외 공동연구자는 이를 이용해 중력파 관측데이터로부터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천체물리학적 물리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KISTI의 슈퍼컴퓨터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클러스터를 활용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과정 등에 대한 수치시뮬레이션 연구도 진행해 왔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소장 이범훈)도 지난 2004년부터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개최하는 중력파와 수치상대론 여름학교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번 중력파가 각각 태양 질량의 14배와 8배인 두 블랙홀이 합병해 빠르게 회전하는 21배의 태양 질량의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사진=LSC 홈페이지 캡쳐>
연구진들은 이번 중력파가 각각 태양 질량의 14배와 8배인 두 블랙홀이 합병해 빠르게 회전하는 21배의 태양 질량의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사진=LSC 홈페이지 캡쳐>
◆ LIGO 연구 LSC가 주축으로 수행···1000여명 이상 과학자 참여

LIGO 연구는 미국 등 14개국 대학과 연구소 소속의 1000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 그룹인 LSC가 주축이 되어 수행하고 있다.  

LSC의 90여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검출기 관련 핵심 기술 개발과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LSC 회원 중 250여명은 학생들이며, 라이고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LSC의 검출기 네트워크는 LIGO 검출기와 GEO600 검출기를 포함하고 있다. 

Virgo 협력단은 유럽 각국의 19개 연구 그룹에 소속된 250명이 넘는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19개 연구 그룹은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소 6개 그룹 ▲이태리 국립핵물리 연구소 소속 8개 그룹 ▲네덜란드 국립 핵·고에너지 물리 연구소 2개 그룹 ▲헝가리 위그너 물리연구소 ▲폴란드 중력연구 그룹 ▲유럽 중력파 관측소로 구성됐다.

미국과학재단은 Advanced LIGO에 대한 재정 지원을 책임지고 있으며, 독일 막스플랑크협회, 영국의 과학기술 평의회, 호주 연구평의회 등이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Advanced LIGO의 감도 개선에 필요한 핵심 기술중 일부는 독일과 영국 합작의 GEO600협력단에서 개발과 테스트를 담당했다.

※참고: 게재논문 사이트: http://journals.aps.org/p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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